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김건희 논문 ‘표절 아님’ 결론…대학의 권위와 기본 스스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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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김건희 논문 ‘표절 아님’ 결론…대학의 권위와 기본 스스로 포기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8.03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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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머지 1편도 "검증 불가능"…박사 학위 유지
- 교수들 “2005년 황우석 이후 기준 제도화…권력눈치 의심”
- 野 “박사 ‘YUJI’ 개탄, 국민대 죽은 날”
- 2030 "尹의 공정 어디로 갔나“
- 학계, 국민검증 돌입

 

SBS 뉴스 캡처

국민대가 표절 의혹이 제기됐던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 게재논문 3편이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자 후폭풍이 거세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대가 면죄부를 줘서 국민적인 공분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고, 장경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yuji하기로 한 국민대 발표에 개탄스럽다"고 비꼬았다.

2030 청년층들은 국민대의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분통을 터트리고 국민대 졸업생 사이에서는 “개탄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대 동문들은 재조사위원회 명단과 최종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국내외 학자 2천여 명이 참여한 지식네트워크는 국민대가 김건희 논문 표절 봐주기로 상식 이하의 결론을 내렸다며 학계 차원에서 국민검증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국민대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아냐” 공식 발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쓴 논문 4편에 대한 표절 여부 등을 검증해 온 국민대가 "연구부정 행위는 없었다"는 최종 결론을 내놨다. 영문 제목에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라고 적은 논문도 재검증을 통과했는데, 대학은 "논문의 질은 검증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민대는 또 다른 논문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검증은 불가하다"는 논리를 폈다. 

국민대가 김 여사 논문에 모두 문제 없다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김 여사는 박사학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1일 국민대에 따르면, 대학은 전날 표절 논란이 일었던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을 포함한 총 4건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한 결과 '표절로 볼 수 없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김 여사의 2008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는 언론 보도와 블로그, 김 여사가 재직했던 디지털콘텐츠 기업 A사의 사업계획서를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MBC 뉴스 캡처
MBC 뉴스 캡처

국민대는 해당 논문과 관련해 "일부 타인의 연구내용 또는 저작물의 출처표시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면서도 "학문분야에서 통상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민대는 그 근거로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의 박사학위가 실무·실용·실증적 프로젝트에 비중을 두고 있는 점 ▲유사도가 높은 부분은 대부분 이론적 배경과 선행연구 고찰에 있다는 점 ▲연구의 핵심 부분에서는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을 들었다. 
 
특정 회사의 특허와 사업홍보 자료를 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피조사자(김건희)가 A사 소유의 특허를 사업화하는 업무를 수행했고 특허권자가 학위논문 작성에 동의했다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학술지에 게재된 3편 중 2편에 대해서도 연구부정 행위는 없었다는 게 국민대 판단이다. 

특히 영문 제목에 'member Yuji'라고 적어 논란이 컸던 논문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에 대해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국민대는 "영문 표현을 포함한 완성도 및 인용에서 미흡한 점이 일부 있으나, 논문의 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위원회 규정상 연구부정 행위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연구부정 행위 여부를 가릴 때 논문 내용에 대한 질적 수준은 감안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인용 부분은 이미 공개된 통계자료를 활용하거나 일반적인 연구방법론에 관한 내용이며, 논문 작성 당시 연구윤리를 가늠할 수 있는 시스템과 연구윤리 교육에 관한 기준이 아직 확립되지 못했다"고 했다.

또 다른 논문인 '애니타를 이용한 Wibro용 콘텐츠 개발에 관한 연구 - 관상·궁합 아바타를 개발을 중심으로'에 대해선 "다소 인용 분량이 많기는 하나 주석에 출처를 밝히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 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 논문에 대해서는 현재 기준에서는 "다소 부적절한 논문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다소 이례적인 판단을 내렸다. 

논문이 발표된 2007년 연구윤리 관련 학계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게 국민대 측 설명이다. 국민대는 검증 불가 이유로 "당시 논문심사의견서 등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대는 김 여사 논문에 대한 검증 압박이 커지자 지난해 8월 예비조사위원회를 꾸려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내부 연구윤리위 규정을 들어 김 여사 논문의 검증 시효인 5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본조사를 거부했다. 이후 교육부가 2011년에 이미 검증시효가 폐지된 점을 들며 재차 검증을 요구하자, 국민대는 지난해 11월 재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국민대는 당초 지난 2월 재조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돌연 대선 이후인 3월31일까지로 기한을 연장했다. 교육부가 조사 결과 발표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지만, 승인 과정 등을 이유로 버티던 국민대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석 달이 지난 8월에서야 이를 발표했다. 

다만 검증시효와 관련해선 “기존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발표 이후 제기될 논란을 의식한 듯 “그동안 논란이 됐던 대학의 자체 연구윤리 지침이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훈령에 위배되는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발표 자료, 담당자도 부서도 없어

KBS는 국민대 발표 자료가 담당자가 누군지, 담당 부서는 어디인지, 궁금한 건 어디에 물어야 하는지 등의 부가 정보가 전혀 없는 일종의 괴문건과 같다고 보도했다.

 

자료=KBS
자료=KBS
자료=KBS

또한 김 여사의 논문 3편은 '표절 아님', 논문 1편은 '검증 불가' 판정을 받았는데 이 판정을 '누가' 한 것인지를 알 수 없게 기술하여 판정의 주체도 불명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결론이 재조사위원회가 4월에 내린 판단 그대로인지, 그 위의 연구윤리위원회가 수정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대학 본부 측이 종합적으로 최종 판단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KBS 취재진이 국민대에 여러 경로로 문의했지만 홍보팀은 물론 대외협력처, 연구윤리위 위원, 주요 보직 교수 등등으로부터 돌아온 답은 하나같이 "말할 수 없다", "드릴 말씀이 없다", "자료 이상 언급할 게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재조사위원회'의 명단은 비공개되고 있다. 재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연구윤리위원회' 역시 대학원장 등 당연직 위원 4명을 제외하고는 누군지 알려지지 않았다. 

결국 국민대는 지난해 11월 재조사 착수 8개월 만에 허무한 발표 자료만 던져놓고 자세한 설명 없이 입을 닫은 셈이다.


◇  야당, “2022년 8월 1일은 국민대가 죽은 날”

더불어민주당 측은 "국민대가 '국민(의힘)대학교'임을 자인한 꼴"이라는 비난과 함께 김건희 여사의 박사논문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강민정 의원은 2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2022년 8월 1일은 국민대가 죽은 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건 교육연구기관으로서 대학의 기본 중의 기본을 스스로 포기 선언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의 논문은 구연상 씨가 쓴 '디지털 컨텐츠와 사이버문화'라는 논문에 문장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베꼈다), 그리고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목차는 해피캠퍼스(대학 리포트·논문 공유사이트)에 있는 '주역의 음양오행사상' 자료와 목차가 순서,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다"면서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세계학술지에 넣어야 하는 논문 중 초록도 2002년 외대 논문 초록과 단어 두 개만 제외하고 다 똑같다. (다른 )두 개 단어도 오타"라고 표절을 주장했다.

강 의원은 "제가 볼 때는 대학으로서 명예를 선택할 것인가, 정치적·개인적 안위를 선택한 것인가 이런 고민에 국민대가 빠졌다고 본다"며 "눈치 볼 사람이 확실히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태 의원은 역시 지난 1일 김 여사가 논문 한글 제목에 '회원 유지'를 영어로 'member Yuji'로 번역했다는 점을 환기시키며 "김 여사의 논문을 yuji하기로 한 국민대 발표에 개탄스럽다"고 했다.

장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대가 김건희 여사의 'member yuji'를 위해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yuji한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다"며 "국민대는 2만여 재학생들과 논문 심사 촉구를 위해 집단 소송까지 취했던 113명 국민대 동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지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YTN 뉴스 캡처

◇ 국민대 동문, 재조사위원회 명단과 최종 보고서 공개 요구

국민대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쓴 논문들에 연구윤리 부정행위가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놓자 국민대 졸업생 사이에서 “개탄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대 동문들은 재조사위원회 명단과 최종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김건희 논문 심사 촉구를 위한 국민대 동문 비상대책위원회’(동문 비대위)는 2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대의 최종 판단이 재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를 겸허하고 충실하게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 ‘논문 게재와 심사 당시의 보편적 기준’ 등으로 포장하여 정치적 의도가 담긴 학교 당국의 입장이 관철된 것인지에 대해서 확인이 필요하다”며 “학교 당국은 이번 결정이 객관적이고 정밀한 조사에 근거한 것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재조사위원회 활동에 참여한 위원들의 명단과 최종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동문 비대위는 국민대가 정권에 기대 ‘자기 합리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문 비대위는 “(법제처 유권해석 요청은) 장관이 바뀐 교육부와 검사 출신이 수장으로 있는 법제처의 판단에 기대어 지금까지의 논문 검증 거부와 버티기, 시간 끌기 등이 정당하였다는 자기 합리화로 끝을 맺겠다는 선언”이라며 “교육부와 법제처에 국민대의 연구윤리 규범을 흔드는 이러한 행위에 기각에 준한 판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동문 비대위는 "국민대의 최종 판단에 외부 비판 정도는 감내하겠다는 학교당국의 정치적 고려와 입장이 반영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됐다"면서 "그 판단이 정치적 의도가 담긴 학교당국의 입장이 관철된 것이라면 이후의 모든 책임은 학교당국이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작년 11월 재조사에 착수하기만 하면 김건희씨 논문에 대한 의혹이 해소될 수 있다고 봤지만 학교 측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재조사위원회는 대선 전에 결론을 내지 않고 시간을 끌며 4월에서야 최종보고서를 국민대연구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추가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국민대의 최종 판단에 인용한 근거들이 어떤 조사에서는 반대의 논리로 쓰였다는 의심이 든다"며 "2012년 의혹이 제기돼 예비조사와 본조사까지 한 달여 기간 내에 완료한 '문대성 전 의원의 2007년 박사학위 논문' 검증에 들이댄 잣대와 상충된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관련해 비대위는 "국민대 동문들은 이미 소송 제기한 '논문 검증 회피의 위법성'에 더해 이번 건과 유사한 문대성 논문 검증과 정반대로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 '논문 검증 결과의 위법성'을 끝까지 소송으로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식네트워크 "국민대, 상식 이하 결론 ... 학계 차원에서 공동대응"
 
3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학계 차원에서 '김건희 논문'에 대한 검증 작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논문의 표절 여부를 놓고 이번에는 국민대 밖에서 새로운 차원의 재검증이 시작되는 것이다.  

3일, 우희종 사회대개혁을위한지식네트워크 상임대표(서울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에 "우리는 국민대 검증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국민대 공식 결론을 지켜본 뒤 그 결론에 따라 적절한 다음 행동을 결정하기로 한 상태였다"면서 "그런데 국민대에서 상식 이하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지식네트워크 교수 연구자모임에서 논문을 상세히 검증할 것이다. 현재 전공 불문하고 학계 전체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학계 차원에서 사실상 국민검증을 개시하겠다는 뜻이다.

2020년 창립된 지식네트워크는 국내외 학자 20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개혁적 교수모임이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의하면, 우 교수는 "이전에 김건희씨 논문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미 지식네트워크 소속 학자들이 내용 검토를 했고, 당시 검토했을 때 논문 문제점은 무척 분명했다"면서 "앞으로 사실에 근거해 학계에서 바라보는 이 사건의 본질을 대중적으로 설득력 있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 교수는 검증 결과 발표 방식에 대해 "현재 내부 논의는 우리의 논문에 대한 판단 결과를 바탕으로 1단계 지식네트워크, 민교협(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등 교수연구자 여러 단체의 규탄성명을 추진하고, 2단계는 더 나아가 교수연구자 개개인의 연명방식의 규탄성명, 3단계는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규탄성명과 집회까지 전개할 계획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우희종 상임대표는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국민대가 남이 특허를 낸 아이디어를 도용해 학위 논문을 쓴 것마저 다 괜찮다는 식의 논리를 만들어 냈다"면서 "우리나라 대학의 학문 윤리나 학위 논문에 대한 밑바닥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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