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로서의 망 중립성…디지털 뉴딜의 성패는 망 중립성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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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로서의 망 중립성…디지털 뉴딜의 성패는 망 중립성에 달려 있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8.01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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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시대의 뉴딜: 망 중립성 이후의 인터넷 | 빅터 픽카드·데이비드 엘리엇 버만 지음 | 임종수·유용민 옮김 | 팬덤북스 | 224쪽

 

이 책은 망 중립성 개념의 탄생, 적용, 투쟁, 해체, 부활 등을 다룬다. 망 중립성이 각기 다른 이해관계 집단 간의 투쟁으로만 보려는 경제적 모델이라기보다 21세기 ‘표현의 자유’의 바탕이 되는 민주주의 모델이라는 관점을 견지하며, 이를 위해서는 호시탐탐 네트워크의 부를 독차지하려는 통신사도 거대 인터넷 기업도 아닌,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시민이 이 시대의 필수불가결한 사회적 하부기반(infrastructure)을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디지털 시대의 뉴딜’이다.

우리는 인터넷이 우리의 일상생활 거의 모든 부분에서 얼마나 필요불가결한지 가늠키 힘들 정도로 인지하고 있다. 인터넷은 사치품 그 이상이다. 인터넷은 적절히 부담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친절한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필수품이다. 광대역 인터넷은 핵심 인프라 구조로서 전기나 수도와 다를 바 없다. 서로 서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우리의 역량은 인터넷에 의존해 있다. 간단히 말해 현대 사회는 인터넷 없이 기능하지 못한다.

하지만 인터넷에 대한 기업의 통제는 전례 없이 강화됐다. 인터넷 접속은 정확히 말해 모든 사회에서 큰 긍정적 외부효과를 산출하는 공공재이다. 최근 특화된 속도를 보장하는 인터넷 상품이 사실과 달라 대서특필된 것에서 보듯이, 시민사회의 감시가 없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은 언제든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은 공적으로 감시되어야 한다. 이윤에 목마른 기업 카르텔이 아니라는 말이다. 텔레커뮤니케이션 산업에서의 부분적인 개혁이 있은 지 수 십년이 지난 지금 민주주의 사회는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만 한다: 모두에게 안정적인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는 민주적 인터넷을 갖든지, 그것이 아니면 소수의 투자자들에게 이윤을 퍼다주는 고도로 상업화된 인터넷을 가지든지 말이다. 우리는 그 둘 모두를 가질 수는 없다

저자들은 디지털 시대의 뉴딜을 무너진 망 중립성의 원칙을 부활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다. 이는 이른바 ‘디지털 댐’을 구축하고자 하는 현 정부의 노력과 맞닿아 있다. 비록 미래 산업의 발전을 위해 지불우선권(자율주행과 같이 특수한 서비스를 위해 통신사에 비용을 따로 지불하고 네트워크를 잘라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권리)이라는 특화된 제공방식이 용인되더라도 이 또한 망 중립성의 토대 위에서 제도화되어야 한다. 겉으로는 이 둘이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의 5G든 그 이상이든 해당 네트워크의 특성을 이용자들이 온전히 누리면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는 방안은 충분히 가능하다. 만약에 5G 정책이 그것을 놓친다면 우리사회는 더 이상 ‘네트워크 공공성’을 유지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인터넷이 전세계적인 경향이 되는 자율주행, 원격진료, 원격교육, AR/VR, 그리고 메타버스 등을 건설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계약, 즉 뉴딜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저자들이 인터넷의 민주적 보호를 위해 1930년대 미국이 선택한 뉴딜 정신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지금의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이 디지털 댐을 구축하는 것을 넘어 망 중립성 원칙을 보다 세련되게 제도화하는 것에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망 중립성은 신자유주의적 성장을 위한 걸림돌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자원이 정당하고 고르게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시대정신이다.

망 중립성이 해체된 세계의 문제를 다루는 서론에 이어 1장은 커뮤니케이션 하부기반의 소유권과 통제에 대한 지난한 투쟁의 역사를 보여준다. 2000년대 망 중립성 개념이 생기기까지 공중통신의 발아와 제도적 정착 과정, 중심 기업들과 이른바 독립미디어 기업들간의 투쟁, FCC의 관할권 문제 등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2장 광대역 카르텔에서는 미국 통신산업의 카르텔 형성과정을 역사적으로 추적한다. 1996년 통신법의 등장 전후부터 최근까지 광대역 카르텔이 신자유주의를 등에 업고 인터넷을 어떻게 장악했는지, 그 결과 광대역 카르텔의 이윤추구를 위한 놀이터로 전락한 미국의 ‘인터넷 자본주의’의 폐해가 어떤지를 보여준다. 인터넷이 기업과 자본이 아니라 실상은 직간접적인 공공 투자에 의해 발전한 통신산업의 역사로 볼 때 오늘날 광대역 카르텔의 지배권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 그 지형을 이해할 수 있다. 

3장에서는 대기업 카르텔에 맞서 망 중립성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행동주의 운동의 ‘국면사’를 다이내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오픈 인터넷 질서를 위한 풀뿌리 운동으로부터 바톤을 넘겨받은 망 중립성 운동은 인터넷 정책이 근본적으로 정치적인 투쟁의 산물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망 중립성을 지켜내기 위한 행동주의 운동의 역사는 인터넷 정책이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 그리고 워싱턴에만 맡겨두어서는 곤란하며, 스마트폰 요금제 같은 그리 고상해 보이지 않은 이슈들을 포함해 디지털 삶의 기반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에 대한 공적 통제는 결코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때 쟁취되는 실천적 산물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마지막 결론은 망 중립성을 근원적으로 보호할 대안 인터넷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저자들은 인터넷을 민주화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1. 광대역망 카르텔의 해체, 2. 엄격한 공익적 책임의 부과, 3. 공적 소유의 대안 구축을 제시하는 가운데, 마지막 대안 인터넷 기반시설의 확충에 보다 무게를 싣는다. 저자들이 보기에 앞의 두 정책은 망 중립성을 구조적으로 보호하지 못한다. 독과점 기업에게 위임된 네트워크에서 망 중립성은 민주적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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