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분노와 공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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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분노와 공격성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1.10.3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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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타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상처받고 분노하고 때로는 공격적으로 된다. 분노는 인간의 기본 감정으로 마음의 상처, 절망과 스트레스 등에 의해 유발된다. 공격성은 분노에 의한 행동 결과로 나타난다. 인간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도 스스로 분노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분노와 공격성은 쉽게 구별될 수 있다. 분노는 다른 사람 또는 자신이 잘못됐다고 절망적으로 느끼는 무엇에 대한 반감이다. 매일 경험하는 일상에 기쁨과 슬픔이 없다면 삶은 공허한 들판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은 인간다움의 중요한 요소이다. 기쁨, 공포, 불안 그리고 분노 등은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이다. 19세기에 다윈(Charles Darwin)은 동물과 인간 감정표현과 인간의 감정 경험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을 출간한 바 있다. 다윈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도 동일한 감정을 경험하며 동물들 역시 인간과 동일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채 감각정보가 뇌에 전달되어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만(Arne Ohman)과 돌런(Ray Dolan) 연구진이 행한 일련의 연구에서 피험자에게 화난 얼굴 사진을 짧은 시간 보여주고 연이어 무표정한 얼굴 사진을 짧은 시간 보여주면 피험자는 오직 무표정한 얼굴만 보았다고 말한다. 이것은 화난 얼굴이 무표정한 얼굴에 의해 가려진 것으로 무표정한 얼굴은 차폐자극이다. 초기의 실험에서 피험자에게 화난 얼굴을 보여줄 때마다 손가락에 약한 전기 충격을 가하였다. 이런 불쾌한 조건화 과정을 거친 후 피험자에게 화난 얼굴 사진을 다시 보여주면 자율신경계 반응인 피부 전도도가 증가되어 손바닥에 땀이 났다. 한편 행복한 얼굴 사진으로 실험을 행하였을 때는 자율신경계의 반응 조건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연구를 통해 피험자가 화난 얼굴을 알아차릴 수 없을 때도 화난 얼굴 표정에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것을 무의식적 감정이라 한다. 

 

인간의 공격성은 자기 방어에서부터 적극적인 위험한 행동까지 다양하다. 동물들은 포식, 새끼 보호, 짝짓기 기회를 얻기 위한 결투 또는 적에게 위협을 가하려고 공격성을 보인다. 공격성에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요인으로 호르몬인 안드로겐의 수치를 들 수 있다. 동물에서는 계절별 안드로겐 수치와 공격성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덜 성장한 동물에게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하면 보다 공격적으로 되고, 거세하면 공격성이 줄어든다. 공격성에는 약탈적 공격성과 감정적 공격성이 존재한다. 동물에서 약탈적 공격성은 먹이를 취할 목적으로 다른 동물을 공격하는 것으로 이 경우 자율신경계에서 교감신경의 활동 증가와는 관련이 없다. 이에 비해 감정적 공격성은 먹이 사냥보다는 상대방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교감신경과 관련이 있다.

1954년에 미국의 프리브람(Karl Pribram) 연구진은 8마리의 수컷 리서스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에서 편도체에 손상을 입히면 사회적 상호작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연구진들은 우두머리 수컷의 양쪽 편도체를 제거한 다음, 다시 집단으로 보낸 결과 집단 내 서열이 최하위가 되었다. 새로운 우두머리가 된 원숭이의 양쪽 편도체를 제거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이 결과는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공격성이 필요하고 여기에 편도체가 관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960년대에 예일대 의과대학의 플린(John Flynn)은 고양이 시상하부의 서로 다른 부위를 자극하여 감정적 공격성과 약탈적 공격성을 유발하였는데, 특히 감정적 공격성은 내측 시상하부의 자극으로 유발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동물의 편도체 제거수술로 공격성을 줄일 수 있는 것처럼 난폭한 사람도 편도체 수술을 통해 공격성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공격성을 완화시키기 위해 편도체 제거술이 지금도 극소수 행해지고 있지만 약물치료가 일반적이다. 

영장류학자들은 공격적 행동이 반사회적 본능이 아니라 집단 내에서 경쟁이나 협상에 필요한 정상적인 수단으로 여긴다. 공격성이 반사회적 행동이라면 사람을 포함한 대다수의 공격성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공격성은 서열이 존재하는 동물 집단이 서로 싸우거나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공포, 분노와 슬픔 같은 부정적 감정은 실제적으로 건강한 것이고 유익하다. 인간은 부정적 감정을 제거하려고 한다. 스트레스에 처했을 때 뇌는 즉각 신체에게 위급 상황을 경고하며, 즉시 교감신경이 작용한다. 교감신경은 전신에 격투-도주 반응을 준비하도록 빠른 경고를 보내고, 증가된 혈류와 아드레날린은 골격근의 활동을 증가시킨다. 물론 과도한 분노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다른 신체적 변화는 올바른 사고를 힘들게 하며, 결국 육체 및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친다. 

인간은 갈등보다는 협력하는 존재이다. 인간의 한 종(種)으로서의 성공을 설명하는 데 있어 협력이 중심축이라는 증거들이 많다. 그러나 인간이 평등주의자이고, 비폭력적 평화주의자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협력은 인간의 핵심 적응의 하나이나, 인간은 경쟁하며 그것을 행하는 데 공격성을 사용한다. 인간의 공격성은 온순한 언어적 분노에서부터 악의적 살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뇌와 신체 여러 부위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호르몬과 신경화학 시스템이 공격성의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 비정상적인 생물학적 기능과 사회적 상황이 공격적 행동 패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간이 유한한 삶을 영위하면서 자신과 타인을 해치지 않은 일이 가장 큰 덕목일 것이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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