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수천 년간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유일한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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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수천 년간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유일한 학문이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1.1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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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은 우주로 흐른다: 문명을 이끈 수학과 과학에 관한 21가지 이야기 | 송용진 지음 | 브라이트 | 416

 

기초학문은 오랫동안 등한시되어 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학은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데다 실생활에는 필요도 없는 학문으로 오해받으며 한쪽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혁신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수학은 다시 ‘세상을 바꿀 지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으로 수학과 과학이 융합되면서 수학 지식과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수학이 미래 산업의 경쟁력이 되는 ‘수리 자본주의 시대’가 온 것이다.

오랫동안 과학은 수학의 일부였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의 과학이 독립적인 학문 분야로 자리를 잡은 것은 길어야 300년 정도다. 공학 분야의 역사도 대부분 200년을 넘지 않는다. 데카르트의 과학철학과 뉴턴의 운동역학이 등장한 뒤 자연과학의 여러 분야가 수학으로부터 분파해 나갔고, 오일러가 수학을 빠르게 현대화시키며 수학과 과학은 더욱 멀어졌다. 그럼에도 수학은 과학의 기초로서 역할을 해왔다. 과학기술의 발전 과정을 보면 수학이 어떻게 문명에 기여했는지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장대한 인류의 역사를 가로지르며 지적 모험을 펼친다. 수천 년간 유일하게 지속 발전해 온 수학과, 이를 바탕으로 꽃핀 과학이 어떻게 인류 문명을 이끌어 왔는지 살펴본다. 이야기는 수학에서 시작해 과학, 종교, 문화, 사회로 종횡무진 뻗어나간다. 0의 탄생 배경, ‘수학’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 수학과 과학이 분리되는 과정, 문명에 끼친 영향 등을 이야기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독교와 라틴어가 과학 발전에 끼친 영향, 중국의 과학이 뒤처진 이유, 유럽이 브랜디를 음료수처럼 마시게 된 배경까지 종교, 철학, 문화, 사회를 걸쳐 폭넓게 분석한다.

수학자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덧셈, 뺄셈 기호를 발명한 독일의 수학자 요하네스 비드만과 네덜란드의 수학자 힐리스 판 데르 후커, 등호 기호를 발명한 영국의 수학자 로버트 레코드, 미지수를 뜻하는 문자 χ를 개발해 문자 계산의 혁신을 이룬 프랑스의 수학자 프랑수아 비에트 등 수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이 등장한다. 8명의 세계적인 천재 수학자를 배출해 세상을 놀라게 한 베르누이 집안, 독일 괴팅겐 대학을 수학의 메카로 만든 가우스, 힐베르트, 클라인 등 위대한 수학자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인류의 삶을 바꾼 뉴턴, 아인슈타인 등 과학자들에게는 수학이 어떤 역할을 했을까? 놀랍게도 아인슈타인은 젊었을 때 수학을 ‘과학을 위한 도구’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민코프스키나 힐베르트와 같은 수학자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수학이 ‘과학적 창조의 근원’임을 깨닫는다. 저자는 여러 수학자와 교류하며 우주를 연구했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풀어내며, 우주의 섭리를 이해하려 했던 수학자와 과학자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수학과 과학이 문명의 흥망성쇠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명나라의 과학은 왜 유럽에 뒤처졌을까? 저자는 유럽과 달리 명나라에는 ‘진리 탐구의 정신’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명나라는 즉각적인 실용화가 이루어질 연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연구만 중요시했던 반면 유럽에서는 자연의 섭리를 탐구하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둔 그리스의 과학철학 덕분에 한 가지 연구를 대를 이어가면서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과학적 발견이 무기를 만드는 데에 쓰이거나 토목공사, 제품 생산 등에 응용되지 않으면 필요 없다고 여긴 중국에서는 유럽에서 이룬 해석기하학, 만유인력의 법칙, 케플러 법칙의 증명,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 확인, 세균의 발견, 원자와 분자의 구조 등과 같은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 모든 성과는 유럽과 같이 과학자들이 자연의 섭리를 평생 연구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환경에서만 가능했다.

이 외에도 저자는 인류의 과거를 되짚으며 수학과 과학이 만들어 온 역사를 살펴본다. 유럽이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몽골제국의 침략, 수많은 비극과 놀라운 성취를 함께 이룬 종교와 과학의 끈질긴 힘겨루기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 과학의 역사도 소개한다. 메이지유신 이전부터 발달한 일본의 과학이 근현대에 꽃피면서 이룬 성과들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양강체계를 이루며 아슬아슬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21세기 과학 전쟁,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나라들의 분투기 등 오늘날 과학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수학은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며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학문이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려면, 수학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은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지성을 단련시킨 수학적 사고의 힘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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