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국, 24인의 눈으로 ‘동북아’를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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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국, 24인의 눈으로 ‘동북아’를 바라보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4.23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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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 근대 공간의 형성과 그 영향 | 이이야마 도모야스·오카 히로키·S.촐론·나카무라 아쓰시·한둥위 외 18명 지음 | 소명출판 | 866쪽

 

이 책은 2016년 일본 인간문화연구기구가 발족한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의 최종성과 논집이며, 동북아 지역내 각 분야의 최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6개국 24명의 엄선된 집필진이 다양한 시각에서 동북아 ‘근대’의 특징을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는 다음 3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동북아 ‘근대’를 역사와 사상, 문화적 시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며, 둘째는 한, 중, 일에 편중되어 있는 기존의 동북아 연구의 대상을 몽골과 러시아(소련) 시베리아 지역으로까지 넓혔다는 점이다. 그리고 셋째로는 동북아내 각국가를 배타적인 경계선이 아닌 모두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파악하여 다양한 콘택트 존(접양지역)에서의 접촉과 변화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첫째 근대에 대한 역사, 사상, 문화적 접근은 근대국가의 획일성으로 간과되어왔던 동북아의 독자성에 주목하여 근대화라는 불가피한 과정 속에서도 다양한 성격을 내포하고 있던 동북아 근대를 재조명 할 것이다. 

둘째 몽골과 러시아(구소련) 시베리아 지역을 중시함으로써 종래의 동북아 지역연구가 범했던 ‘편중’을 피할 것이다. 일례로 종래의 중국연구를 보면 ‘중화’ 내부에는 다양성이 존재하고 정치나 사상문화로서의 ‘중화’도 수많은 대립과 문화적 상호촉발에 의한 변화과정을 내포하고 있었음에도 중화라는 틀을 중심으로 한 종래의 사고에는 '중화'적 논리와는 이질적인 ‘비중화’ 측면이 경시되어왔다.

예를 들어 송, 원, 명의 역사를 말할 때, 강남사회와 다른 요, 금 지배하의 북방사회의 경험을 빠트려서도 않되고, 청조의 정치적 통치는 “과거제” 뿐만 아니라 “팔기”를 말해야 하는 것이 “비중화”의 무게를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마지막 셋째로 이 책은 무엇보다 몽골 및 러시아와 같은 비중화를 중요한 요소로 규정하여, 동북아를 특정 경계를 갖는 지역이라기보다 지리적 공간과 사상적 공간을 포함한 “콘택트 존(접양지역) - 역참”이나 우한과 같은 “조약항”, 다롄과 같은 근대적 도시 공간, 쓰시마, 제주, 류큐/오키나와와 같은 도서지역, 그리고 비가시적인 통치이념, 개념, 사상의 접촉, 제도, 조약, 교과서, 유학 등에 주목하여 여러 관계성 및 연쇄성으로 짜여진 네트워크로 본다.

위의 논의를 전개하는 데 있어 근대국가 시스템은 더 이상 암묵적인 전제가 될 수 없으며 서구발 “근대”를 기준으로 한 오리엔탈리즘도 우리 의식 속에서는 대척점에 서게 된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근대에 존재했다고 여겨지는 화이질서도 상대화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서구중심주의와 정통적인 “전통”이라는 의미에서 중화중심주의를 탈구축한 후에 “동북아”를 재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의 근대가 갖는 배타적 영역성, 균일성, 근대성 및 억압, 강박성은 동북아 지역에서 커다란 변동을 일으켰다. 이 책은 동북아에서의 근대적 공간의 형성과정을 하나의 문화적 교착과 촉변-접촉과 변화-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교착과 촉변의 특질을 파악하기 위해 근대화라는 표면적인 스토리에 더하여 지리적 및 사상적인 콘택트 존에 초점을 맞춘다. 또 충돌 및 대립을 수반하는 교착과 촉변을 이념, 제도, 교류 등의 측면에서 고찰한다. 하지만 이 고찰은 단순히 서구의 근대가 동북아에 무엇을 초래하였는가에 그치지 않으며 서구의 근대에 대한 반문이 되어 “미완의 프로젝트”로서의 근대를 보다 보편적인 시점에서 재조명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동북아 지역은 지금도 많은 지역에 국가간의 영토 영해를 둘러싼 대립과 민족문제를 안고 있다. 이 두가지는 근대이래 국민국가의 창출과정과 내셔널리즘으로 인해 불거진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오늘날의 배타적 경계선과 획일적 균일성과는 무관하게 동북아 지역에는 다양성이 넘치는 장구한 역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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