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어떻게 끝날 것인가? 그에 관한 다섯 가지 흥미로운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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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어떻게 끝날 것인가? 그에 관한 다섯 가지 흥미로운 시나리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11.1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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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는 계속되지 않는다: 천체물리학자가 바라본 우주의 종말 | 케이티 맥 지음 | 하인해 옮김 | 까치 | 264쪽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와 더불어 세상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는 인류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질문이다. 이중에서 우리는 우주가 138억 년 전에 밀도가 극도로 높은 특이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주는 어떻게 끝날 것인가? 그리고 이런 질문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천체물리학자인 저자 케이티 맥은 우주론적 관점에서 이 질문의 답을 탐색한다. 그는 이 책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다섯 가지 우주 종말 시나리오 - 빅 크런치, 열 죽음, 빅 립, 진공 붕괴, 바운스 - 를 소개하고, 각 시나리오가 토대로 하고 있는 우주론의 개념들도 상세하고, 재치 있게 설명한다. 최신의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우주의 종말을 논하는 이 책은 우리의 현재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과학이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관한 전망도 제시한다.

 

우주 종말에 관한 다섯 가지 시나리오

1. 우주가 다시 수축한다고? : 빅 크런치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 그것도 가속 팽창을. 그렇다면 만약 우주가 팽창을 멈추고 다시 수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력이 우주의 팽창 속도를 늦추고 다시 모든 것을 안으로 당기려고 한다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주가 빅 크런치를 맞을 운명이라면, 먼저 빨랐던 팽창 속도가 이내 엄청나게 느려지는 상황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이웃 은하들이 우리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듯 보일 것이고, 아마 우리 은하와 이웃 은하가 충돌할지도 모른다. 은하들이 가까워지고 서로 자주 충돌하면서 우주는 대혼돈에 빠질 것이고, 초거대질량 블랙홀의 중력 상호작용이 더욱 격렬해지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분출될 것이다. 그리고 우주는 빅 크런치를 맞아 내부 붕괴될 것이다.

2. 엔트로피여, 영원하라 : 열 죽음

만약 우주가 계속 팽창한다면, 우주는 어떻게 될까? 팽창이 지속되는 우주의 종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엔트로피를 알아야 한다. 엔트로피는 일반적으로 무질서의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엔트로피는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하므로 무질서해진다고 할 수 있다. 즉 우주가 계속 팽창하면서 우주에 빈 곳이 더 많아지면 에너지는 점차 흩어진다. 에너지가 흩어지면 우주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날 수가 없다. 모든 물질들 역시 뭉치지 못하고 흩어져버린다. 그리고 우주는 너무나도 고요한 종말을 맞을 것이다.

 

                                               원서와 저자 케이티 맥

3. 갈기갈기 찢어지는 우주 : 빅 립

우주가 가속 팽창을 한다는 사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우주에 우리가 모르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무엇이 바로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이다. 암흑이라는 이름은 어두워서가 아니라 이것이 빛과는 어떤 작용도 거부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는 빛을 통해서 우주를 볼 수 있으므로, 빛과의 작용을 거부하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는 과학자들이 연구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대상이다. 암흑 에너지의 성질은 우주의 종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빅 립은 매듭을 푸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 그 시작점은 우주의 가장 크고 성긴 마디인 은하단이다. 은하단의 은하들이 점점 멀어지고, 은하들도 빠르게 흩어진다. 이후에는 항성과 행성들도 궤도를 이탈하여 점차 거대한 암흑으로 사라지고, 우주는 고요해진다. 그러나 이후에 우주의 구조물들은 팽창하는 압력에 시달리다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고 만다. 뿐만 아니라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물질들이 산산이 부서지고, 결국 분자가 원자로, 원자가 다시 원자핵으로 점점 더 부서지면서 우주 공간을 이루는 망 자체가 찢기며 우주는 종말을 맞는다.

4. 빛보다 빠른 우주의 종말 : 진공 붕괴

진공 붕괴로 인한 종말은 말 그대로 진공 상태가 붕괴하는 것이다.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장은 전자의 전하, 입자량 같은 근본적인 자연의 상수들을 결정하는데, 이처럼 힉스 장이 건재한 상태를 힉스 진공 또는 진공 상태라고 부른다. 진공 붕괴는 지금의 힉스 장의 값이 진짜 진공이 아니라 가짜 진공이고, 만약 양자 터널 효과나 양자 요동으로 인해서 힉스 장의 장벽이 무너진다면, 모든 것이 빠르고 깔끔하며, 고통 없이 완전히 파괴된다는 시나리오이다. 어떤 사건으로 촉발되든 진짜 진공이 시작된다면, 그 무엇도 그것을 막을 수 없다. 진공 붕괴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채기도 전에 사라질 것이고, 우주도 작별을 고할 것이다.

5. 반복 또 반복 : 바운스

2015년 9월 14일 오전 9시 50분 45초(UTC)에 처음으로 중력파가 탐지되었다. 중력파의 감지에 이토록 오랜 노력이 들었던 것은 중력이 너무나도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중력이 실제보다 약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즉 과학자들은 또다른 차원으로, 즉 우리 우주보다 더 큰 차원으로 중력이 새어나가기 때문에 중력이 이상하리만큼 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우주를 담고 있는 더 큰 차원이 존재한다면, 다른 우주들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이 우주들은 서로 멀어지다가 마주 치고, 반동 즉 바운스를 일으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우리 우주를 종말로 몰아넣으며 새로운 빅뱅을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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