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일깨워 준 대학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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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일깨워 준 대학의 본질
  • 김범수 논설위원/서울대 자유전공학부·정치학
  • 승인 2022.05.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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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칼럼]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의 일상을 억눌러 왔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 유행도 이제 서서히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올 여름 또는 가을에 유행이 다시 시작한다는 전망도 있지만 그래도 모처럼만에 재개된 오프라인 활동으로 대학 캠퍼스는 예전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경우도 지난 5월 중순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학생들이 오프라인으로 참여하는 축제를 열었다. 캠퍼스 곳곳에 학생들이 모여 웃고 떠들며 페스티벌 공연과 학내 심야 캠핑 등 다채로운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이런게 대학이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한 방역조치 완화와 함께 5월 초부터 본격 재개된 오프라인 대면 수업을 통해 만나는 학생들도 반갑기만 하다. 코로나19 이전 마지막 오프라인 대면 수업이 2019년 12월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거의 2년 6개월만의 오프라인 대면 수업이다.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아직은 조금 답답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컴퓨터 화면이 아니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정겹기만 하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사라졌던 캠퍼스의 일상이 되돌아오면서 한 동안 잊고 지냈던 대학의 본질을 새삼 깨닫게 된다. 대부분의 주변 교수님들이 이야기하듯이 지난 2년 반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필자가 느낀 바는 단순한 지식 전달의 경우 온라인 수업이 더 편하고 효율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는 점이다. 학생들도 괜히 학교에 오가며 길에서 통학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 집에서 온라인으로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이야기를 종종한다. 그러나 지난 2년 반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수업하며 경험한 사실은 온라인 수업이 아무리 편하고 효율적이라 해도 강의실 안에서 서로 눈을 마주치며 함께 호흡하며 주고 받는 가르침과 배움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대학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를 명확히 보여준다. 지난 몇 년간 MOOCs를 비롯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지식을 전달하는 통로로서 대학의 위상이 많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단순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 동영상은 말 그대로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넘쳐 난다. 침대 위에 드러누워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세계적인 석학의 최첨단 강의 동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일반화된 온라인 교육은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함께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2년 반 기간 동안의 온라인 교육 경험은 역설적으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대학 교육이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 일깨워 주었다. 많은 교수님들이 공감하는 바와 같이 친구·동료·선후배가 한 자리에 모여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며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대학 현장에서의 경험은 절대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될 수 없다. 온라인 교육이 일반화되면서 오히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교류하고 어울리며 함께 배우는 ‘지식 공동체’로서 대학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는 것 같다. 코로나가 일깨워 준 대학의 본질이다. 

다소 식상한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온라인 교육이 일상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지식 전달 체계를 혁신하고 ‘디지털 대전환’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교류하고 어울리며 함께 배울 수 있는 ‘아날로그식’ 기회와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취업 학원’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지식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 말에는 모처럼 학생들과 술 한 잔 곁들이며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대학 생활 경험도 이야기하며 웃고 떠들어야겠다. 
 

김범수 논설위원/서울대 자유전공학부·정치학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과 한국정치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공정이란 무엇인가: 공정한 나를 지켜줄 7가지 정의론』(아카넷, 2022), 『한일관계 갈등을 넘어 화해로』(박문사, 2021, 공저), 『인권의 정치사상: 현대 인권 담론의 쟁점과 전망』(이학사, 2010, 공저) 등의 저서가 있으며, 정의, 인권, 평화, 민족주의 등 현대정치이론의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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