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친위부대 ‘장용영’의 설치·운영이 담긴 『장용영대절목』 국내 최초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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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친위부대 ‘장용영’의 설치·운영이 담긴 『장용영대절목』 국내 최초 번역!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1.1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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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세자의 아들로서 세손 시절부터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자라온 정조가 창설한 친위부대 – 장용영
- 장용영의 설치·운영 등이 고스란히 담긴 ‘장용영대절목’, 국내 최초 번역서 출간
- 조선 후기 군제 연구 및 장용영 실태 파악 등에 훌륭한 참고자료

■ 『역주 장용영대절목 권1』 (수원학자료총서 7) | 곽낙현·김동근·나영훈·이남옥·이병유 옮김 |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 | 2021. 11 | 263쪽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 순탄하게 세손으로 책봉됐지만 11세에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뒤부터 위태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죄인의 아들’이라는 멍에는 그가 왕이 되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세손이면서 세자의 지위를 갖고 있는 그를 반대하는 세력이 갖은 방해 공작을 펼쳤고 신변의 위협까지 느껴야 했다. 영조가 승하한 다음해인 1776년 가까스로 왕위에 오른 정조는 우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수원 화성 건설과 정조의 신변 보호를 위한 호위부대 ‘장용위(壯勇衛)’의 창설은 권력 기반을 다지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평가된다. 장용위(壯勇衛)는 1784년 홍복영의 역모사건이 있은 지 1년 만에 약 500명의 인원들로 구성한 군영으로 이후 1793년(정조 17) 장용영(壯勇營)으로 명칭을 바꿨고, 도성 중심 내영과 외곽 성곽 중심의 외영으로 확대해 기존의 5군영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정조가 왕권 강화 및 신변보호를 위해 창설한 군영(軍營) ‘장용영’ 연혁과 운영 지침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있는 자료 『장용영대절목(壯勇營大節目)』에 기록됐다. '절목'(節目)은 시행령이나 운영 규칙을 뜻한다. 이 책은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장용영대절목』(K2-3369) 3권 3책으로 소장되어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 지원으로 이뤄진 『장용영대절목』 번역 사업을 통해 번역서 1권이 처음 발간됐다고 11일 밝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출신 5명이 1년 넘게 머리를 맞댄 결실이다. 

『장용영대절목』은 3권 3책 총 62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은 건치(建置), 관직(官職), 장교(將校), 차제(差除), 원역(員役), 천전(遷轉), 군제(軍制), 청사(廳舍), 부신(符信), 군호(軍號), 초정(抄定), 참알(參謁), 의절(儀節), 직장(職掌), 겸찰(兼察), 군적(軍籍), 군기(軍器), 형명(形名), 입직(入直), 번상(番上), 배호(陪扈), 징발(徵發), 호궤(犒饋), 이진(肄陣), 강사(講射), 시사(試射), 중일(中日), 사습(私習), 취재(取才), 마정(馬政), 급사(給仕), 급가(給暇), 칙령(飭令), 곤치(棍治) 등의 34개 항목이다. 2권은 경용(經用), 지방(支放), 곡부(穀簿), 회외(會外), 포폄(褒貶), 상견(相見), 회좌(會坐), 문첩(文牒), 시상(施賞), 회계(會計), 반열(反閱), 주휼(周恤), 연한(年限), 잡식(雜式) 등의 14개, 3권은 외영(外營), 승유수(陞留守), 제치(制置), 분공(分供), 친군위(親軍衛), 보군(步軍), 유방(留防), 별군관(別軍官), 도시(都試), 배봉진(拜峯鎭), 고성진(古城鎭), 장별도시(壯別都試), 갈마창(葛麻倉), 노량진(露梁鎭) 등의 14개 항목이다. 이 가운데 제1권에서 장용영의 설치 연혁을 알 수 있는 건치(建置)는 목록에만 나와 있고, 실제 내용은 누락되어 있다.

이번에 번역한 『역주 장용영대절목』 권1은 정조가 왕권을 강화하고 수원 화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친정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설립한 장용영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현존 자료에는 건치(建置)가 없어 33개 항목만 번역했다. 번역문과 원문을 차례로 싣고, 뒤쪽에는 영인본(복제본)을 수록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관리 임명 방법, 승진 방법, 각종 군병 창설 인원수와 증감, 건물과 도장, 상호 간에 지켜야 할 예절, 군대를 지휘하는 신호법, 군사들에게 음식을 베풀어 위로하는 일, 곤장 치는 방법 등 매우 다양하다.

예컨대 곤장을 때리는 곤치와 관련해서는 "조련할 때 절도를 어기는 자는 대장이 경중에 따라서 스스로 결정해 곤장을 치되 모두 먼저 행한 뒤에 아뢴다"고 규정했다.

이처럼 『역주 장용영대절목』 권1은 장용영 군제의 운영과 시기별 사안들을 관직(官職)부터 곤치(棍治)까지 33개 항목으로 제시하여, 장용영의 전반적인 운영 실태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과 중앙 군영으로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점은 상당히 의미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장용영에 대한 정조의 각별한 관심과 애정 또한 엿볼 수 있다. 나아가 이 책은 정조와 장용영 그리고 수원학을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할 것으로도 기대가 된다.

 

곽낙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은 『장용영대절목』의 자료적 가치로 네 가지, 즉 “①향후 수원학 및 정조 시대의 정치사⋅군제사와 관련된 자료들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시켜 준다. ②조선 후기의 군제사 연구의 폭을 넓혀 줄 수 있다. ③조선 후기 정치사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 ④사목⋅절목류의 연구 활용에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를 제시했다.

이 책은 기존의 딱딱한 전문서의 이미지를 탈피해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제와 번역 그리고 각주들을 실어 대중서의 이미지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전문 연구자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하여 원문 사진을 실어 번역과 원문을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역주 장용영대절목』 권1은 2020년~2021년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의 연구지원을 받아 번역 및 출간되었으며, 해제 및 번역을 담당한 5인은 향후 권2, 권3의 번역서를 추가 발간하여 장용영대절목의 번역 완결편을 최종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곽낙현 전임연구원은 해설에서 "장용영대절목은 언제 누가 정리했는지 알 수 없고, 장용영에서 편찬했다고 추측할 뿐"이라며 "이 책에는 장용영 운영에 관한 유일한 기록들이 많이 실려 있어 국가에서 장용영을 창설하고 운영하며 제정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자료적 특징들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필수적 자료"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용영대절목 2∼3권이 추가로 번역되면 장용영의 전체적인 윤곽을 그리고, 정조 시기 정국 운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은이]

* 곽낙현. 한국사학 무예사 전공,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정보화실 전임연구원.
* 김동근. 한국사학 왕실문화사 전공,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수료. 
* 나영훈. 한국사학 정치사 전공,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
* 이남옥. 한국사학 사상사 전공,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
* 이병유. 한국사학 사상사 전공,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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