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보도에 대한 소회(所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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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보도에 대한 소회(所懷)
  • 권장원 대구가톨릭대학교·언론학
  • 승인 2022.03.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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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미디어와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특히, 민주주의 기반의 대의 정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 선거 제도에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1997년, 2004년 선거법 개정 이후 선거에서의 미디어의 역할과 관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폭되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 선거 문화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지만, 개인적이고 대중적인 소통 전반에 걸쳐 미디어가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소위, ‘언론’으로 대표되는 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정치와 선거 제도를 매개로 국정 운영에서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시키고, 정치적 민주화를 도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 전반에 걸친 미디어 보도를 바라보면서 과연 미디어를 통해 제공되는 선거 관련 정보들이 국민적 기대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여지가 적지 않다. 선거 보도에 대해 기존 논의를 통해 제기되었던 우려들 또한 시간이 갈수록 해소되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증폭되는 경향마저 엿볼 수 있다.

국내 미디어 학계에서는 미디어가 선거에 미친 영향력과 관련하여 오래전부터 적지 않은 연구가 수행되어져 왔다. 선거 보도와 관련한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당락 가능성에 입각한 경마식 보도, 의혹에 입각한 폭로와 비방 보도, 갈등 조장과 대결 중심 보도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은 해소되기 어려운 불가피한 점들을 내재하고 있다. 서구 선진국을 포함하여 선거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 전반에 걸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유사한 보도 경향을 내재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20대 대선 보도 역시 여론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한 경마식 보도가 대선 보도에서의 가장 핵심적인 관심사였으며, 특히, 배우자 리스크로 대표되는 각종 의혹과 폭로, 상호 비방이 여론조사 결과와 맞물려 선거 보도의 핵심적인 의제로 연일 부각된 바 있다.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 어려운 녹취 파일 기반의 각종 의혹 제기와 다양한 차원에서의 폭로성 비방 정보에 각 정당 캠프를 대리하는 인사들의 진영 중심적 평론이 가세하면서 선거에서의 갈등과 대결 양상은 선거의 마지막까지 유권자들의 선택에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미디어를 통해 이번 대선을 지켜보면서 국민의 알권리로 포장된 각종 의혹과 비방 정보와 무차별적인 과잉 담론 유통으로 인해 미디어를 통한 공론장의 기능은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공론장 기능에서의 문제는 개별 미디어의 의도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도 분명 작용한다. 현행 미디어 환경은 우선,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보편적 활용과 함께 유튜브, 페이스북 등과 같은 스마트 미디어 플랫폼이 가세하면서 소비자와 광고 시장을 둘러싼 미디어 간 시장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개별 미디어 기업의 경제적 상황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대표적이다. 선거와 관련된 각종 정보가 소비자 확보를 위한 미디어 간 경쟁과 맞물리면서 자극적인 선거 이슈와 표현으로 구성, 선거와 정치 환경을 더욱 혼탁하게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유튜브 등 1인 영상 미디어 플랫폼의 급성장과 함께 메시지 형식에 있어 영상 언어가 더욱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 또한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추상적인 차원에서의 가치와 이념 기반의 논리적, 이성적 사고를 강조하는 문자 언어 중심 미디어에 비해, 영상 언어 중심의 미디어는 시청각 기반의 감각 기관을 통해 제공되는 현실에 대한 유사체험(類似體驗)과 공감(共感)을 강조하는 감성 중심의 메시지 특성을 안고 있다. 영상 기반의 미디어는 추상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정보보다 감각적인 이미지 중심의 정보가 더욱 강조되는 경향이 강하며, 각 선거 캠프에서 정책 표현과 선거 후보자를 돋보이게 하는 이미지 프레임 설정에 집중하는 소통 전략을 구사하도록 하는 언어 환경 요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댓글로 상징되는 대중적 참여 기반의 실시간 소통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다는 점 또한 기존의 미디어 환경과의 대표적인 차별 요인 중 하나이다. 실시간 소통을 통해 유권자들의 반응과 의견을 점검할 수 있어 유권자 중심의 선거 전략과 이슈 개발이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특정한 정치적 이해(利害)를 추구하기 위한 집단이나 조직의 의도적 반응이나 의견이 개입될 경우 유권자의 반응이나 의견, 선택이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함께 내재한다. 영상 언어에 내재한 감성 중심의 이미지 프레임 기제의 작동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참여 과정에서 공감대 형성을 더욱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선거에 대한 과몰입에 기반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작금의 미디어 환경에 내재한 몇 가지 변화 요인들은 미디어를 통한 소통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인이다. 유권자들로서는 각 선거 캠프 진영에서 설정한 다양한 이미지 프레임 기반의 소통 전략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각 정치 진영에서 연일 쏟아내고 있는 각종 의혹과 확인 불가능한 정보와 해석 등이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 여부를 곧바로 판단하기 어렵다. 선거에서의 과잉 담론을 비판적으로 걸러 주고,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회적 거름망 기능이 필요하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국내의 미디어가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었는지, 네거티브 선거,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국내 정치와 선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따른 책임으로부터 국내 미디어 기업들이 과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반성과 성찰의 여지가 적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알권리와 공론장에 대한 관점과 이에 대한 미디어의 역할이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권장원 대구가톨릭대학교·언론학

대구가톨릭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다.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한국언론학회 연구이사및 미디어교육 연구회장, 한국방송학회 감사, 대구경북언론학회장, KBS 뉴스 옴부즈맨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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