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징역 4년, 민주당이 판결에 불복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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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징역 4년, 민주당이 판결에 불복하는 이유는?
  • 이재영 경남대·정치학
  • 승인 2021.08.30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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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죄명은 자녀 입시비리와 관련된 사문서위조와 업무방해, 자본시장법 위반, 금융실명제법 위반, 증거인멸 등 총 15개이다. 여기에 대해 청와대는 침묵하는 중이고, 민주당은 안타깝다는 태도다. 특히 이재명, 이낙연, 추미애, 정세균 등 민주당 대선주자는 유죄의 원인을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돌리고 정경심 부부의 판결이 가혹하다고 주장한다. 더하여 정경심과 함께 아픔을 나눈다고 하면서 정경심의 무죄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실관계가 확정되는 2심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선후보는 정경심 편들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한 내로남불(我非他是)일까? 아니면 양자 사이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어떤 이해관계의 일치가 있는 것일까?

정경심의 유죄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정경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 1-2 재판부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구성된 대등재판부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판사 경력 23년 이상의 법관만 임명되는 직급으로, 경력이 높으면서도 법리에 밝은 판사만 보임된다. 대등재판부는 재판장이 공판을 진행하고, 주심이 판결문 초안을 작성하며, 비 주심을 비롯한 3명의 판사가 합의해서 결론을 도출한다. 재판과정도 상당히 길었다. 2019년 9월 6일 검찰이 정경심을 재판에 넘겼고, 2020년 12월 23일 징역 4년의 1심 판결이 있었다. 1심 심리 기간이 무려 1년 3개월이다. 2021년 8월 11일 2심 재판부 역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2심 심리 기간은 8개월이다.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판사 경력 26~30년에 이르는 이승련, 엄상필, 심담 판사로 구성된 대등재판부가 2년 이상 심리를 해서 징역 2년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입을 다물고 있고, 민주당은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으며, 대선주자들은 판결에 불복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내로남불(我非他是)일까? 다른 사례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여비서 성추행 사건이 터지자, 민주당은 곧바로 안희정 충남지사를 출당 및 제명 조처했다.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터지자, 오거돈 부산시장을 제명 조처했다. 역시 재산 신고와 관련해 누락 의혹이 제기된 김홍걸 의원,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은 양이원영과 윤미향 의원, 보좌관의 성추행 관련해서 피해자를 회유한 양향자 의원을 제명했다. 게다가 이스타항공에 대한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는 이상직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이 불법 논란에 휩싸이면 여지없이 손절매했다. 그러나 조국 부부를 포함하여 한명숙, 박원순, 김경수는 오히려 보호의 대상이 되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민주당의 조직보호 본능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진보적 법학자로서 친문 및 친 민주당 성향을 가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할 정도로 애틋하게 총애하는 특급 참모이다. 조국 부부와 민주당 및 청와대는 한 몸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2심은 정경심의 입시 관련 7개 죄목 중,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와 부산 아쿠아펠리스호텔 실습수료증 및 인턴십 확인서 조작을 조국과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정경심의 유죄 판단이 조국의 유죄 판단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범죄를 인정하고 정경심을 내 친다? 민주당은 자녀입시에 불법을 동원하고 이익을 위해 자본시장법 등을 교란하는 정당으로 인식된다. 문재인 정부는 범죄자를 장관으로 임명한 것이 된다. 청와대의 지지율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고, 2022년 제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에도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무엇이 민주당의 조직보호 본능을 자극했을까? 먼저 조국 부부이다. 이들은 자신이 유죄를 인정하면 형량은 대폭 낮아지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국민 대부분이 조국 부부를 민주당 및 청와대와 동일체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무죄를 주장하면 형량은 높아지지만, 민주당과 청와대의 엄호를 받을 수 있다. 죗값을 치른 후 유죄의 책임을 검찰로 돌리면, 개혁의 희생양으로 포장해 재기를 모색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민주당이다. 조국 부부가 유죄를 인정하고 형을 감경받으면, 민주당과 청와대에 부패한 조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그 결과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무죄를 주장하라는 메시지를 내지 않을 수 없었을 상황이다. 선거 승리 후 명예 회복과 정치적 재기를 약속하면서 말이다.

범죄부인과 반성 없는 태도를 고려하면, 정경심에 대한 2심의 판결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래도 조국 부부는 무죄를 주장하고, 청와대는 침묵으로 동조하며, 민주당은 엄호하고 있다. 누가 먼저 제안했던, 조국 부부의 재기와 민주당 및 청와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하지만 이러한 합리적 선택은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를 발생시킨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져 공동체 유지에 해악을 끼치게 되며, 정치인과 그 가족의 부정과 부패를 막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청와대에도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 정치적 수사로 목전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신뢰성과 도덕성에 타격을 받게 된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민주주의의 퇴보를 가져온다. 정치인 자신, 정당, 정부를 위한 정치가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읍참마속! 아픔과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조국 부부를 손절매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재영 경남대·정치학

경남대학교 대학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정치학 개론』(공저), 『국가의 힘: 남북한의 국력 비교』, 『전쟁: 개념, 발발과정, 원인』 등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제3의 물결: 20세기 후반의 민주화』가 있다.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2018)과 국무조정실 국정평가 전문위원(2017~2020)을 역임했으며, 현재 민주평통 자문위원과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의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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