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의 여정을 조명하고, 이로부터 성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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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의 여정을 조명하고, 이로부터 성찰하다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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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종교개혁의 시대, 1250~1550 | 스티븐 오즈맹 지음 | 이희만 옮김 | 한울아카데미 | 616쪽

 

지금껏 간행된 종교개혁에 관한 수많은 책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역작

1517년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에서 촉발된 종교개혁은 13세기부터 이어져온 유럽 사회의 지적 종교적 탐색과 개혁 운동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종교개혁 발생의 이전 배경과 그 이후 종교개혁에 관해 종교 역사 전문가가 서술한 책이다. 이 책은 1250년부터 1550년에 이르는 기간의 유럽의 지성사와 종교사를 살펴보고, 종교개혁가들의 신학에 대한 지적인 탐구와 개혁의 모색이 대중의 종교적 열망과 결합해 태동시킨 종교개혁의 여정을 조명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스티븐 오즈맹 하버드대 사학과 명예교수로, 그는 사회사적 접근과 분석을 통해 종교개혁은 물론 종교개혁기의 사회·문화 부분까지 이와 관련돼 여러 학문적 성과를 이룩한 세계적 석학이다.

오즈맹 명예교수는 종교개혁의 지적인 연원을 스콜라 철학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에 의하면, 14, 15세기는 지적, 종교적 탐색기였고, 가톨릭교회의 오류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던 개혁가들과 신실한 평신도들의 지적 종교적 열망이 신비주의, 평신도운동, 공의회주의, 인문주의 등으로 발현됐던 시기다. 종교개혁은 중세와 단절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13세기부터 이어져 온 신학적, 철학적 논쟁과 개혁 이념들이 하나로 결합함으로써 중세의 종교를 뛰어넘어 프로테스탄티즘이라는 새로운 종교를 탄생시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책은 최근 정체기에 들어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우리나라 교회에도 좋은 참고서가 될만한 책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교회의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 성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는 종교개혁의 스콜라적 전통, 영성적 전통 및 교회 정치적 전통을 살펴보고 후반부에는 루터, 칼뱅, 츠빙글리 등의 주요 종교개혁가들의 개혁이 어떻게 전개되고, 성공했으며, 때로는 실패하게 되었던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종교개혁의 유산을 깊이 있게 성찰했는 점 또한 이 책의 주요 포인트다. 무엇보다 저자는 종교개혁이 종교적 교리와 관행을 극적으로 변모시킨 종교 혁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칫 별개의 지평에서 논의되기 쉬운 종교개혁기의 지성사와 종교사를 탁월하게 종합하고 역사적 맥락에서 종교개혁을 조명한 이 책은 역사학자 오즈맹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으로 오즈맹은 저명한 필립 샤프 학술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종교개혁이 일상생활에 미친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프로테스탄트 교회에서의 결혼과 사목에 한 장을 할애했다. 가톨릭교회의 사제가 순결 서약을 준수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야기된 악과 부패를 비판하고, 성직자들에게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게 결혼하라는 루터를 비롯한 여러 개혁가들의 권고는 당시의 목회의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자 그것에 대한 실천적인 대안이었다. 오즈맹 명예교수는 성직자가 혼인함으로써 교회에 야기된 장기적인 결과의 하나로 종교가 순화되고, 가정 및 가족이 우선시 됐다고 이해했다. 또, 천상의 그리스도교가 지상으로 내려오게 됐다며 성직자의 결혼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처럼 종교개혁은 종교적 의례와 관행의 변화뿐만 아니라 일생생활과 문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구원론과 인식론을 비롯한 교리 내지 이론으로부터 루터의 사회 철학과 저항권 이론, 종교개혁과 인문주의, 성직자의 결혼, 가톨릭의 종교개혁 등에 이르기까지의 종교개혁의 핵심 이념과 주제를 당대의 역사적 맥락에서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이다. 이 책은 종교개혁에 관한 고전이자 근대 유럽의 종교와 사회 및 문명에 관심을 가진 역사학도와 신학도는 물론 일반 교양인에게도 좋은 참고서가 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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