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류를 독특하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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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류를 독특하게 만드는가?
  •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2.07.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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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규의 과학에세이]

 

                                                         Mariano/Wikipedia, CC BY-SA

인류는 다른 영장류와 어떻게 다른가? 인류는 매우 큰 뇌를 가지고 있어 사고, 기억, 연산과 언어에 특화되어 있다. 다른 종(種)들도 서로 교신할 수 있으나 그들은 문법을 가진 진정한 언어가 없으므로 문학, 음악, 예술, 수학 또는 과학을 갖고 있지 않다. 인류를 제외한 종들은 생존과 번식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 화석을 이용한 연구 결과, 인류의 조상은 30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屬)으로 알려졌다. 잘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인이 루시(Lucy)로, 그녀는 침팬지 크기의 뇌를 가졌으며 직립보행 하였다. 인류가 걷기 시작하면서 자유로워진 손을 사용하여 도구를 조작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뇌가 확장되기 시작하였다. 약 5만 년 전의 인류는 현재의 인류와 비슷한 체구와 뇌, 그리고 언어를 가졌으며, 약 4만 년 전에는 예술과 음악 기구 등의 흔적이 나타났다. 인류의 유전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는 전개 속도가 매우 빨랐으며, 결국 큰 뇌를 출현시켰다.

인류는 특별하게 창조되거나 신성한 형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인류학자인 헉슬리(Thomas H. Huxley)가 1858년에 침팬지, 고릴라와 인류의 뇌에서 유사한 소해마를 발견한 이래, 인류의 해부학적 독특성에 관한 주장은 힘을 잃었다. 1960년에 구달(Jane Goodall)은 인류의 도구 사용이 인류와 다른 영장류를 구분한다는 개념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인류의 특성과 행동은 자연선택에 의해 조각되었거나 선별된 결과물이다. 약 80종의 수컷과 50종의 암컷 동물 종에서 자위행위가 관찰된다. 성 선택은 동물 대부분의 자연선택을 이끄는 힘 중의 하나이다. 생물학적 진화에 대응하는 개념이 문화적 진화이다. 문화적 진화는 사회적으로 전달되며 생물학적 진화는 DNA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본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것이 유전자-문화 공진화이다. 지식과 기술을 전승할 수 있는 능력은 생물학적으로 암호화되어 있으므로 생물학은 문화를 꽃피우며 문화는 생물학을 발전시킨다. 석기 도구의 형태에 바탕을 둔 증거에 의하면, 약 8만 년 전부터 인류는 뛰어난 문화와 기술적 인공물을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점차 인류의 석기 도구는 정교해졌으며, 인류의 아프리카 이외 지역으로의 이주에 핵심이 되는 것은 기술 혁신이었다. 인류는 언어-유사 기호를 가지고 인류 주변의 세계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언어는 인류의 독특한 특성의 일부로 뛰어난 사회적 도구이다. 

인류와 침팬지는 모두 협업한다. 어린이들은 타고난 조력자로, 사회적 가치 기준이 정립되기 전부터 이타적으로 행동한다. 어린이는 타인을 위해 자발적으로 문을 열어주고 떨어진 물건을 주워주며, 도와주기 위해 놀이를 중단하기까지 한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토마셀로(Michael Tomasello)에 따르면, 침팬지는 자신에게 무엇인가 필요할 때만 협업한다. 어린이는 자신의 것을 나누는 데에 대해 덜 선택적이나 침팬지는 가까운 친족, 또는 잠재적 짝짓기 상대하고만 나눈다. 어린이는 단순한 동기만 있어도 돕는 ‘적극적’ 특성이 있으나 침팬지는 더 큰 기대를 바라는 ‘반응적’ 특성을 보인다. 인류는 마음에 대한 지식에 기반해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이해하나, 침팬지는 다른 침팬지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지 못한다. 인류는 다른 사람의 정신 상태를 추론할 수 있는 추상 능력을 보유한 차원에서 독특하다.

 

인류가 가진 ‘초사회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많은 사회적 동물이 존재하나 대부분은 단순한 사회성을 보이는 데 비해, 인류는 복잡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과 협업하거나 교신한다. 인류는 진화역사의 99%를 수렵채집 집단으로 생존하였다. 수렵채집 집단은 고도로 협동적이어서 모든 시간을 서로 돕고 서로를 위해 희생하였다. 수렵채집 생활이 농업과 정착 생활로 바뀌면서 많은 사람이 한 지역에서 살게 되어 개인이 자원과 권력을 독점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비협동적 행동으로 집단 사이에 충돌을 일으켰으며, 이것이 현재 인류의 모습이다. 인류가 작은 집단으로 살아갈 때는 다른 영장류에 비해 매우 협동적이었다. 인지능력 차원에서 인류는 다른 종과 달리 자아, 정신적 호기심과 철학적 사고를 한다. 인류는 수학, 언어, 음악을 포함한 창작 능력을 갖고 있다. 침팬지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나, 우주의 신비에 대해 숙고하지는 못한다. 

분자생물학자인 렌츠(Nathan Lents)는 그의 저서 <그렇게 다르지 않다>에서 비인류 동물 및 인류의 행동과 인지능력의 차이점을 탐구하였다. 그에 따르면, 비인류 동물도 사랑에 빠지고, 가치 있는 물건과 서비스를 교환하며, 죽은 동료에 대한 슬픔을 표하고, 거래 대상으로 교미를 한다. 비인류 동물 역시 시기와 폭력, 탐욕, 불합리한 공포와 편견을 갖고 있다. 자연선택이 동물의 행동을 추동하지는 않는다. 동물은 생존이 최우선 목적이며, 많은 행동이 그 목적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개체의 생존이 행동에 의해서만 유지되지는 않는다. 지구상의 생물 종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그들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형질을 물려받았거나 유사한 진화압에 대한 적응으로 형질을 공유하게 되었다. 명금류의 지저귀기는, 복잡하게 지저귀는 짝을 선호하는 성 선택을 통해 진화되었다. 수컷들의 복잡한 지저귀기가 선택되었으며 그로 인해 그러한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더 많이 전달되었다. 또한 동물은 그들의 나쁜 경험으로부터 연상되는 최악을 염두에 두고 ‘비관적’으로 행동한다. 나쁜 경험 후에 증가한 주의는 생존의 기회를 증가시키는 진화적 적응의 예이다. 

인류는 방대한 지식과 기술을 사용한다. 일부 동물도 구조물을 짓고 도구를 사용하나 인류만이 광범위하고 다양한 도구 세트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도구 세트를 이용하여 지구의 전 지역에서 살아간다. 인류가 어떻게 오랜 시간에 걸쳐 지식과 기술을 정립하고 유지해 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단서가 누적문화(cumulative culture)이다. 누적문화는 누적되는 복잡성을 의미한다. 복잡성이란 측면에서 다른 동물에서는 볼 수 없는 인류의 혁신적인 예는 무엇일까? GPS 위성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혁신으로 이것은 한 혁신가의 두뇌에서 완성된 인공물이 아니다. 대신 디자인, 원격측정법, 물리학과 재료과학의 진보가 수반된 오랜 시간 동안의 누적 결과이다. 인류는 혁신의 결과를 축적하며 이것은 정확한 복제 능력에 의존한다. 인류는 독특한 시간의 궤도를 따라 초기의 창조물로부터 진화해 왔다. 오늘날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인류의 특성은 언어, 지각, 도구 사용, 예술, 음악, 물질문명과 거래 같은 모든 것을 의미하는 ‘현대적 행동(behavioural modernity)’ 또는 완전한 포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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