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패자에게 배우는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 삶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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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패자에게 배우는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 삶의 전략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7.11 0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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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자의 생명사: 38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다! |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 박유미 옮김 | 장수철 감수 | 더숲 | 248쪽

 

흔히 생명의 역사는 혹독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승자가 이룩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38억 년의 유구한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자는 생존 경쟁에서 밀려난 패자였다. 이 책은 최초의 생명이 생겨나고 인류가 출현하기까지 생명의 역사를 패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그들의 강인한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자연계는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먹히는 혹독한 약육강식의 세계다. 강한 생물들이 우글거리는 이 무법 지대에서 연약한 생물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박테리아에 대해 살펴보자. 원시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원핵생물을 오늘날에는 박테리아(세균)라고 한다. 27억 년 전 원핵생물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물이었다. 진핵생물은 눈부시게 진화해서 다양한 동식물이 되었던 것에 비하면, 세포핵도 없는 원핵생물은 상당히 원시적인 생물이었다. 그들은 과연 패자였을까?

하지만 그들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더 크고 복잡해진 생물의 진화에 저항하며 소박하고 단순한 형태를 선택하고 유지했다. 원핵생물은 유전자의 수가 적어 유전자를 복사해서 빠른 속도로 증식할 수 있고, 환경 변화에도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다. 그 결과 많은 생물이 태어나고 또 많은 생물이 사라져도 여전히 핵을 가지지 않은 단세포 생물인 채로 존재하고 있다. 멸종은커녕 지구 곳곳에서 번창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먹는 요구르트나 치즈를 만드는 유산균, 청국장을 만드는 고초균 또한 모두 박테리아다. 그들은 결코 진화의 낙오자도 패배자도 아니다. 단순한 형태의 몸을 선택함으로써 승리자가 된 것이다. 저자는 박테리아를 가리켜 진화에 가장 성공한 종이라고 말한다.

가지고 있는 힘이 미약해서 팀을 짓고 사는 생물들도 있었다. 다세포 생물은 자신의 분열된 세포들을 하나의 집합체인 덩어리로 만들었는가 하면, 바다에서 방어력이 거의 없는 정어리도 하나의 생물인 양 수만 마리의 큰 무리를 이루며 다녔다. 이들은 적과 싸우지 않았다. 서로 도우면서 자신을 보호하며 살아갈 강력한 힘을 얻고자 했다.

38억 년이라는 엄청나게 긴 역사 속에서 패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현명한 선택을 통해 미래의 생존을 준비할 수 있었다.

5억 년 전쯤 맨틀 대류가 일어나 거대한 대륙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줄곧 바닷속에 살던 모든 생명은 이 광활한 개척지를 목표로 삼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척추동물보다 훨씬 빨리 이 개척지로 진출한 것은 식물이었다. 대지가 펼쳐지자 흔히 정적이고 수동적인 생물로 여겨진 식물이 최초로 대지로 진출한 것이다.

최초의 식물이 육지에 진출했을 때 육지에는 단지 모래와 돌뿐이었다. 이러한 황무지에서 살던 식물은 생명 활동을 이어 가면서 세대교체를 반복하다가 고사한 후에는 분해되어 축적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분해되고 축적된 유기물이 풍화한 암석과 섞이면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영양분을 함유한 흙을 탄생시켰다. 여러 생물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 줄 수밖에 없던 연약한 식물이 그들의 조상이 고사해 만들어 놓은 흙을 기반으로 차츰 삶의 터전을 넓혀 갔던 것이다.

이길 수 없는 최대 강자 앞에서 패자들은 그들의 눈을 피해 살아갈 새로운 생활 장소를 찾아내기도 했다. 우리의 조상 포유류도 공룡의 시대에 매우 약한 존재였다. 당시 공룡과의 패권 싸움에서 진 이들은 공룡들의 눈을 피해 밤이라는 생활 장소를 찾아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들은 꿋꿋이 뜻밖의 진화를 이뤄냈다. 적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어둠 속에서 먹이를 찾을 수 있는 뛰어난 청각과 후각을 발달시켰고, 좁은 장소에서 활동할 수 있는 민첩성도 습득했다. 알을 지킬 힘이 없었던 포유류는 배 속에서 새끼를 키워서 낳는 태생이라는 또 하나의 무기를 습득해 진화의 위대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라이벌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즉 네안데르탈인보다 몸집도 작고 힘도 약했던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번성해 살아남았을까?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보다 뇌가 작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기 위한 소뇌가 발달했다. 그리고 약한 힘을 보충하기 위해 도구를 발달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집단을 만들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즉시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다. 결국 능력이 부족했던 호모 사피엔스가 이 지구에 남았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정리한다. “생명의 역사에는 진실이 있다. 이 책을 통해 그 진실을 알아 가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자 한다.” 약자는 소외되고 패자는 다시 일어서기 힘든 무한경쟁 시대에 생명의 역사, 패자들의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길과 희망을 보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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