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물음으로서 동물…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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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물음으로서 동물…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 김재철 경북대학교·철학
  • 승인 2021.08.16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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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에게 듣는다_ 『동물철학: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피터 싱어까지』 (한스 베르너 인겐시프·하이케 바란츠케 지음, 김재철 옮김, 파라아카데미, 240쪽, 2021.06)

 

“동물(Das Tier)”이라는 원제로 출판된 이 책은 독일 레클람 출판사의 유명한 소책자 시리즈 중의 하나로서 윤리학 및 과학사를 연구하는 두 명의 저자(H. Ingensiep & H. Baranzke)가 공동으로 집필하였다.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일상적이고 경험적인 지식을 넘어 동물의 “본질”에 대해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동물철학”을 다루고 있다. 책 전체는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동물에 관한 철학사로서 생명철학 및 자연철학의 관점에서 동물에 대한 몇 가지 본질적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2부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기 위해 칸트가 제기한 세 가지 물음을 동물의 본질에 대한 물음과 연결하여 소위 “철학적 동물학”에 관한 논의를 전개한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동물은 일찍이 통상적으로 식물과 구별하는 생물학적 설명을 통해 이해되어 왔다. 이에 따르면 동물은 땅에 고착되어 독립영양을 하는 식물과 다르게 종속영양을 위한 장소이동과 이에 필요한 지각능력을 가진 생명체로 여겨졌다. 이에 대해 최초의 동물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장소운동, 지각작용 등을 포함하는 생명운동의 능력 및 목적론적 질서에 따라 식물영혼, 동물영혼, 인간영혼을 구별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학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동물은 식물과 인간 사이의 중간 존재이며, 최상위에 있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고대철학에 기초한 영혼의 서열은 중세 신학의 창조론을 통해 강화되었고, 근대로 넘어와 생명체를 순차적으로 세분화한 “자연의 스칼라”로 이어졌다. 이러한 정태적 서열에서 이해된 동물은 다윈의 역동적 진화론에 의해 약화되기는 했으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간과의 유사성 및 차이성을 통해 논의되었다. 

현대에 들어서 인간 우위의 관점에 따른 동물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 즉 의인관적 해석은 강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동물의 지각능력을 새롭게 평가하는 행동주의적 연구와 함께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한 현대의 철학적 인간학, 자연철학, 언어 분석철학에서 동물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논의되고 있다. 특히 인간중심주의 및 종족주의에 대한 강한 비판과 함께 동물권의 확보와 동물해방을 위한 동물윤리적 담론이 현대철학에서 등장하고 있다.

1부에서는 이러한 철학사적 맥락에서 몇 가지 동물에 대한 본질적 규정들이 제시된다. 먼저 동물은 개념적이고 추론적 능력을 가진 인간에 비해 감각에만 의존하며 살아가는 하위의 존재로 규정된다. 그러나 이 규정은 이론적이고 윤리적 인식이 감각 및 쾌락과 고통의 느낌에서 비롯되며, 그런 점에서 인간과 동물은 본질적으로 구별되지 않고 감각적인 단계의 차이를 가질 뿐이라고 보는 경험론적 공리주의에 의해 반박된다. 현대 연상심리학과 유인원의 실험에서 파악된 동물 학습이론은 동물도 어느 정도 개념적 사고와 추론적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제인 구달과 침팬지

다른 한편으로 동물은 본능적 존재로 여겨진다. 본능은 일찍이 고대 스토아 철학의 오이케이오시스(Oikeiosis) 이론에서 자기보존 및 번식의 능력을 위한 자연적 경향으로 여겨졌다. 근대에서 본능은 학습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동물의 본유적 행동과 연관된 “자연충동”이라는 개념으로 수용되었고, 이후 다윈에 의해 동물의 적자생존 능력으로 해석되면서 로렌츠의 동물 행동연구로 이어졌다. 현대 인간학에서 겔렌(A. Gehlen)은 인간의 이성도 본능을 축소한 결과로 여기고 본능을 통해 인간과 동물을 구별 짓는 입장에 반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본능에 대한 논의는 현대 생명철학에서 선천적 또는 의식적 목적과 다른 ‘목적법칙(Teleonom)’이라는 중간적 개념으로 등장한다. 

근대철학의 출발에서부터 동물은 자동기계로 규정되었다. 대표적으로 데카르트의 심신이론 및 생명이론에서 동물은 인위적인 기계가 아니라 생명을 가진 정교한 기계로 여겨졌다. 유기체를 기계로 보는 이러한 관점은 19세기 말 화학과 물리학이 발전하면서 강화되었고, 현대에 와서 뇌 과학 및 생명공학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기계론적 동물이해는 동물의 고통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생체실험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동물사용에 대한 권리를 정당화하는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였다. 이로부터 자기의식이 없는 비윤리적 존재에 대한 인간의 직접적 의무의 유무를 다루는 토마지우스(Ch. Thomasius)와 칸트(I. Kant)의 윤리학적 논쟁이 촉발되었으며, 이는 자비 및 동정의 윤리학과 연결되었다. 현대 동물윤리학 및 분석철학은 전통적 의인관 및 윤리학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함께 동물도 인간과 동일한 이익 관심과 생명의 지속성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으며, 동물의 쾌와 고통을 윤리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발전하였다.  

원서
                          원서

마지막으로 현대에서 동물은 주체적 존재로 규정된다. 이러한 입장을 대표하는 윅스퀼(J. von Uexküll)은 1인칭적 의인관과 자동기계론과 다르게 동물이 환경세계에 적응하며 자기세계를 형성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요나스(H. Jonas)는 그의 생명철학에서 생명은 물질대사를 필요로 하지만 운동을 통해 주어진 환경을 자유롭게 변형함으로써 자기를 실현하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동물의 주체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동물에 대한 본질적 규정들은 2부에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위해 칸트가 제기한 물음들을 동물의 관점으로 전환한 물음을 통해 새롭게 해명된다.

첫 번째 물음 ― “나는 동물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는가?” ― 에서는 인간에 의한 동물에 관한 논의가 가진 한계가 다루어진다. 이를 위해 동물의 지각이 1인칭적 관점에서 의인화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과학적 기술을 위해 3인칭적 기술의 객관화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네이글(Th. Nagel)의 논문 「박쥐로 존재한다는 것은 어떻게 있는 것인가?」가 소개되고 있으며, 그와 연관된 언어 분석철학의 논쟁이 전개된다. 

두 번째 물음 ― “나는 동물을 배려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은 동물윤리 담론의 중심주제와 연결되어 있다. 18세기의 계몽주의 사상으로부터 시작된 현대 동물윤리학은 현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초래한 엄청난 자연파괴와 무분별한 동물사용 및 가혹행위를 폭로하면서 인간중심적인 전통 형이상학과 윤리학의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영미권의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라는 표어에서 알 수 있듯이 동물윤리학은 전통 윤리학의 권리개념, 이성 능력에 대한 평가, 위계적 목적론에 따르는 우주론을 재검토하는 과제와 함께 동물의 도덕적 지위와 이익, 평등성에 대한 논의와 종족주의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고 있다. 

세 번째 물음 ― “동물은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 은 종교철학 및 역사철학적 논의를  담고 있다. 고대로부터 종교 및 역사의 영역에서 논의되는 미래의 희망은 초월적 능력이 결여된 동물에게 항상 부정되어왔다. 이에 대해 저자는 동물의 희망이 이 땅에 있는 한 이 땅에 함께 거주하는 인간이 도덕적 주체로서 동물을 배려해야 하며, 이를 법적 체계에 반영한 확장된 인도주의가 필요하다고 피력한다.  

 

김재철 경북대학교·철학

한국외국어대와 동 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독일 마인츠 대학에서 하이데거와 딜타이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북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삶과 현존재』가 있고, 역서로는 『철학 입문』, 『하이데거』, 『빌헬름 딜타이의 탐구작업과 역사적 세계관』,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현상학적 해석』, 『종교적 삶의 현상학』, 『시간개념』, 『성 윤리학: 신학적 현상으로 본 기독교적 성 이해』, 『철학실천』, 『치유』, 『근거율 ━강의와 강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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