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택트는 인간관계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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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택트는 인간관계의 본질이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6.28 0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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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선 과잉 사회: 관계의 단절과 진실을 왜곡하는 초연결 시대의 역설 | 정인규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16쪽

 

최근 사회문화적 갈등의 성격이 예전과 달라졌음을 느낀다.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이 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런가? 소통의 도구도 다양해지고 일상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간편해졌는데도 말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관계의 단절은 물론 개인 대 개인, 집단 대 집단은 제각각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한다. 가짜뉴스의 등장은 진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어떤 게 진실인지 알 수 없고 수많은 시선만 난무하는 사회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셜 미디어, 즉 인터넷에 만연해진 디지털 관계가 오히려 관계의 단절은 물론 진실을 왜곡하고 조종하는 문제를 아이콘택트, 시선을 통해 진단한다. 특히 돌연변이 시선, 관음, 조명 중독, 뜯어보기, 전문가의 시선 등 시선에 관련된 일상적인 개념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 포스트모던 사회의 문제를 비판하며 함축적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관계의 회복이다. 관계는 곧 아이콘택트를 통해 얻는 ‘우리’라는 자유를 의미한다. 우리는 마주할 때 서로를 책임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해법으로 자신이 안에서부터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이는 타인과의 관계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관계와 진실. 이 두 개념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두 개념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바로 ‘시선’이다. 

저자는 ‘시선’을 통해 관계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하며, 나 한 사람의 시선에 대한 성찰이 곧 사회 전체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묻는다. “당신은 시선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관계와 진실이 시작된다.

시선의 자유는 자연스럽게 자기형성, 또는 정체성의 자유로 연결된다. 네가 나를 누구로서 보는 것은 내 정체성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내 정체성 자체의 구성 요소다. 정체성의 자유는 시선의 자유에 비해 불안정하고 역동적이다. 타자의 결정에서 생성되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같은 사물을 볼 때 나는 해석의 자유를 경험한다. 

눈은 사람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신체 부위다. 눈은 영혼의 창, 눈이 진심과 교감의 상징을 의미한다. 진심은 내용이 아니라 태도다. 아이콘택트는 무관계로부터의 해방, 사물화로부터의 해방이다. 그러나 오늘날 진심을 열어주는 아이콘택트는 사라져가고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아름다운 삶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것은 다양한 욕망으로 표출된다. 관계로부터 오는 아름다움,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내 마음의 문을 열어 상대방을 들여온다는 뜻이다. 관계는 곧 아이콘택트를 통해 얻는 우리라는 자유를 의미한다. 눈과 눈의 만남은 불안과 갈등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서로의 이해와 배움을 도모하고 서로가 서로의 일부가 되도록 해준다. 우리는 마주할 때 서로를 책임지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인간 하나를 대한다는 책임이다. 참한 사랑과 깊은 우정의 아름다움은 관계를 맺은 내 안으로부터 드러난다. 시선을 위해 준비된 아름다움이 아니라 시선에 의해 피어나는 아름다움이다.

관계의 회복이란 비단 사람과의 관계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가치관, 신념 그리고 진실을 대할 때에도 우리는 진열대 위에 전시된 상품을 보는 눈빛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관계의 회복은 대립과 갈등을 불가피하게 야기할 것이다. 다만 그 대립은 새로운 담론과 배움, 더 깊은 이해를 꽃피우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내가 마냥 모래가루처럼 주물거릴 수 없는 음지의 시야도 존재함을 인정하는 겸허함, 나와 다른 패션의 누군가를 우리 속의 너로 인정하고 품을 줄 아는 책임감, 그럴싸해 보이는 거짓보다는 안개 속의 진실을 고민하는 신중함,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가장 잊고 살아가는 삶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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