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종교적 신념과 관행을 형성한 가장 근본적인 요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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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종교적 신념과 관행을 형성한 가장 근본적인 요소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5.23 0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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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부, 주술, 정령들: 모든 종교에서 발견되는 원시적인 요소들 | 엘리 에드워드 베리스 지음 | 김성균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96쪽

 

로마의 종교적 신념과 관행을 형성한 가장 근본적인 요소들을 검토한 책이다. ‘주술’로 통칭되는 ‘신비한 행위와 주문’은 기묘하게 왜곡된 생각습관에서 생겨난다. 그런 생각습관에 사로잡힌 개인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가설을 끝내 확신해버린다. 첫째, 결과와 원인은 동일하다. 둘째, 인간을 닮은 것이나 사물을 닮은 것은 인간자체이거나 사물자체이다. 셋째, 생각의 유사성은 사실의 유사성이다. 넷째, 인간을 한 번 접촉한 것은 계속 접촉한다. 이렇게 하여 미신이 탄생한다.

고전학자 겸 비교종교학자 엘리 에드워드 베리스는 고대 로마 종교의 원시요소들을 발견하려는 연구를 최초로 시도했다. 그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작성된 많은 고문헌을 탐독하여 발견한 진기하고 흥미로운 사실들을 근거로 이 원시요소들을 고증한다. 터부, 주술, 정령들로 집약되는 이 원시요소들은, 베리스가 신중하게 주장하듯이, 대체로 발달한 여타 종교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공통요소들이다. 

그는 “여느 인간종족의 종교를 파악하려는 연구도 바로 그런 원시적 공통요소들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고 제안한다. 이러한 원시요소들은 다양하게 종교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주술은 터부와 정령들을 연결시키는 핵심기제로 모든 종교에 잔존하고 있다. 그것이 즉 의례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여러가지 터부와 주술 정령들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 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종교는 계속해서 발전하였지만 주술은 여러가지 이유로 박해를 받았고, 행해지지 못하도록 탄압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흑기인 종교시대에부터 미신으로 치부된 주술은 현대에도 문명세계의 종교들과 야생세계의 원시종교들뿐 아니라 현대의 “첨단”과학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을 우리는 여러가지 사실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렇게 주술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까?

종교시대와 과학시대에 미신으로 치부된 마법, 요술, 사술, 마술(흑마술黑魔術과 백마술白魔術) 따위는 주술의 별명들이었고, 마력魔力과 요기妖氣는 주력呪力(마나)의 별명들이었으며, 무녀(무당), 마녀(요녀), 마법사(마남), 마술사 같은 호칭들은 성직자(랍비, 사제, 목사, 율법사, 승려)와 차별화된 주술사의 별칭들이었다. 

유럽에서는 종교가 주술을 미신으로 간주하여 청산하려고 아무리 잔혹한 마녀사냥과 종교재판을 자행했어도 그럴수록 종교는 오히려 미신을 더 흡사하게 닮아가다가 기복신앙으로 변질되어 종교개혁을 당한 반면에, 주술은 문예와 연금술에서 활로를 되찾거나, 오히려 문예와 연금술을 부흥시켜서 옛 위력을 서서히 회복했다. 민간에서도 주술이 비록 마녀들의 동굴이나 부엌 같은 음지들로 떠밀렸을망정 온갖 유령과 잡귀의 존재를 가정하거나 믿는 갖가지 점술과 비밀의례의 형태로 암약하거나 행세하면서 유유히 전래되었다. 

멀리 조선에서도 유교가 불교와 주술(무속신앙 또는 토속신앙)을 싸잡아 미신으로 간주하여 심하게 억압했지만 불교와 주술은 결코 사멸하지 않았고 때로는 서로 영합하면서 기복신앙의 형태로 민간에 면면히 존속했다.

우리는 미신이나 주술 또는 종교의 원시적인 요소들을 현대의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다. 게다가 현대사회에서 다양하게 진행되는 민간축제들은 여전히 그 기반이 주술에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이러한 원시종교적 요소들이 어떻게 발전해 나왔는지 살펴보게 된다. 그래서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는 이들 종교의 원시적인 요소들의 근본적인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고,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그 근원적인 모습은 어떠한지 살펴본다. 그것은 현대 종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인간 심리를 파악하는데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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