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함께 하는 살아있는 온라인 수업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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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함께 하는 살아있는 온라인 수업 만들기
  • 윤지영 국립창원대·철학
  • 승인 2022.04.10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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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약 2년 남짓의 팬데믹 시대는 대학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올해 초 대학의 전면 대면 수업 원칙으로 인하여 2년 동안 한산했던 대학의 모습이 학생들로 다시 채워지게 되었다. 모노톤의 단조로웠던 대학 캠퍼스가 학생들의 귀환으로 인하여 캠퍼스 곳곳에 오색찬란한 색감이 다시 번져나가는 것과 같은 생기로 가득했다. 대학의 주인은 교수도 교직원도 아닌, 학생들이라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학교를 살아 숨 쉬게 하고 역동적으로 만드는 이들이 누구인가를 절실히 깨달으며 3월의 봄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코로나 확진자의 증가 추세로 인하여, 대면 수업은 다시 비대면 수업으로 재전환되었다. 이제 비대면 수업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 새로운 교육 형태로 자리 잡았음을 인식하게 해준다. 그렇다면 대면 수업을 강행할 수 없는 현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대학의 주인인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원활히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고민은 본인만이 아니라 많은 교수자의 공통적 고민일 것이다.

이러한 깊은 고민은 컴퓨터 화면에 가로막혀있는 듯한 비대면 수업 특유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신의 초상권이 침해 받거나 자신이 학습하고 있는 공간이 다른 이들에게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은 학생들도 많기에, 비대면 실시간 수업이라 할지라도 카메라를 켜지 않은 학생들도 꽤 존재한다. 그러한 그들을 나무라기엔 온라인 수업 화면을 캡처한 후, 인터넷상에 무단으로 배포하여 불특정 다수로부터 조롱과 모욕, 성희롱 등을 당하는 일들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기에 카메라를 무조건 켜라고 강요하기도 어렵다. 또한 카메라에 잡히는 한 개인의 방 안 모습은 그 학생의 경제적 환경까지 가늠하게 하기에 카메라를 켤 것을 의무화하기도 쉽지 않다. 대면 수업에서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던 것들이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제반 환경의 여러 요소들과 겹치면서 비대면 수업 진행의 어려움이 커지는 것이다. 

이러한 비대면 수업 상황에서 소위 살아있는 수업을 꿈꾸는 것은 지나친 몽상가임을 자처하는 일일까? 2년간의 비대면 수업이 일방통행식의 수업 방식에 가까웠다는 깊은 성찰 속에서 조심스럽게 시도해보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수업시간에 핵심 개념이 되는 단어들이나 쟁점이 되는 사안들의 주요 포인트들을 교수자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퀴즈앤이나 패들렛 등의 학생 참여 활동에 용이한 학습 사이트 링크를 수업시간에 공유하여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교수자가 던지는 질문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과 관련 이미지들을 담벼락에 포스팅해서 올릴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생각지도 못했던 학생들의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평소에 고찰할 일이 없었을 만한 원론적 주제들에 대해서도 조리 있고도 풍부한 관점들을 펼쳐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들이 어떻게 가능하게 된 것일까? 학생 참여 활동을 최적화하기 위한 학습 사이트들의 직관적이고 심미적인 디자인이 시각 이미지에 누구보다 익숙한 학생들에게 흥미 유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면 수업시간에서도 잘 들을 수 없던 학생들의 의견들이 자유롭게 나올 수 있는 데에는 다음의 이유들이 있다고 분석된다. 첫 번째로 익명성이 보장된 글쓰기라는 점이다. 대면 수업이나 비대면 수업에서 손을 들고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학생은 드물며, 계속 발표하는 학생들만 발언권을 가지는 일이 다반사이다. 즉 발표력의 경우에는 한 학생의 성향 - 다른 이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이를 좋아하는가의 여부 - 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비대면 실시간 수업에서 학습 참여 사이트에 들어가 담벼락에 글을 적게 되자 활발한 학생인지 내성적인 학생인지의 개인 성향과는 상관없이 학생 참여율이 올라가게 된다. 익명성이 보장되기에 자신이 어떠한 의견을 내더라도 다른 이들의 판단에 노출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발표의 부담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텍스트 중심의 의견 표명 방식이라는 점이다. 면대면의 상호작용보다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익명으로 텍스트 형태의 문자나 메시지, 포스팅을 하기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목소리로 말하기보다 문자로 적어 넣기가 훨씬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온라인 연결성이 보장된 학습 환경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자료들을 빠르게 찾은 후,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보탤 수 있다는 점이다. 대면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은 딴짓이 되지만 온라인 실시간 학생 참여활동 시간에는 인터넷 서핑이 수업 시간의 핵심 개념에 대한 사전적 이해에 대한 정보를 확인,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보다 정제해낼 수 있는 수업 참여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선호하는 익명성, 텍스트 중심성, 온라인 연결성으로 인하여, 비대면 실시간 온라인 수업시간이 살아있는 의견들이 공유되는 현장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허브나 스팟 등의 3D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달이라는 우주 공간이나 아늑한 카페에 교실을 만들거나 게임에 나오는 것과 같은 화려한 공간에 학습공간을 만든 후 학생들을 거기로 초대하여 학습 관련 영상이나 이미지들을 보고 메타버스 공간을 돌아다니게 하는 시도들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영상이 끊어지는 오류가 빈번하기에 영상 이미지 세대인 학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수준까지는 아직 구현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학습자 중심의 대학교육으로의 전환은 학습자의 사회문화적이며 세대적 특성에 대한 파악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수업 방법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수업의 목표를 많은 내용의 전달이 아닌 학습자와 교수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적은 내용이라도 심화 학습하는 것으로 바꾸어야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비대면 실시간 온라인 수업에서 교수자와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려면, 대형 강의가 아닌, 15~20명 남짓의 소규모 강의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올려준 의견들에 대한 세밀한 피드백과 심화된 의견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살아있는 수업을 만드는 일은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왜냐하면 생동감 있는 수업을 위해서는 새로운 수업 방식의 기술적, 내용적 전환에 열려있는 교수자의 지속적 배움의 자세와 변화의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 시대에 가장 많이 바뀌어야할 이들이 그 누구도 아닌 교수자 그룹이라는 점을 직시해내는 일은 냉철한 용기와 깊은 성찰의 힘을 요하는 것이다.


윤지영 국립창원대·철학

국립 창원대 철학과 교수. 프랑스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철학 학사와 석사를, 프랑스 팡테옹 소르본느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공은 프랑스현대철학, 신물질주의, 페미니즘 철학이다. 저서로는 <지워지지 않는 페미니즘>, 역서로는 <자신을 방어하기>(2020)가 있으며 한글, 영어, 프랑스어로 쓴 국내, 국제 전문 학술지에 게재한 45편의 논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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