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이동, 귀환, 체류의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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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이동, 귀환, 체류의 자유이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1.17 0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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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경계·자유: 실제적 진단과 변증법적 접근 | 하랄드 바우더 지음 | 이영민·김수정·이지선·장유정 외 2명 옮김 | 푸른길 | 272쪽

 

『이주·경계·자유』는 라우틀리지 출판사의 인문지리학 시리즈(Routledge Studies in Human Geographyseries)의 일환으로 지리학자 하랄드 바우더가 쓴 Migration Borders Freedom의 완역본이다. 이 책의 제목은 전혀 다른 단어의 배열이지만 저자는 서문에서 ‘경계(borders)’라는 단어를 동사로 여기면 서술어를 지닌 문장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두 글자로 된 단어가 이어진 일종의 언어 유희 같은 이 제목이 하나의 문장으로 읽힐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이주가 자유를 둘러싸고 있는 경계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주를 통해 더 큰 자유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의 제한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이다. 가령 시민권, 경제적인 안정성, 공동체의 소속, 정부의 보호 등과 같은 것들이다. 자유가 있는 사람이 시민권이 없는 다른 국가로 이주해 갔을 때, 그의 자유는 사라지게 된다. 이주해 간 국가의 노동 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거부되고, 경험의 기회에서 차별받으며, 심지어 범죄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이주는 자유의 경계 지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의미를 요새화된 성벽으로 경계 지어진 중세 유럽 도시로 상상해본다. 성벽 안쪽에는 자유시민들이 거주한다. 성벽 주위의 배후자에는 봉건영주들에게 종속된 농노들이 거주한다. 농노들은 이주를 통해 도시의 성문(gates)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 성문은 그들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수 있을 만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그러나 이주자가 이를 통과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성문지기(gatekeeper)에게 달려 있다. 이처럼 이주는 자유에 근접하는 것이기는 하나, 그것이 곧 자유를 갖게 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이동(성)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슈이며 이주, 경계, 자유와 연관된 관행과 정책들은 커다란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관행과 정책으로 전례 없는 수의 이주자가 사망에 이르거나 권리를 박탈당한다. 이처럼 경계와 이주가 어떻게 연결되어 이주자의 권리와 자유가 거부되는지의 문제에 주목하는 이 책은 다른 한편으로 이주가 권리, 보호, 소속, 경제적 안정성 등을 수반하는 자유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전망하며, 이주자가 그들 자신과 자유 사이의 은유적 도시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리고 지구촌 곳곳의 사례를 들어 문제적인 관행이 일부 지점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고립적인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지구 표면과 그 인구를 영토적 국민 국가들로 분리, 분산시킨 지구적 질서 속에서 체계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은 국경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주자에게 고통을 가하고 있음을 진단하고, 현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그것의 모순점 모두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국경 및 이주에 관한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다.

요컨대, 이 책은 이주, 경계, 자유의 3가지 개념들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즉, 국경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주자에게 가하는 고통을 비판하고, 더 나아가 미래지향적이고 실현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처럼 이 책은 이주자들의 더 큰 자유와 정의를 향한 정치적 행위, 실천적 행동, 학문적 기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제적이고 개념적인 도구를 제공하려는 의도로 집필됐다. 

이 책은 국경을 횡단하는 이동에 관심이 있는, 그리고 당연시되는 아이디어를 문제시해 온 일종의 공식·비공식 활동가들에게 본인들이 인정하려 했던 것이 움직이는 사람들의 “인간성”, “소속의 권리”, “자유의지”였음을 명확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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