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따돌림
상태바
어른들의 따돌림
  • 이봉한 대전대학교·경찰학
  • 승인 2022.03.20 2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

흔히 사용하는 ‘왕따’라는 표현은 ‘집단에 의한 따돌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참 자라나는 청소년 사이에 벌어지는 왕따는 그것이 가상공간에서든 현실세계이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다. 승자도 패자도 없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이중으로 엮이는 행위이다. 따돌림의 구조는 가해자, 피해자, 관중, 방관자의 4층으로 되어 있다. 이 중 관중은 자신이 직접 손을 대지 않지만 재미있어 한다든지 주위에서 선동하는 아이들이다. 방관자는 따돌림에 대해 못 본 척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아이들이다. 관중과 방관자는 따돌림을 조장하거나 억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방관자 중에서 중재자가 나오면 따돌림은 억지작용이 미치는 데 반해, 방관자가 따돌림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면 따돌림은 촉진된다. 

반면 성인들의 따돌림은 차원을 달리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왕따는 아직 자아정체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였거나 공동생활에 필요한 사회화가 진행 중에 나타나는 미숙함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집단규범을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개개 학생이 지니고 있는 문제나 상황의 이해, 사회적 기술훈련(Social Skill Training), 상담 등 교육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어른은 어떻게 다른가? 일단 사회적으로 성숙한 인격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그러한 기대를 받으며 사회생활을 한다. 게다가 어른들은 페르소나를 여러 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렇게 해서 성공하거나 최소한 생존전략의 원천으로 삼는다. 따라서 그 자체로 좋고 나쁘다는 평가를 하기는 어렵지만 이로 인해 타인을 힘들게 하거나 괴롭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어른들의 따돌림 패턴을 몇 가지 심리적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간불신이 심한 편이면 남과의 접촉 표면적을 최소화하여 소외될 수 있다.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자기가 존중받고자 무리한 행동을 하다가 왕따 대상이 될 수 있다. 자기현시욕이 강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자기이익을 위해 종종 인간관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그 대가로 따돌림을 받는다. 

하위문화 속으로 들어가면 더 복잡해진다. 범위를 직장이라는 하위문화로 한정한 것이 직장 내 괴롭힘인데 간호사 세계의 ‘태움’이 대표적이다. 이는 일정 기간 개인이나 집단이 지속적·반복적으로 특정 개인을 괴롭히고 사회적으로 배제하거나 개인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분명한 것은 따돌림이 대등한 인간 또는 아랫사람을 향해서 나타나는 현상만은 아니고 역기능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상사나 연장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상습적으로 사회적 오물을 튀기는 사람 때문에 고통 받는 자들의 집단방어 수단이 되기도 한다. 문제어른의 성찰을 촉구하는 무언의 경고이기도 하며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는 일반적인 따돌림은 그 대상자가 본인이 자초한 결과임을 인지하고 그 대가를 감당해내거나 반성을 통해 스스로 개선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성인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과업수행과 관련하여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해본 적이 있는데 이는 타인들의 악의적인 공격의 산물이기보다는 내 자신의 업무능력의 부족과 기대되는 역할수행의 미흡에서 초래된 것이라고 냉정하게 받아들였다. 그러한 결론은 따돌리던 사람들이 모두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일정 부분 근거한다. 

물론 대상자가 유발자가 아니고 문제의 뿌리는 더더욱 아닌 특수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따돌림에도 주목해야 한다. 사이비종교집단이나 막강한 권력기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집단문화의 폐쇄성, 배타성과 비민주성은 그 구성원이 정의롭거나 성실하더라도 심지어 성폭력의 피해자 입장이어도 얼마든지 왕따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직무상의 지위나 인간관계 등의 우위성을 배경으로 업무의 적정한 범위를 넘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야말로 건전한 사회를 질식시키는 병폐가 아닐 수 없다. 구조적인 따돌림 문화에 대해 우선적으로는 조직의 리더가 깨어있어야 하고, 더하여 사회가 집단지성으로 공동대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봉한 대전대학교·경찰학

대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경찰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서 인터넷사기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FBI 국립아카데미 연수(166기), 서울디지털대학교 법무행정학부 교수, 한국경찰연구학회 및 한국경찰학회부회장, 대전대 교수학습개발원장, 세종선거방송토론심의위원회 위원, 대전경찰청 손실보상심의위원회위원장을 역임했다. 『범죄학강의』(공저), 『폴리스 트렌드2020』(공저), 『피해자학』(공역), 『폴리피아 수사』 등 7권의 저서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