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시대, 생각해봐야할 교육
상태바
포노 사피엔스 시대, 생각해봐야할 교육
  • 최재붕 성균관대·기계공학
  • 승인 2020.02.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카데미쿠스]

대한민국 인구의 95%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모바일 뱅킹이 전체 국민의 70%에 다다르면서 은행 업무의 표준도 달라졌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60% 이상이 저녁 7시 이후 TV 대신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봅니다. 이제 TV 시청자는 27%에 불과합니다. 온라인 쇼핑의 증가로 오프라인 매장들은 축소 또는 폐쇄 중이고 변화의 속도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시장의 변화는 너무나 당연하게 산업생태계의 변화, 일자리의 변화를 초래합니다. 이 모든 혁명적 변화는 스마트폰 사용 인구 50억 시대의 산물입니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가 새로운 인류가 표준이 된 시대, 우리의 교육도 근본적인 변화를 생각해야 합니다. 세계 7대 플랫폼 기업 애플, MS,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의 시가총액 합계는 6800조 원(2020년 1월 1일 기준)을 넘어섰습니다. 세계 투자 자본의 선택을 받은 7개 기업의 소비자 표준은 명백히 포노 사피엔스입니다. 이런 기업을 키우고, 이런 문명을 창조할 새로운 인재의 양성은 미래를 위한 어른들의 책무입니다. 정해진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우리 청년들이 떠맡게 됩니다. 조선시대 말기, ‘쇄국정책’으로 대륙의 과학기술문명을 흡수하는 속도가 늦어 무려 50년 이상을 후손들이 흘려야 했던 피를 기억해야 합니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교육은 신체의 일부가 된 스마트폰과 디지털 문명 환경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우리 대학생들을 보면서 이 문명이 가진 혁신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환자가 발생하자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환자들의 이동 경로를 게시판을 통해 텍스트로 발표했습니다. 그걸 본 대학생 3명이 위치기반, 디지털맵 기반의 서비스를 바로 생각해냅니다. 그리고 하루 만에 개발해 서비스를 오픈합니다. 수백만 방문자가 칭찬한 ‘코로나 알리미’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이들은 자기들을 ‘멋쟁이사자처럼’ 팀의 일원이라고 소개합니다. 개발자인 3명의 고려대 대학생, 김진태(미디어 전공), 이인우(중어중문 전공), 최주원(디자인 전공)은 놀랍게도 소프트웨어 개발 전공이 아닙니다. 2013년 서울대학교에서 시작한 비전공자들을 위한 자발적 IT 교육 동아리 ‘멋쟁이사자처럼’ 출신들입니다. SNS를 통해 네트워킹하고 오픈소스 기반으로 교육을 받아 이런 멋진 작품을 하루 만에 완성합니다.

우리 정부, 우리 공무원의 표준은 질병관리본부가 보여주듯 게시판에 글만 올리면 할 일이 끝납니다. 그런데 이제 국민은 TV 뉴스나 신문 지면을 통해 정보를 보기보다 앱을 통해 위치를 확인하고 내 근처에 어떻게 바이러스가 퍼지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걸 표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질본도 그런 서비스를 만들자고 제안은 나왔겠지만 예산도, 제작기간도 엄두가 안 났을 것입니다. 생각의 표준, 능력의 표준이 다른 탓입니다. ‘멋쟁이사자처럼’은 이미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큰 역할을 하는 앱을 국민서비스로 제공한 바 있습니다. 선배들의 소스 코드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으니까 하루 만에 개발이 완료될 수 있었던 겁니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 지식의 축적과 활용은 기존의 방식과 이토록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냅니다.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자발적으로 학습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지식의 지평, 인맥의 지평을 확대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포노 사피엔스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적인 능력을 장착합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방송국도, 은행도, 모든 기업들도 이렇게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원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교육의 방향도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처럼 지식을 주입하고 시험으로 평가하는 교육만으로는 미래 인재를 키울 수 없습니다. SNS 문명도 이해하고 거기서 지식도 흡수하며 필요하다면 더 깊은 지식을 탐구하는 경험도 이끌어줘야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과학영재들이 우상처럼 생각하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딥마인드의 허사비스, 페이스북의 주커버그, 이더리움의 부테린 같은 청년들이 바로 이렇게 성장한 인물들입니다. 오래된 상식을 내려놓고 인류 문명의 변화를 교육에 흡수해 예정된 미래의 인재들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스마트폰의 부작용은 실로 심각합니다. 그러나 금지만으로는 혁신의 힘도 심어줄 수 없습니다.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디지털 문명이 가져다주는 혁신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길을 찾아줘야 합니다. 교육혁신은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가장 중요한 책무입니다.


최재붕 성균관대·기계공학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워털루대학교University of Waterloo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마쳤다. 성균관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기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서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과 기계공학의 융합, 인문학 바탕의 동물행동학과 기계공학의 융합 등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4차 산업혁명 전문가이다. 진화론, 심리학, 디자인, 인문학 등을 인류의 진화에 접목하는 연구,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이 인류에게 가져온 변화에 대한 모든 현상의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