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 백제국伯濟國과 진한 사로국斯盧國의 형성 과정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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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한 백제국伯濟國과 진한 사로국斯盧國의 형성 과정에 대한 연구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6.1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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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한·진한의 정치와 사회 | 이현혜 지음 | 일조각 | 512쪽

 

이현혜 한림대학교 명예교수가 그동안 발표한 마한 백제국伯濟國과 진한 사로국斯盧國에 대한 글들을 보완, 정리하여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지금까지 발굴된 고고학 자료들과 고고학자들의 활발한 연구 성과를 토대로 삼한, 특히 백제와 신라로 성장하는 마한과 진한에 대한 기왕의 연구들을 업데이트한 것이다.

마한 백제국과 백제, 진한 사로국과 신라는 죽순과 대나무의 관계로 비유된다. 죽순이 자라서 대나무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죽순과 대나무는 엄연히 다른 존재이다. 그 분기점을 어디로 잡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의문은 마한소국연맹체와 진한소국연맹체가 백제와 신라라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정치조직체로 탈바꿈하는 내적·외적 원인이다. 고분, 성곽, 토기, 위세품 등의 고고학적 자료는 이러한 변화의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한국 고대국가 형성 과정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백제가 신라보다 무려 100년 이상 앞선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한 백제국이 진한 사로국과 달리 단기간에 질적·양적으로 급성장을 이룬 배경이나 토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백제나 신라 모두 삼한으로부터 성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백제가 신라보다 성장 시기가 빠르고 문화 수준이 앞섰다는 인식은 문헌 중심 연구가 일반적일 때 형성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헌사가들이 제시한 백제 국가 형성과 발전 단계에 대한 기왕의 인식을 검증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문헌사가들이 설정한 백제 국가의 발전 도식을 염두에 두거나 이를 의식하면서 고고학자료를 해석하는 경향마저 있다.

저자는 신라 국가 역시 진한 소국들 중 하나였던 사로국이 진·변한의 다른 소국들을 병합하여 성립하였기에 백제의 국가 형성 과정과 공통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문헌기록상 3세기 말까지도 마한과 진한 소국들의 정치·사회적 발달 수준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대중국 활동이나 문화 교류의 기회도 비슷하였다는 것이다. 고고학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기술이나 문화적 수준도 진한 소국들이 앞설지언정 뒤지는 형세는 결코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한 백제국은 3세기 후반 고이왕 대에, 진한 사로국은 4세기 후반 내물마립간 대에 연맹왕국 단계에 도달하였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증가된 고고학적 물질자료와 연구 성과를 토대로 삼한의 발전 과정, 즉 마한 백제국과 진한 사로국의 성장 과정을 다루고 있다. 특히 백제나 신라의 국가 형성 과정을 연구할 때 백제와 신라에 서로 다른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폈다. 고고학자료가 크게 늘어난 현시점에서 문헌자료를 토대로 한 백제와 신라 국가 형성에 대한 발전 도식의 검증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I부에서는 삼한 소국 형성의 토대가 되었던 초기철기시대 읍락집단을 다루었다. 1장은 이들이 삼한 소국의 읍락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는 데 주력하였으며, 2장은 초기철기시대 충청·전라 지역에서 크게 번성하던 읍락집단과 청동기들이 기원전 2세기 말부터 급격히 쇠퇴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Ⅱ부에서는 마한 사회의 형성과 마한 백제국이 성장하여 백제 국가에 이르는 과정을 다루었다. 1장에서는 마한의 기원과 정치적 성장 과정을 다루었고, 2장과 3장에서는 백제국의 초기 중심지와 하남 이주 시기, 그리고 『삼국사기』에 나오는 마한과 백제국의 상호 관계에 대한 인식을 다루었다. 4장은 3세기 고이왕 대 백제국의 정치·사회적 통합 수준에 대한 기존의 견해를 재검토하였으며, 5장에서는 고고학자료들을 근거로 백제 근초고왕 대는 신라 내물마립간 대(356~402)와 비슷한 연맹왕국 단계였음을 서술하고 있다. 6장은 근초고왕 남정(369) 이후의 영산강 유역 옹관묘 사회와 백제 중앙 정부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다. 

Ⅲ부에서는 진한 사로국의 구성과 신라 국가로의 성장 토대를 살피고 있다. 1장에서는 신라 건국 신화에 나오는 6촌이라는 정치체가 후대에 부회된 허구적인 존재가 아니라 경주 일대에서 조사된 목관묘·목곽묘 자료와 출토 유물들을 근거로 역사적 실체임을 논증하였다. 2장에서는 석씨昔氏 이사금 시대를 중심으로 사로국이 진한소국연맹체의 가장 우세한 맹주국으로 성장하는 배경을 철 생산, 농업생산력 발달, 교역로 확보 등을 통해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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