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을 중심으로 분석한 한·중·일의 자유주의 개념 형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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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을 중심으로 분석한 한·중·일의 자유주의 개념 형성사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6.0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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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에서 자유주의는 무엇인가 | 강명희 지음 | 한울아카데미 | 424쪽

동아시아의 자유주의 개념 형성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책은 1850~1950년 100년간의 한·중·일의 자유주의 사상, 즉 근대 서양의 자유주의가 동아시아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수용되면서 개념을 형성해 왔는지 고찰한다. 저자는 이 연구가 비단 과거 연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유주의라는 개념이 형성되었던 그 시기의 문제들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동아시아 각국의 정치사회 지형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서구 문명권의 자유의 개념과 정신을 비롯해 전통 시대 동아시아 문명권에서 자유 또는 자유와 유사한 용어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자유의 정신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이 구호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깨워 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자유’는 공기처럼 당연시되어 자기 자신이나 가까운 이가 부당하게 자유를 박탈당하고 탄압과 구속에 시달리는 것을 목도하기 전까지는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간다.

이 책은 동아시아인에게 낯설던 유럽어휘인 자유와 권리 개념이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의 각기 다른 전통적 요소와 결합해 어떻게 수용되어, 의미를 형성해 갔는지를 후쿠자와 유기치, 나카무라 마사나오, 나카에 조민, 옌푸, 량치차오, 유길준, 서재필 등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추적한다.

환경과 문화전통이 각기 다른 한·중·일 3국에서 서구의 사상과 제도를 수용하는 양상은 달랐다. 하지만 동아시아 문명에 내재한 공통의 전통적 요인의 작용으로, 자유 개념이 종국에는 매우 유사한 특징을 공유하는 근대적 자유민주주의로 전개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저자는 이 책이 이기적 목적의 개인의 자유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고, 정의롭지 않은 특권에 항의하는 자유주의적 가치를 재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와 같은 토대를 결여한 정치체제, 다수의 압제에 무방비한 민주주의의 위험성에 경고음을 울리고 싶다고 저술 의도를 밝혔다.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에서는 고대적 자유사상이 중세 자연법사상을 거치며 근대 자유주의의 정신적 토대를 형성하는 과정과 전통 시대 동아시아의 ‘자유’ 및 그 유사 어휘들의 용례를 살펴봄으로써 이것이 번역어로서 ‘자유’의 채택과 개념 구성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또 근대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와 수용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2장에서는 17~19세기 발전하고 변용된 서양 자유주의가 다양한 함의를 내포한 정치사상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특히 일본과 중국에 큰 영향을 미친 로크와 벤담을 거쳐 밀과 스펜서를 중심으로 한 영국의 자유주의, 루소류의 프랑스 계몽사상, 블룬칠리 등의 독일 국가주의적 자유주의 이 세 학설에 주목한다.

3~5장에서는 19세기 후반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의 사상가들이 당시로서는 너무도 생소했던 liberty, rights, liberalism, freedom 등 자유주의의 핵심 개념을 어떻게 학습·수용하고, 적용했는지 고찰한다. 특히 한·중·일 삼국이 처했던 역사적 환경과 사상적 전통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다. 

마지막 6장에서는 1850~1950년에 이르는 동아시아 자유주의 100년의 역사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한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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