'비대칭' 교육교부금 개편 공론화…정부 "초중등-고등 재정불균형 심각"
상태바
'비대칭' 교육교부금 개편 공론화…정부 "초중등-고등 재정불균형 심각"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9.12 1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기재부·교육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및 고등교육 재정 확충 토론회
- 초중등-고등교육 재정 불균형·학령인구 감소 대응
- “고등교육 투자, 교육재정의 12.8% 불과”
- 시도교육청 “고등교육 투자는 국세로 지원해야”

 

 7일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별관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및 고등교육 재정 확충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정부가 '흥청망청' 쓴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에 본격 나섰다. 초·중등과 고등교육 간 교육재정 불균형 문제와 학령인구 감소 등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는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별관 국제회의실에서 '교육교부금 개편 및 고등·평생교육 재정 확충 토론회'를 공동개최하고 “고등교육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3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며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 필요성을 역설했다. 토론회에는 정부와 학계, 교육계, 시민단체 관계자 등 교육 관련 주체들이 모두 참석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 개편 필요성을 둘러싼 공방(攻防)은 10년 넘게 이어져 왔는데, 과연 이번에는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제의 본질은 출산율 저하로 우리나라의 초·중·고 학생 수는 급락하고 있지만, 내국세의 특정 비율로 고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라에 돈이 넘쳐난다면 학생에게 쓰는 돈이 많을수록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등으로 복지 예산 등 국가의 돈 쓸 곳이 산적한 상황에서 교육재정교부금이 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초중등은 선진국 수준, 고등교육은 투자 부족…불균형 심각"

현재 초중고 교육비로 활용되는 교육교부금은 중앙정부에서 부담한다. 매년 국민들이 납부하는 내국세수 20.79%와 교육세 세수 일부를 합해 마련된다.

이러한 교부금 산정 방식을 두고 "초중고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서 초중고 교육비로 활용하는 액수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50여 년 전 중학교 교육 수요 급증에 대응하고자 도입한 교부금 제도로 초·중등 교육 환경은 선진국 수준을 달성했지만, 고등교육 투자는 2023년 예산안 기준 전체 교육재정의 12.8%에 불과해 투자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특히 고등교육 1인당 지출액이 초·중등교육보다 낮은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 콜롬비아와 우리나라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9년 기준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한국 초등교육 16.6명으로 영국(19.9명), 프랑스(18.8명)보다 적고 중등교육 12.1명으로 미국(15.2명), 일본(12.2명), 영국(17.3명), 프랑스(13.0명)보다 적은 수준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했다. 2018년 기준 1인당 공교육비가 초·중등은 OECD 평균 대비 132% 수준이지만, 고등교육은 66.2% 수준이라는 게 최 차관의 설명이다.

최 차관은 "이러한 불균형은 향후 저출산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전문가·교육계 등 의견 수렴을 거쳐 향후 50년을 내다보는 교육재정 개편 논의를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6~17세 학령인구 전망. KDI 제공

정부의 내년 예산안 기준 유·초·중등 교육 투자 예산은 82조4000억 원에 달하는 반면, 고등 교육 관련 예산은 12조3000억 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교부금 개편과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신설을 추진 중이다.

장상균 교육부 차관도 이날 “내국세 일부를 활용한 교부금 제도는 열악한 재정 속 급증하는 학령인구의 교육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지만, 지금 우리 교육 여건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며 “약 50년 전에 짜여진 지금의 교육 시스템을 이대로 가져간다면 어쩌면 우리는 2류 국가, 3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평생교육을 융합해야 한다”면서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로 확충한 재원을 지방대학에 지원해 지역발전 거점을 키우고 첨단기술 인재 양성 등 고등교육 당면과제에 효과적으로 투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남수경 강원대 교수도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등 고등교육 기관의 재정 여력이 부족하므로 교육교부금 또는 고등교육지원특별회계 도입을 통해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KDI "교육교부금 내국세 연동구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 1000만 원 수준이던 학생 1인당 평균 교육교부금이 2060년에는 5440만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0년 학생 1인당 평균 교육교부금은 282만1000원에 불과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율(내국세 중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책정하는 비율)은 1982년만 해도 11.8%였다. 그 뒤 13.8%(2001년), 19.4%(2005년), 20.0%(2008년)를 거쳐, 2010년 현재와 같은 20.27%로 높아졌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에서 일부 지방교육청은 내국세의 20.27%로 고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25%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제가 성장하면 내국세가 늘어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지방교육재정교부율까지 급격히 높아지다 보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000년 22조4233억 원에서 2010년 32조2980억 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무려 81조2976억 원(국회예산정책처 전망)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의 특정 비율로 고정한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초·중·고 학생의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제도가 만들어진 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많다.

토론회에서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기재부의 교육교부금 개편 방침에 힘을 실었다. 학령인구 감소 등을 고려해 내국세의 20.79%를 시도교육청에 교부금으로 보내도록 돼 있는 법을 바꾸는 방식으로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을 현재의 내국세 연동제(빨간선)로 유지할 경우와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한 경상GDP에 연동할 경우 각각의 국가채무비율 전망. KDI 제공

김 선임연구위원은 "국가채무는 누적해서 증가하는데 교부금 총량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한 나라, 두 살림이 너무 차이가 난다"고 했다. 당장 유·초·중등 예산이 늘어봤자 장기적으로 나라에 빚이 늘어난다면 자라나는 세대에 빚만 지울 뿐이라는 게 그의 논지다.

내국세의 20.79%와 누리과정 재원을 제외한 교육세로 이뤄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올해 본예산 기준 65조1,000억 원 규모다. 정부는 여기서 교육세 재원(올해 예산 기준 3조6,000억 원)과 기존 대학재정지원 예산 등을 합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특별회계)를 만들어 대학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 KDI 제공<br>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 KDI 제공

김 선임연구위원은 현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향에 대해 "반 발자국 전진했지만 여전히 비합리적이고 불충분한 개혁"이라고 비판했다. 유·초·중등 교육 예산을 줄여 대학에 지원한다는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대학에 다니는 인구도 유·초·중등 학교보다 시점이 늦을 뿐 줄어든다는 게 이유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특별회계의 재원인 교육세는 2060년까지 연평균 2.7% 증가하지만(지난해 KDI 전망), 고등 및 평생교육 대상자는 매해 평균 1.5% 감소한다(통계청 전망)는 점을 짚으며 "국가재정의 장기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 개편 방안"이라고 했다.

그가 제시한 대안은 세수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 성장과 학령인구 증감률을 교육재정에 직접 연동하는 것이다. 전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1+경상GDP증가율', '지난해 대비 올해 학령인구비율'을 곱해 올해 교부금을 정하자는 산식도 제안했다. 경제가 충분히 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학령인구가 감소한다면 유·초·중등 교육예산도 줄어드는 구조다.

교육예산을 줄일 때 기대되는 효과는 재정 건전성 확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만 이같이 고쳐도 2060년에 예상되는 국가채무비율을 144.8%에서 116.6%로 28.2%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활동인구의 1인당 국가채무액이 4억2,000만 원에서 3억4,000만 원으로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상교육 세대는 교육 공급자의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 복지 재정을 부담해야 하고, 학비의 원금과 이자도 부담해야 한다. 이는 매우 불평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 유·초·중등 교육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시도교육청에 예산 집행 권한뿐 아니라 재원 조달의 책무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 예산의 40% 정도는 스스로 조달하게 하는 과세 책임을 부여하고, 시도교육감 직선제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계 “교부금 아닌 국세로 해야”

하지만 교육계는 정부와 KDI 측 주장에 반기를 들었다. 이재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은 "시도교육감들은 '동생 예산을 뺏어 형 예산을 주겠다'는 논리가 왜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느냐에 강한 불만과 문제의식이 있다"며 "고등교육 재원 부족 문제는 동의하지만, 교부금을 축소해 그 예산을 빼서 지원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국세를 통해 책임지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정책과장은 "중장기 계획과 밑그림 없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육비용을 줄이자는 경제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결국 저출산 가속화와 학령인구 감소를 더욱 초래한다"며 "향후 국가기능 유지와 경제 발전을 위한 원동력을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기재부의 논의 방향처럼 재정 효율성에만 기대서 교부금을 축소한다는 것은 (발전없이) 기존 공교육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교육의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러한 논의는 미래환경변화에 따른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초·중·고에서 사용하는 교육교부금을 축소해 임시방편으로 대학에 지원하기보다 별도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대학과 평생교육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단순 증액, 감액의 논의가 아닌 안정적인 교육재정 확보 방안을 사회적 논의를 통해 도출해야 한다"며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중장기적 비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고등교육 수요가 팽창하고 있음에도 정부 투자가 효과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은 긴밀히 연결된 만큼 교육재정을 바라보는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향후 부처 간 갈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모아 세부 개편 방안을 확정하고, 국회 법률 제·개정 논의 과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