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영화는 관객에게 어떠한 영화 경험을 제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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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영화는 관객에게 어떠한 영화 경험을 제공하는가
  • 이주봉 국립군산대학교 미디어문화학과
  • 승인 2022.08.1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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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디지털 기술 시대의 영화미학』 (이주봉 지음, 박이정출판사, 282쪽, 2022.06)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우리의 일상과 현실, 그리고 여가문화 전반을 질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디지털 전환(digital turn)과 함께 영상콘텐츠 생태계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영상콘텐츠인 영화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 플러스, 왓챠 등 OTT 서비스의 본격화 및 관람 플랫폼 환경의 변화에 따른 도전과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영화산업의 응전은 영화생태계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영화의 성격과 표상에 새로운 면모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영화는 여전히 영상콘텐츠의 대표적인 얼굴일 뿐만 아니라, 미디어산업 및 문화산업 전략의 정점에 자리하는 중요한 미디어로 그 위상은 여전하다. 더불어 디지털 기술 시대의 영화는 여전히 우리 시대의 미디어 현상을 각인하는 가장 중요한 미디어이자, 동시에 우리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여가문화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여전히 대중들이 사랑하는 미디어인 디지털 영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이전 세기의 셀룰로이드 필름 시대와 달라진 매체적 성격과 미학적 특성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디지털 영화는 지난 셀룰로이드 시대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재미난 이야기 세계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21세기 영상콘텐츠 시대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화려한 눈요깃거리를 안겨주는 스펙터클 이미지를 통해서 대중의 이목을 끄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기도 한다. 또한 다중 관람 플랫폼 및 멀티미디어 환경, 그리고 문화산업의 거대화라는 배경에서 영화를 향유하고 소구하는 관객의 태도 또한 이전 셀룰로이드 필름 시대와는 다른 결을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미디어 환경을 배경으로 디지털 기술 시대 영화의 변화와 그 미학적 특성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필요성에 부응하고자 하였다.

이 책은 영화라는 미디어를 향유하는 디지털 관객이 영화를 향유하고 지각하는 방식에 주목하면서 디지털 시대 특유의 영화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 아날로그 필름 시대와 다른 관객의 이미지 향유 방식의 차이, 또 영화 이미지 스타일의 변화, 그리고 이들이 구성하는 영화 내러티브 세계 속 재현 현실의 특이점 등을 중심에 두고 디지털 시대의 영화에 접근하면서, 디지털 기술 시대 영화의 미학적 특성을 시대적 화두로서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는 특히 디지털 시대 특유의 화려하고 파편적인 스펙터클 이미지 및 미디어 과잉 현상에 상응하는 영화적 경향과 형식 스타일 등 그 구성 방식의 변화 등에 주목하면서, 디지털 영화의 미학적 특성에 천착하고자 하였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영화 스타일에서는, 소위 스펙터클 이미지로 회자되는 이미지 과잉이 두드러지는데, 이러한 영화적 경향이 관객으로 하여금 시청각 이외의 오감을 포괄하는 공감각적인 태도 속에서 영화적 세계를 향유하도록 요청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의 논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 관객의 미디어 인터페이스 경험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책은 디지털 영화 시대의 미학적 특성을 다루는 데 있어서, 닫힌 텍스트로서 영화작품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미디어 공간이자 관객이 향유하는 콘텐츠라는 맥락에서 영화를 이해하고 있다. 사실 영화가 그 탄생부터 융합 미디어로서 등장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영화작품의 역사가 영화라는 미디어의 역사와 동일시될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화가 뤼미에르(Lumière)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의 발명과, 또 그들의 단편영화 작품들과 함께 1895년 12월 28일 탄생하였다고 영화사(映畫史)가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이는 영화가 뤼미에르 형제의 여러 단편영화 묶음인 그 작품들에 의해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당시 파리의 카페 그랑, 인디언 홀에서의 시네마토그래프 상영과 함께 탄생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영화에 대한 이해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뤼미에르 형제가 발명한 시네마토그래프라는 카메라(영사기)는, 그 이전 100여 년 동안의 다양한 시각발명품들과 19세기 내내 변화 발전한 서구 자본주의라는 배경에 자리한 유흥흥행업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등장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연구가들은 지난 120여 년에 이르는 영화사 이전에 이미 또 다른 100여 년의 영화 이전사(以前史)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런 배경에서 이 책은 디지털 기술 시대의 영화미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해서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영화 사이의 관계를 관객들의 영화 향유 경험, 그리고 이들이 영화와 영화 이미지를 수용하는 방식과 그 매커니즘에 집중하면서 영화의 미학적 특성을 살펴보고 있다. 이른바 감성적 지각이라는 태도 속에서 디지털 영화 이미지를 수용하고 향유하는 관객의 태도는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본격적인 도입 이후 영화미학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다루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위해서 이 책에서는 디지털 기술 시대의 영화 관객이 영화·영상을 대하는 태도, 즉 수용자인 관객들의 미디어 인터페이스 경험 변화와 그 지각방식의 변화 등을 배경으로, 디지털 영화의 미학적 특성을 여섯 가지 개념을 중심에 두고 글을 풀어내고 있다. ‘감성적 지각(aisthesis)’, ‘다중미디어 재매개 현상’, ‘미장아빔(mise-en-abyme)’, ‘아날로그 노스탤지어(analog nostalgia)’, ‘이미지의 피상성(Oberflächlichkeit, surface)’, ‘스펙터클(spectacle) 이미지 경험’ 등이 그것이다. 이들 여섯 가지의 개념이 갖는 의미를 당대 대중영화 작품을 예시로 분석 대상으로 삼아 설명하고 있다. 다만 마지막 챕터에서는 – OTT로 대변되는 관람플랫폼의 다변화라는 맥락에 부합하기도 한데 – 디지털 기술 시대의 방송콘텐츠인 드라마의 영상미학 또한 일별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이 책에서는 디지털 영화미학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영화미학이 디지털 영상 시대에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영상미학 현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 시대의 영화미학』은 매 챕터마다 핵심 개념을 중심에 두고서, 최근 디지털 영화의 미학적 특성을 살피고 있는데, 그 분석 대상으로 최근 할리우드 대중영화의 사례를 다룬다는 점을 특별히 언급하고자 한다. 디지털 영화에 대한 영화학계에서의 여러 논의에도 불구하고, 그 연구가 일반적으로 조금은 특수한 현상이나 실험적 영화를 그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최근 점차 소홀해지고 있는 대중영화 작품을 정밀하게 형식적으로 분석하면서, 이를 이론적 배경과 함께 다루는 방식이 이 책의 강점으로 돋보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의 디지털 기술 시대의 영화미학에 대한 탐색은, 이 책이 지향하는 이론적 논의를 보다 충실히 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론적 논의에 어려움을 갖는 독자들에게도 이해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방식일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주봉 국립군산대학교 미디어문화학과

국립군산대학교 미디어문화학과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후, 독일 오스나브뤼크(Osnabrück) 대학교에서 독일영화 연구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군산대학교 미디어연구소 소장, 한국방송학회 영상연구회 회장, 한국브레히트학회 부회장 등 학술활동 이외에도, 무주산골영화제 집행위원, 전라북도 콘텐츠융합진흥원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로는 「근대적 영화관람문화의 등장과 공론장으로서의 영화관」, 「어트랙션 공간으로서 초기영화기 상영공간과 영화경험」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에는 영화사와 영화스타일 연구를 바탕으로 독일영화사, 미디어고고학, 디지털 영화 등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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