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합에서 찾는 한반도 평화 구축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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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통합에서 찾는 한반도 평화 구축의 길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3.1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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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찾다 | 윤성욱·안병억·김유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68쪽

 

우리의 대북정책은 민족의 공동 번영과 평화 공존이라는 일상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여정에 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냉엄한 국제현실 속에서 우리의 최우선 과제가 한반도 평화 구축이라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남과 북은 70여년 간 남북 공존과 번영의 해법을 찾아왔으나 아직 길을 찾지 못했다. 이제 새로운 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이 이 책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데 있어 유럽 통합의 사례를 살펴본 이유이다.

그 여정의 출발점으로 이 책에서는 EU의 통합 사례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경제통합과 평화 구축의 길을 모색한다. 유럽 통합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인물, 사건들을 나름의 고증을 토대로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어, 하나의 이상으로만 생각되던 유럽 통합이 역사적 대전환을 만든 생생한 현실로 다가온다.

유럽의 경제통합 모델을 한반도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유럽의 국가들처럼 南과 北도 분단 이래 70여 년 동안 ‘평화’라는 공동의 가치를 지향해 왔다. 이러한 유럽 통합에 대한 정치적 이해와 사유는 한반도에서 평화에 기반한 경제적 번영과 경제협력을 통한 평화의 제도화, 공고화를 구축해 가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

유럽 단일시장이나 유로화처럼 우리 눈에 비춰진 유럽 통합은 대부분 경제적인 결과들이다. 그러나 유럽 통합의 출발점이었던 ‘유럽석탄철강공동체’ 설립의 궁극적 목표는 유럽 대륙의 평화 구축과 번영이었다. 이를 위해 전범국이었던 독일도 포용했고 심지어 동등하게 대우하였다. 그 목표는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으며, 유럽 통합을 견고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통합 과정에는 수많은 갈등과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유럽 통합을 이끌었던 지도자의 역량,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 초국가기구들의 역할, 그리고 회원국들의 양보와 정치적 결단력으로 위기를 극복해냈다.

유럽 통합의 또 다른 목표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경제를 복구하여 번영을 이룩하기 위함이었다. 우리가 한반도에서 경제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반도 경제통합은 우리 민족의 삶의 질을 격상시켜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한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며 북한의 경제발전과 국제사회로의 편입을 촉진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남북의 경제협력 심화를 통한 경제통합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넘어 평화 정착, 그리고 궁극적으로 통일로 가는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 될 수 있다.

물론 유럽 통합이나 독일 통일이 남북통일의 모델이 될 수 없고 남북 단일시장이나 경제통합도 유럽의 모델을 단순히 모방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책의 저자들은 유럽 통합의 결과물보다는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 필요했고, 통합에 기반이 되었던 유럽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통해 남북 경제통합을 어떻게 추진해야 하며,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다.

유럽 통합이 그랬던 것처럼 남북 경제통합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공동의 목표로 설정하고, 남북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 무엇보다도 남북이 체제, 제도, 인식 등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한반도 경제통합의 실현은 냉전 시대의 유물을 극복함과 동시에 전 세계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훌륭한 귀감이 될 것이다.

물론 남북이 경제통합을 위해 나아가는 길에는 수많은 위기와 갈등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았던 유럽의 교훈처럼 남북도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통합의 길로 묵묵히 나아가야 한다. 미래 한반도의 주역인 우리 후세들이 더는 긴장 상태가 아닌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미래를 꿈꾸며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전쟁의 역사로 얼룩진 유럽 대륙의 평화 정착 과정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구축 방안을 고민하던 저자들은 이 책을 집필하면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번영을 위한 남북 경제통합의 필요성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남북 경제협력이든 한반도 경제통합이든 관련된 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에 봉착해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조만간 남북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경제공동체 설립을 논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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