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교육의 시기에 깨달은 대면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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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교육의 시기에 깨달은 대면의 중요성
  • 진보성 한국방송통신대·동양철학
  • 승인 2022.03.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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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2022년이다. 2년 넘게 지속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시국(이하 ‘코로나 시국’)이 이제는 끝나길 바라는 우리의 소망은 조만간 실현될 수 있을까. 현재 급속히 전파되어 대규모 감염자가 발생하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코로나 시국 종결의 징조라는 확신은 위험하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고비임은 분명하다. 코로나 시국이 종결되면 사회 전반의 운행이 전염병 창궐 이전의 모습으로 회귀하거나, 어떤 방면에서는 코로나 시국에서 쓰이던 방식을 수용하여 새로운 변화의 모습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제도권 교육은 이러한 두 갈래의 향배가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영역이다. 대학 교육의 경우에는 코로나 시국에 동영상 강의를 비롯한 온라인 원격교육을 진행하면서 교수자와 학생 간 소통에 많은 한계가 드러났다. 반면에 학습 성취도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기도 했고, 어떤 경우에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후자를 근거로 코로나 시국 이후의 대학 교육에 온라인 학습 방식을 효과적으로 도입하자는 견해도 활발하다. 그러나 이른바 ‘코로나 시국에서 대학의 정상화’는 대면 교육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들을 회복하는 것이 일차 목표이다. 효과적인 온라인 원격교육의 활용은 선결문제가 해결되면서 자연스럽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태생적으로 원격교육이 존립 근거인 방송대의 경우에 정상화란, 일반 대학의 정상화가 의미하는 대면 교육의 활성화와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방송대 역시 코로나 시국에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대학 교육 정상화의 목적을 함께 공유한다. 코로나 시국에 기존의 대학 교육이 온라인 원격으로 제한·축소되면서 교육체계 전반에 누적된 대면 교육방식에 대한 갈망이 기존에 방송대의 교육 조건에서는 방송대의 학과 수업의 구성원들에게는 항상 존재했다.

평소에 비대면으로 학습하던 전국의 방송대 학생들은 해당 거주 지역의 지역대학과 학습관에서 매 학기 특정 기간 과목당 6시간 정도 운용되는 오프라인 출석강의를 통해 해당 과목의 담당 교수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었고, 직접 만날 기회가 거의 없던 학과 학우들과 대면하며 대학 공동체의 실체를 체감할 수 있었다. 출석수업 외에도 학술제, 문화제와 같은 크고 작은 공식 행사를 통해 교수와 학생들, 또는 학생들 간의 직접 교유가 가능해진다. 비대면이 기본인 원격교육 환경에서 학습자는 자칫 자신의 학습조건을 무미건조하게 느낄 수 있고 학습 동기를 잃을 염려도 있다. 원활한 학업을 위해서는 대면 교육 활동이 필요하고 출석강의와 같은 오프라인 학습 진행 장치는 결핍을 충족하는 기회가 된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 2년간 출석수업이 ZOOM 강의로 대체·축소되었고, 다수가 참여하는 행사 역시 무산되거나 축소되면서 재학생들의 학업 활동은 생각과는 다르게 크게 위축되었다. 원격교육이 주목적이고 학습의 기본이 되는 방송대에서 대면 활동의 중요성은 생각보다 컸다. 그리고 이 중요성은 단순히 효율적인 학습을 유지하는 차원과는 다른, 사람끼리의 소통 면에서 강조된다.

비대면 교육을 지속하면서 우선되는 문제는 교수자와 학생 사이의 소통이거나, 개별 학업성취지표가 얼마만큼 달성되었는지의 수량 통계적인 관점보다는 학생과 학생 사이 소통의 문제이다. 방송대는 공식적인 학생들 사이의 교유가 불가능해지면서 학생회와 자발적인 스터디 활동도 축소 운영되었다. 이런 문제는 비단 교수자와의 직접 대면이 부족하여 학생들 간 자율적인 스터디 활동의 중요도가 높은 방송대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비대면 수업이 일상이 되었으나 기존의 수업 진행이나 평가방식을 고수하는 강의 환경에서 감각적으로 교유하는 직접 소통이 가능한 공론장을 활발히 경험하지 못한 대학생들이 얼마나 발전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발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대학 구성원의 자율성과 창의적인 활동이 온라인 매개체를 사용한다고 해서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끼리의 모임이 동일 시공간에서 대면으로 진행된다면 온라인 동시 공간에서의 활동보다 더 풍부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반강제적으로 맞게 된 코로나 시국 원격교육의 시기에 소중함을 절감한 것은 대면교육과 대면소통의 자리이다. 반면에 원격교육의 장점을 발견하여 대학 교육방식의 이중화를 상상하는 계기도 되었다. 앞으로 대학의 교육방식이 기존 강의실로의 회귀일지, 온라인 방식과 혼융되는 방식일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나 개인적으로 대학 수업의 구성원들이 실제로 한자리에서 만나 교감하고 토론하는 공론 자리가 빨리 회복되어야 한다는 바람은 한결같다.


진보성 한국방송통신대·동양철학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에서 2019년 8월 1일부터 현재까지 전임대우강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진대학교 철학과에서 동양철학을 전공으로 "남명 조식의 수양과 실천"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에서 한문을 공부했다. (사)한국철학사상연구회 한국현대철학분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 『텍스트로 보는 근대한국』(2020, 공저), 『인물로 보는 근대한국』(2020, 공저), 『길 위의 우리철학』(2018, 공저), 『처음 읽는 한국현대철학』(2015, 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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