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 예술사의 걸작을 모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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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 예술사의 걸작을 모아 보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6.19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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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사 TOP10: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인류 문화의 걸작 | 제라르 드니조 지음 | 배영란 옮김 | 미술문화 | 336쪽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 예술사의 다채로운 화젯거리를 열 가지씩 선별하여 소개한다. 원시 미술, 고대 문명, 중세 문명, 르네상스 시대, 17세기 바로크와 고전주의, 18세기 계몽주의와 대혁명, 19세기 혁명과 반동, 20세기 모더니즘, 현대의 창작 예술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9장으로 나누었다. 각 장을 시작하면서 당대의 특징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어, 본문에 등장하는 예술계 이슈 TOP10을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다.

우리에게 친숙한 명작들을 주제별로 한데 모았다. 단 두 페이지에 하나의 테마 아래 열 가지 작품을 담아냈기 때문에 독자는 특정 시기나 특정 예술가의 예술 경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 예로 〈르네상스 미술의 요람 10〉에서는 르네상스가 성행한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밀라노, 피렌체, 로마, 베네치아 등)의 특징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풍속화 10〉은 풍속화 장르가 새로이 유행한 18세기 서구 미술계의 경향을 잘 보여준다. 〈19세기 미술계의 화제작 10〉은 19세기에 스캔들을 일으켰으나 오늘날에는 명작에 반열에 오른 작품을 소개한다.

시대를 가로지르며 특정 주제를 탐구할 수도 있다. 〈미술사의 주요 십자가형 작품 10〉에서는 14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화가들이 주요하게 다룬 주제 ‘십자가형’을 깊이 고찰하는 한편, 〈미술사상 가장 뛰어난 자화상 10〉에서는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나아가며 탁월한 ‘자화상’을 선별한다. 〈미술사의 대표적인 누드 작품 10〉은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누드화 장르의 변천사를 드러낸다.

이 책은 예술사의 굵직한 사건을 다루는 동시에, 한 시대를 이끌어간 천재적인 예술가들을 면밀히 조명한다. 미술계에서는 조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뒤러, 라파엘로, 카라바조, 벨라스케스, 루벤스, 렘브란트, 푸생, 자크 루이 다비드, 고야, 반 고흐, 세잔, 모네 등 거장들의 걸작 열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음악계에서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드뷔시의 대표적인 열 가지 작품을 통해 그들의 음악 세계를 깊이 탐구한다. 이처럼 이제는 ‘고전’으로 자리 잡은 거장들 외에도, 책에서는 20세기와 21세기 역사에 새로이 이름을 남긴 걸출한 예술가들 또한 다룬다. 저자는 화가 파울 클레, 로베르 들로네, 바실리 칸딘스키 등의 대표작 열 점을 다루면서 많은 이들이 어렵게 느끼는 현대 미술 사조를 친근하게 풀어낸다.

 

이렇게 한 예술가의 작품 세계를 깊이 파고들다 보면 예술 그 자체에 대한 애정도 한층 깊어진다. 그리하여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걸작 10〉을 읽다가 낭만주의 음악에 매력을 느껴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 10〉으로 넘어가거나, 〈파울 클레의 걸작 10〉을 읽다가 현대 추상 미술에 흥미가 생겨 〈추상 미술의 걸작 10〉을 펼쳐보게 된다. 이렇게 관심의 영역을 넓혀가다 보면 예술사의 흐름이 보인다.

이 책에는 기존의 예술사 서적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움이 있다. 저자는 서양 문명에만 치중하지 않고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중동 등지로까지 나아간다. 〈아프리카 미술 걸작 10〉에서는 가봉, 콩고민주공화국,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 대륙에서 여러 민족이 만들어낸 진귀한 예술품을 소개하고, 〈이집트 미술 걸작 10〉에서는 널리 알려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외에도 네바문 분묘 벽화, 하트셉수트 여왕 신전, 투트모세 오벨리스크, 『사자의 서』 등 이국적인 보물들을 보여준다. 새로운 대륙에서 발견하는 예술은 시야를 확장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다른 한편, 새로운 예술은 새로운 경향을 동반한다. 이 책에서는 사실주의, 인상주의 자포니즘, 아카데미즘, 나비파, 아르 누보, 표현주의, 큐비즘,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등 근·현대의 새로운 미술 사조를 꼼꼼히 다룬다. 그러나 새로운 예술 흐름에 대한 탐구는 회화 영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아르 브뤼와 행위 예술 같은 낯선 장르부터 스트리트 아트와 만화 및 그래픽 노블처럼 친근한 장르까지, 저자는 예술사를 종횡무진한다.

예술에 대한 사랑은 내가 좋아하는 특정한 예술에서 시작된다.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그 경계를 넓히며 다른 영역으로까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끝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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