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총선, '중도좌파' 사민당 승리…16년 만에 정권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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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총선, '중도좌파' 사민당 승리…16년 만에 정권교체?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10.04 0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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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포커스] 2021년 독일 총선 분석과 전망

 

올라프 숄츠 독일 사회민주당(SPD) 총리 후보가 2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사민당 본부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베를린 AP=연합뉴스

2021년 9월 26일 제20대 독일 연방하원의회(Bundestag) 선거가 실시되었다. 사민당이 기민/기사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기는 했으나 기존의 확고한 지지층의 감소로 양당 선두체제에는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 결과 제2투표(비례대표 투표) 득표율은 사민당(25.7%), 기민/기사당(24.1%), 녹색당(14.8%), 자민당(11.5%), 독일대안당(10.3%), 좌파당(4.9%) 순이며, 득표율이 5%에 미치지 못한 좌파당 역시 연방하원 입성에 성공했다.

총 의석수는 735석으로 2017년 총선 대비 26석 증가했으며, 사민당 206석, 기민/기사당 196석, 녹색당 118석, 자민당 92석, 독일대안당 83석, 좌파당 39석, SSW 1석이다.

이번 총선은 △위드 코로나 연방선거 △메르켈 이후 양대 정당간의 격전 △녹색당의 성쇠 △법적 지원을 받는 장애인의 투표 참여 등이 특징적인 선거였다. 

사민당과 기민/기사당 간 박빙이었으나, 정치적 인지도가 높은 숄츠 총리후보를 내세운 사민당이 승리했다. 여론조사상 녹색당에 대한 지지율이 한때 최선두를 달렸음을 감안할 때 총선 결과 ‘3위’는 기대에 미치지 못 할 수 있으나, 녹색당으로서는 총선 사상 최대 득표율을 올렸다.

사민당 중심의 연정협상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협상 난항으로 연방정부 구성에 오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사민당이 총 206석으로 최다의석을 차지했으나, 과반석(368석) 확보를 위한 선택지는 협소한 편이다.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의 ‘신호등 연정’ 혹은 기민/기사당과 대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연방정부가 구성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호등 연정’ 협상이 성공할 경우, 연방차원에서는 통일 이후 최초의 다당 연정 내각이 형성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달 28일 발간한 ‘2021년 독일 총선 분석과 전망’ 보고서(작성자: 이현진 세계지역연구센터 선진경제실 유럽팀 전문연구원)를 통해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 2021년 독일 연방하원의회 선거 결과

▶ 2021년 9월 26일 실시된 제20대 독일 연방하원의회(Bundestag) 선거(이하 총선) 결과, 사민당(SPD: 사회민주당), 기민/기사당(CDU/CSU: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 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 순으로 의석수가 배분됨.
- 제2투표(비례대표 투표)의 득표율은 사민당 25.7%, 기민/기사당 24.1%, 녹색당 14.8% 순임.
◦ 제1투표(선거구 투표)는 299석이나 제2투표는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299+α’ 석으로, 이번 총선에서는 총 735석으로 결정됨.
- 47개 정당과 6,211명의 후보가 참여한 가운데 ‘5% 원칙’에 따라 6개 정당 및 예외 원칙을 적용한 1개 정당이 연방하원의회에 진출함.
◦ ‘5% 원칙(Sperrklausel 혹은 5%-Hürde)’이란 군소정당의 난립을 방지하고자 제2투표에서 5% 이상 득표 혹은 제1투표에서 3석 이상 확보한 경우에만 연방하원에 진출하도록 허용하는 것임.
◦ 좌파당은 제2투표에서 5%를 넘기지는 못했으나 제1투표에서 3석을 확보하여 진출 가능함.
◦ ‘남슐레스비히 유권자연합(SSW: Südschleswigsche Wählerverband)’은 연방선거법이 정하는 소수민족 정당으로, 5% 원칙이 미적용됨.
-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76.6%로 2017년 총선 대비 0.4%p 상승했으며, 제2투표에서의 무효표 비중은 0.9%로 2017년 총선 대비 0.1%p 하락함.

 

▶ 이번 총선에서는 기민/기사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과 사민당 지지율 상승으로 사민당이 기민/기사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으며, 기존의 확고한 지지층이 줄어들어 양당 선두체제에 변화가 불가피함.
- 사민당은 제2투표 득표율이 2017년 총선 대비 5.2%p 상승한 반면, 기민/기사당은 8.9%p(기민당 7.9%p, 기사당 1%p) 하락함.
- 녹색당은 지난 총선 대비 제2투표 득표율이 5.9%p 상승하여 창당 이래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으며, 확보 의석수도 100석을 초과하는 쾌거를 이룸.
- 자민당의 지지율도 지난 총선 대비 소폭(0.8%p) 상승함.
- 2017년 총선 당시 녹색당보다 많은 지지를 받았던 좌파당과 독일대안당의 제2투표 득표율은 각각 4.3%p, 2.3%p 하락함.
◦ 특히 좌파당은 제2투표 득표율이 5%에 미치지 못했으나, 제1투표 결과에 따라 간신히 의회 진출에 성공

■ 2021년 총선의 특징

▶ 위드 코로나 연방선거: 이번 총선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는 상황에서 진행된 첫 연방선거로, 우편을 이용한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남.
- 독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는 상황으로, 우편을 이용한 사전투표율 증가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상이 제기된 바 있음.
- 위생수칙과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모든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가능함에도 일부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진다는 음모론 성격의 가짜뉴스가 성행하여 연방선거관리위원회(Bundeswahlleiter)가 이에 대한 사실(팩트)을 설명하면서 공식적으로 대응하기도 함.

▶ 메르켈 이후 양대 정당 격전: 막판까지 사민당과 기민/기사당이 각축하였으나, 정당별 총리후보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숄츠를 내세운 사민당이 근소한 격차로 승리함.
- 2017~21년 대연정 정부의 부총리 겸 재정부장관인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총리후보는 자금 세탁 등의 스캔들이 재기되었음에도 총리후보 TV 토론회에서 ‘승리했다’고 평가받았으며, 강력하고 안정적인 인상을 바탕으로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지지율 상승세가 지속됨.
- 기민/기사당은 정치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아르민 라쉐트(Armin Laschet) 총리후보 선임 이후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메르켈 총리의 유세 지원에도 불구하고 독일 통일 이래 총선 사상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함.

▶ 녹색당의 부상과 하락: 아나레나 베어복(Annalena Baerbock)을 총리후보로 내세운 녹색당의 지지율이 한때 최선두를 달리기도 했으나 실제 총선까지 지속되지는 못함.
- 2021년 4월 녹색당이 베어복을 총리후보로 내세우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하여 최초의 녹색당 총리이자 두번째 여성 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퍼졌으나, 러시아 국영 독일방송인 RT DE의 ‘녹색당 때리기’ 등의 영향으로 6월 이후 하향세가 나타남.

- 이전에는 법적인 지원을 받는 장애인의 경우 연방선거법에 근거하여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았으나, 2019년의 법원 결정으로 해당 조항이 삭제되어 법적 지원을 받는 장애인들도 처음으로 연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됨.

■ 주요 정책분야별 공약 비교

▶ 환경: 대부분의 정당이 기후변화 및 환경 관련 공약을 제시한 가운데, 녹색당의 공약이 가장 급진적임.
- 사민당과 기민/기사당 모두 2045년까지 기후중립 달성 목표를 수립함.
- 녹색당은 재생에너지원 확대를 통한 20년 내 기후중립 달성, 2030년까지 석탄 퇴출, 순환경제 건설을 강조함.
- 자민당은 기후중립 달성 목표시기를 2050년으로 설정함.
- 독일대안당만 환경보호 및 관련 계획에 반대함.

▶ 조세/재정: 각 정당별로 조세와 재정 부문에 대한 입장이 상이함.
- 사민당은 상위 5%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언급함.
- 기민/기사당과 자민당은 점진적인 세금 경감을 약속했으며, 기민/기사당은 정부의 부채 상한을 준수하여 재정수지 건전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함.
- 녹색당은 고소득층(세금 45% 부과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고, 초고소득층 대상 과세제도(세금 48% 부과) 신설, 친환경 예산 확대, 공공자산 투자 시 재정수지 건전화 목표(debt brake) 미적용 등을 언급함.

▶ EU: 대EU 결속 강화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주요 정당이 공감하고 있으나, 그 실현 방법은 상이함.
- 사민당은 유럽재건기금(Next Generation EU)의 중요성과 재정동맹 추진을 강조함.
- 기민/기사당과 자민당은 EU의 공동 부채부담에 반대하고, 역내 코로나19 재건기금은 일시적이어야 한다고 언급함.
- 녹색당은 유럽 차원의 환경, 연구, 인프라, 교육 투자를 위한 유럽 공동재정정책에 찬성하는 입장이며, 유럽 내 반도체 산업 강화를 강조함.

▶ 외교: 미국과 중국에 대한 입장은 대부분의 정당이 유사하나, 대러시아 관계에 대해서는 입장이 상이함.
- 대미국: 사민당, 기민/기사당, 녹색당 모두 대서양 협력관계 강화에 동의
- 대러시아: 좌파당과 독일대안당이 친러 성향을 띠는데 비해 사민당은 다소 중립적이며, 기민/기사당과 자민당은 러시아 제재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녹색당은 노르드스트림 2 프로젝트 중단 등 가장 강경한 반러 입장임.
- 대중국: 중국은 경쟁자이자 협력 상대라는 인식을 공유함.

■ 정부 구성 전망

▶ 연정 시나리오: 사민당은 독일대안당을 연정 상대로 고려하지 않으므로, 이를 제외한 △녹색당, 자민당과의 ‘신호등 연정’ 혹은 △기민/기사당과의 대연정이 가능하나, ‘신호등 연정’을 선호할 것으로 전망
- 사민당+녹색당+자민당(신호등 연정): 3당 협상의 성공은 녹색당과 자민당 간의 이견을 좁힐 수 있는지에 달려있으며, 성공 시 통일 이래 최초로 연방 차원 3당 연정이 형성됨.
- 사민당+기민/기사당(대연정): 주니어 파트너 정당을 하나만 두기 위해서는 기민/기사당과의 대연정을 염두에 둘 수 있으나, 사민당은 가능한 기민/기사당보다는 다른 정당을 선호할 것으로 보임.
- 녹색당 및 좌파당과 좌파연정 구성에 대한 언급도 제기되었으나 이들로는 의회 과반을 얻지 못하며, 극우 성향의 독일대안당은 연정 협상 대상으로 일체 거론되지 않고 있음.
- 사민당의 연정구성 실패 시 기민/기사당에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나, 유일한 가능성이 기민/기사당, 녹색당, 자민당의 구성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희박

▶ 연정협상 장기화 가능성: 연정 참여 정당간의 요구사항을 조절하기 위해 사민당 주도의 연정협상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협상 장기화로 정부 구성이 지체될 것으로 전망됨.
- 2017년 9월 24일 총선 이후 연정협상이 마무리된 2018년 2월 7일까지 총 136일이 소요되었는데, 이번에도 이와 유사하게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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