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국민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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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국민의 나라』
  • 서유경 논설위원/경희사이버대
  • 승인 2022.04.2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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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경 칼럼]

필자는 2017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약 4년 5개월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정책자문 활동을 해왔다. 이런 점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를 가장 밀착해서 지켜 본 ‘개입된’ 관객 중 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 같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정부가 맡겨진 5년 임기를 마치고 역사의 뒤안길로 비껴나는 것이 한편으로는 아쉽고 다른 한편으로는 홀가분하기도 하다. 역대 정부가 모두 그러했듯 문재인 정부 역시 공과 과가 반반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3일, 『위대한 국민의 나라: 문재인정부 5년의 기록』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퇴임을 준비하는 제19대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에서 지난 5년의 주요한 정부 성과와 좋은 기억들을 엄선하여 총4부 491쪽으로 엮어 낸 것이다. 필자는 4월 15일 정책기획위원회의 마지막 전체회의 이후 이 책을 증정 받았다. 감사하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그간 위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감사의 표시로 위원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신 것이다. 책의 첫 장에 ‘위대한 나라, 위대한 국민입니다.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친필 서명과 함께.

잠시 시간을 내서 책의 내용을 훑어보았다. 제1부 ‘선도국가’ 편에서는 1964년 창설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개발도상국’ 그룹으로 출발했던 대한민국이 57년 뒤인 2021년 ‘선진국’ 그룹으로 승격되었다는 기분 좋은 사실을 소개한다. 이 기구 설립 이래 지금까지 그런 사례가 전무했다 하니 이는 대단한 국가적 성취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일곱 번째의 ‘3050’ 국가이고, G7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선진국이니 G5의 고지 도달도 백일몽은 아닐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2부 ‘위기 극복’ 편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록들이 소개된다. 첫 번째는 2019년 8월 2일 일본의 기습적인 ‘백색국가’ 지위 박탈 선포에 대해 우리 정부가 불과 사흘 뒤인 8월 5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발표와 함께 즉각적인 대응체계를 가동함으로써 최대의 경제위기를 최선의 기회로 바꾼 성공담이다. 다음으로는 2020년 1월 불시에 찾아온 코로나19 위기를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K-방역 체계 운영을 통해 극복한 2년에 걸친 대역전 드라마다. 최첨단 ICT 추적시스템, 마스크 5부제, 드라이브 스루 진단방식, 국산 백신ㆍ치료제ㆍ진단 키트 개발, 놀라운 백신 접종 속도와 접종률 등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 따라하기’ 열풍을 일으켰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런 와중에 2020년 3분기 이후 경제 회복 속도도 선진국을 제쳤을 뿐 아니라 당당히 세계10위로 도약했다고 보고한다. 한국인들에게는 말 그대로 위기가 곧 기회인 셈이다. 우리 한국인의 DNA에는 뭔가 특별한 게 들어 있는 것일까. 1997년 IMF 위기도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도 2016~17년 국정농단 위기도 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고, 심지어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재앙도 한국인의 지독한 극복의지를 꺾지는 못한다. 

이런 맥락에서 2021년 5월 10일 취임 4주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대국민 감사 메시지를 내놓았다. “위대한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 국민은 고난의 기나긴 터널 속에서도, 서로 인내하며 연대하고 협력했습니다. 세계가 부러워할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을 재발견하고,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은 오직 국민 덕분입니다.”       

3부 ‘포용국가’ 편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문재인 케어’와 ‘치매 국가책임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포용적 사회복지 제도의 성과를 소개한다. 특히 선택 진료비 전격 폐지, 상급 병실 보험 적용, 간호ㆍ간병 종합 서비스 병상 규모 확대 등 획기적인 의료 서비스 개혁을 통해 국민 3천9백만 명이 약 12조 1천억 원에 달하는 의료비 혜택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밖에도 장애 등급제 폐지, 아동 수당제 실시,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국공립 보육 시설 확충, 고교 무상 교육 실현, 한부모 가정 지원, 근로 장려금 수급 가구 및 수급액 증가 등이 대표적인 포용적 사회복지 정책의 성과로 제시되었다.

4부 ‘나라다운 나라’ 편에서는 대한민국 국격 상승의 다채로운 측면들을 보고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삶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라는 국정철학의 실현 노력이 돋보였는데, 신속한 재난 대응체계 확립, 소방청ㆍ해양경찰청ㆍ질병관리청 등의 행정기능 강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국가 및 독립 유공자 예우 범위 확대,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해외 체류 국민 보호 및 재외 동포 지원 확대, 해외입양 한국인들에 대한 한국산 마스크 지원 등도 다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제고하는 데 적잖이 기여했다.

어디 그뿐인가.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한국전 참전 용사 가족에게 한국산 ‘보은’ 마스크를 우송하고, 개발도상국들에게 마스크ㆍ진단키트ㆍ백신을 공여하며, 아프가니스탄인 ‘특별 기여자’ 구출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세계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코로나19 상황임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새로 취임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처음 마스크를 벗고 영접한 첫 번째 외국 정상이었고, 또 2년 연속 G7 정상회의에 초대된 귀빈이었다. 이것이 1953년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개발도상국 대열에 합류했던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현주소이다. 
     
물론 그 책 서문에 적힌 것처럼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 시대에 따라, 분야에 따라 인정받고 질책 받으며, 때로 재조명되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5년 사이 한국이 ‘위대한’ 국가로, 한국인이 ‘위대한’ 국민으로 격상되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시민의 최종 평가이기도 하다.

 

서유경 논설위원/경희사이버대·정치철학

경희사이버대학교 후마니타스학과 학과장 겸 문화창조대학원 미래시민리더십·거버넌스 전공 주임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주제는 한나 아렌트 정치미학, 시민정치철학,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 패러다임, 한국의 시민사회와 시민운동 등이다. 저서로 The Political Aesthetics of Hannah Arendt(2017), 『한국 민주주의의 새 길: 직접민주주의와 숙의의 제도화』(공저, 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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