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Socrates)와 크산티페(Xanthippe)의 잘못된 만남
상태바
소크라테스(Socrates)와 크산티페(Xanthippe)의 잘못된 만남
  • 연호탁 가톨릭관동대·영어학
  • 승인 2022.02.28 0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호탁의 ‘말로 푸는 역사 기행’]

■ 연호탁의 ‘말로 푸는 역사 기행’ (75)_ 소크라테스(Socrates)와 크산티페(Xanthippe)의 잘못된 만남

 

“낙타는 자신의 혹을 보지 못한다.” --- 그리스 속담

 

소크라테스 선생은 책을 남기지 않았다. 대신 제자인 플라톤과 크세노폰의 저술을 통해 그의 사상과 언행이 전해지고 있다. 독배를 마시고 유명을 달리한 노 철학자, 달리 말해 시니어 한량의 나이는 71세였다(기원전 470~399년). 악처로 유명한 그의 부인 크산티페는 소크라테스보다 40년 이상 어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남편이 세상을 떴을 때 그녀의 나이는 고작해야 30세에 불과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크산티페 사이에는 세 명의 아들이 있었다. 소크라테스가 재판을 받고 사형 집행을 기다릴 무렵 큰 아들 람프로클레스는 어린아이, 막내 메넥세누스와 차남 소프로니스쿠스는 젖먹이에 불과했다. 놀랍게도 60세 즈음에 큰 아들을, 70 고령에 둘째와 셋째 아들을 낳은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소크라테스의 자식들은 하나같이 형편없는 바보천치였다.
 
소크라테스 집안과 크산티페네 집안을 비교해 볼 때 그 위세나 지명도에 있어 소크라테스 쪽이 열세였음을 알 수 있다. 당시 그리스의 작명 전통에 따르면 조부의 이름을 따서 큰 손주의 이름을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신생아의 외가 쪽이 친가에 비해 사회적 위상이 높을 때 외조부의 이름을 빌려 쓴다. 소크라테스의 부친 이름이 소프로니쿠스인데, 소크라테스의 장남 이름은 람프로클레스였다. 따라서 람프로클레스는 크산티페의 부친이자 소크라테스의 장인 이름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세인들은 대철학자인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無知의 知’ 즉 “내가 아는 한 가지는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지적 우월감에 빠진 사람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는 충고도 했다고 알고들 있다. 그러나 사실 이 말은 델포이 아폴로 신전에 새겨진 3개의 금언 중 하나로 신탁을 통해 오래전부터 그리스 사람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온 것이라고 한다.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에서 북서쪽으로 180km 가량 떨어진 곳에 델피(Delphi, 델포이)가 있고, 여기에 아폴로(Apollo) 신전이 있다. 거기 ‘옴팔로스의 돌’이라는 원뿔형의 신성한 돌이 있는데, 세상의 중심을 의미한다고 한다. 옴팔로스(omphalos)는 우리말로 ‘배꼽’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세상의 중심이 델포이에 있다고 생각했다. 

아폴로 신전을 지키는 이는 피씨아(pythia)라 불리는 여사제였다. 그래서 델포이는 피쏘(Pytho: 피씨아가 거주하는 신성 구역)라고 불리기도 했다. 나라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피씨아를 통해 신탁이 이뤄졌다. 

나는 오래 전부터 Socrates라는 이름의 말뜻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그의 이름은 ‘완전한 손상되지 않은 안전한’이라는 뜻의 ‘sos’와 ‘힘’을 의미하는 ‘kratos’의 합성어였다. 소크라테스의 부인 크산티페라는 이름은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황색 말’이라는 의미의 크산티페(Xanthippe)라는 이름은 ‘blond’라는 뜻의 ‘xanthos’와 ‘말(horse)’을 의미하는 ‘hippos’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다. 

말(hippos)이 들어간 이름 중에는 ’필립포스(Philippos, Friend of Horses),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 Horse-tamer 말 조련사) 등이 있다. 고대 그리스 인명에서 말은 귀족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크산티페는 귀족 가문 출신이라고 짐작된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Platon은 그 이름이 ‘넓은, 어깨 폭이 넓은’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름이 신체적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라는 이름은 ‘최적(最適)의, 최상위의, 귀족의’란 뜻의 ‘aristos’와 ‘목적’이라는 의미의 ‘teles’의 합성어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 사회에서 여자의 이름은 남성 이름에 여성 어미를 붙여 사용했다. 이를테면, ‘전투의 승리자(victorious in battle)’라는 뜻의 남성 이름 니코마코스(Nikomachos)에 대응되는 여성 이름은 니코마케(Nikomachē)라는 식이다. 간단히 말해 남성 이름은 -os로 끝나고, 여성 이름은 -os 대신 여성형 어미 -a 혹은 -ē를 붙인다. 

여성 이름에는 ‘작은 것(a little thing)’이라는 개념을 지닌 중성의 指小접미사 -ion을 붙이기도 한다. 그 결과 ‘best’를 뜻하는 ‘aristos’에서 ‘Aristion’이라는 여성 이름이 탄생했다. ‘작다’는 말 ‘mikros’에서 ‘Mikion’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축소적 의미가 없는 중성 어미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쾌활한’이라는 말 ‘hilaros’에서 여성 이름 ‘Hilarion’이 만들어졌다.   

그리스 사람들의 이름은 대개 두 개 어근의 합성형이다. 이름에 쓰이는 합성 성분 중 하나는 아름다움, 힘, 용기, 승리, 영광 등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Demosthenes는 ‘사람’이라는 뜻의 ‘demos’와 ‘힘’이라는 뜻의 ‘sthenos’가 합쳐진 이름이다. 마찬가지로 Nikomachos는 ‘승리’를 의미하는 ‘nike’와 ‘전투’라는 뜻의 ‘mache’, Sophokles는 ‘현명하다’는 뜻의 ‘sophos’와 ‘영광’이라는 뜻의 ‘kleos’, Polykrates는 ‘많다’는 의미의 ‘poly’ 와 ‘힘’을 뜻하는 ‘kratos’가 각각 합성된 이름들이다. 

이름을 구성하는 합성 성분의 순서가 반대인 경우도 있다. Aristokles와 Klearistos 둘 다 ‘aristos’와 ‘kleos’가 합쳐진 이름으로 위치만 다르다. 

   

연호탁 가톨릭관동대·영어학

한국외대에서 영어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명지대에서 중앙아시아사 전공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관동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그동안 『중앙일보』에 ‘차의 고향’,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에 칼럼 ‘문명의 뒤안, 오지 사람들’, 『교수신문』에 ‘욕망의 음식: 음식문화사’를 연재했다. 저서로는 『문명의 뒤안 오지의 사람들』, 『차의 고향을 찾아서』, 『궁즉통 영어회화』,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 몽골 초원에서 흑해까지』, 『문화를 여행하다: Travel, Culture&People』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