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정규교수노조, '언제까지 대학 강사의 삶과 노동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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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교수노조, '언제까지 대학 강사의 삶과 노동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5.28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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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교육부 농성장 철수 기자회견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27일 11시 30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강사 고용 보장과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 예산을 확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교조는 지난 3일부터 교육부 앞에서 천막 노숙 농성을 벌였으며, 이날 기자회견을 끝으로 농성을 마무리했다. 사진=비정규교수노조 제공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 박중렬, 이하 한교조)은 ‘대학강사 고용 보장, 처우 개선 예산 확보’를 주요 요구로 지난 5월 3일부터 진행했던 교육부 앞 노숙농성을 정리하며 5월 27일 11시 30분, 청와대 앞에서 ‘교육부 앞 농성장을 떠나며 문재인 정부에게 고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교조는 회견문을 통해 위선적인 교육 권력에 저항해 10년 세월을 싸워 강사법 시행을 이뤄냈지만 시행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때로부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대학 강사들의 처우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강사의 교육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한교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록 채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대학 강사의 삶과 교육노동이 온전히 존중받을 수 있도록 교육개혁의 한길로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한교조는 △사립대 강사 처우개선비 확대 △방학 중 임금 지급 정상화 △강사 고용 지표 배점 확대 △경력 단절 강사 지원 및 교육복지, 연구지원사업 확대 △전임교원 최대 시수제 도입 △과밀 강의실 해소 △강사 사회 안전망 확보 △대학 내 다양한 강사 차별 철폐 등 8개 주요 요구 사항을 재차 강조했다.


■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주요 요구 사항

▶ 사립대 강사 처우개선비 확대
 
사립대 강사 처우개선 사업은 사립대 강사의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지급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보조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2019년에 방학 중 임금의 70%를, 2020년에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의 70%를 국고로 보조했다. 2021년에는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을 50%만 보조하려고 했으나 국회에서 다시 70%를 보조하도록 했다.

그런데 2022년부터 사립대 강사 처우개선 예산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10년 이상의 대학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감소 등으로 대학의 재정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사립대 강사 처우개선비가 축소, 폐지 될 경우 강사법 시행 이후 3년째가 되는 2022년은 많은 대학에서 강사의 고용 감소로 연결될 것이다.

▶ 방학 중 임금 지급 정상화

고등교육법에는 강사에게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렇지만 현재 강사들은 22주 방학 기간 중 4주분의 임금만 지급받고 있다. 강사의 방학도 대학의 다른 모든 교원들과 마찬가지로 22주여야 하고, 방학 중 임금도 이에 상응하여 지급되어야 한다.

▶ 강사 고용 지표 배점 확대

강사법 시행 이후 강사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일환으로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및 재정지원사업에 강사 고용안정 지표를 반영하고 있다. 

2018년 진단 강사 지표(강의규모의 적절성 1점, 강사 보수수준 1점)에 ‘총 강좌 수’(1.5점)와 ‘비전임교원 담당학점 대비 강사 담당비율’(1.5점)을 추가하여 총 5점으로 설정하였는데, 그 비중이 미미하여 크게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므로 배점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소규모강좌 비율의 배점도 확대해야 한다. 소규모강좌 비율은 특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는 시대적 상황에 맞춰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경력 단절 강사 지원 및 교육복지, 연구지원사업 확대

강의 기회를 상실한 강사가 다시 대학에 복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는 안전망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지원사업에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B유형) 800명 내외를 선정하고, 대학의 평생교육원 강좌 개설 지원(2020년 신규, 49억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지원사업의 규모가 2021년에 줄어들었고, 대학의 평생교육원 강좌 개설 지원도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하다.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지원사업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며, 또한 대학의 평생교육원 강좌 개설 지원이 아니라 ‘공익형 평생고등교육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사들도 고령화되고 있다. 이들은 연금이 없으며 대다수 강사들이 퇴직금조차 없다. 퇴직을 하면 우리 사회의 최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들이 퇴직 후 강의를 할 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새로운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 퇴직 강사들과 강력 단절 강사들에게 강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공익형 평생고등교육사업이 시행되어야 한다. 이들의 교육적 역량과 학문적 역량을 사장시키는 것은 크나큰 사회적 손실이다.

▶ 전임교원 최대 시수제 도입

전임교원을 제외한 모든 교원은 최대 시수제를 적용하고 있다. 강사는 매주 6시간 이하, 겸임교원과 초빙교원은 매주 9시간 이하, 기타 비전임교원은 매주 6시간 이하인데, 교수, 부교수, 조교수 등의 전임교원만 매주 9시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총장 등의 일부 보직교수를 제외한 대다수 전임교원들에게 매주 9시간 원칙은 최저시수가 되어버렸고, 많은 전임교원들이 12~15시간씩 맡고 있다. 특히 비정년계열 전임교원들은 아예 12~15시간이 최저시수이다.

대학은 초중고와 같은 교육기관이 아니다. 대학의 교원은 교육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담당하고 있으며, 연구를 의무로 하는 유일한 교원이다. 즉, 우리 사회에서 연구를 주 업무로 하는 사람들이 대학의 전임교원들인데, 9시간 이상의 강의는 이들의 연구역량을 갉아 먹는다. 뿐만 아니라 매주 9시간 이상의 수업은 교육의 질마저 떨어뜨린다. 전임교원 매주 9시간 원칙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질을 하락시키는 주된 요인 중 하나이다. 전임교원도 매주 9시간 최대시수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 과밀 강의실 해소

코로나19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구한다. 대학의 강의실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초중고의 학급당 인원은 25명 수준인데, 거리두기를 위해 20명 이하로 낮추자는 사회적 요구가 나왔다. 그런데 대학의 강의실은 7, 80년대의 콩나물 교실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만으로 과밀 강의실을 해소하자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의 창출이 필요한 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다. 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학습력이 중요한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싶다면 먼저 대학의 과밀 강의실을 해소해야 한다. 

과밀 강의실을 해소해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또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대학 입학자원이 줄어들고 있다. 이 위기를 과밀 강의실을 해소하는 특단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대학 교육이 산다.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대학을 통폐합하고 폐교하는 것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다. 오히려 ‘대학다운 대학’을 만들고 ‘수업다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수강 인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

▶ 강사 사회 안전망 확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 안전망은 4대 보험이다. 그런데 대학강사들은 직장건강보험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대다수 강사들은 퇴직금이 없다. 주 15시간 소정근로시간이라는 법 조항 때문이다.

대학 강사는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다. 제2조 ①항에 “국가,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공단체는 교원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높은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강사의 소정근로시간은 강의시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확립되어 있다.

강사법은 대학에서 한 시간을 강의하더라도 교원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대학강사제도개선위원회>에서도 대학 강사들에게 직장건강보험 가입과 퇴직금 지급을 정부에 권고했다. 강사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대학강사 모두에게 직장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하고 강의시수에 관계 없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 대학 내 다양한 강사 차별 해소

 

■ 기자회견문(2021년 5월 27일 11시 30분 청와대 앞)

교육부 앞 농성장을 떠나며
(2021. 5. 27.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기자회견)


언제까지 대학 강사의 삶과 노동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 문재인 정부에 고(告)함 -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지난 5월 3일 돌입한 <대학강사 고용 보장, 처우개선 예산 확보 노숙 천막농성>을 끝내고 대학 강사의 교육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또 다른 길로 나서고자 한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대학 강사는 이른바 노바디(Nobody)였다. 지옥철(地獄鐵)의 무한궤도에 올라탄 유령이었다. 이승과 저승을 떠도는 중음신(中陰身)이었다. 공부가 좋아서, 젊은 청년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서 시작한 교육과 연구의 삶이 말 그대로 ‘불구덕’의 나락(奈落)일 줄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6개월마다 전화 한 통화로 재임용 여부를 통보받았고, 학생을 상담하고 연구논문을 써내려가면서도 단 한 푼의 수당을 받지 못했고, 방학이면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냐 책을 볼 것이냐로 고민하던 나날이 한 두 해가 아니었고, 말이 직장이지 건강보험 하나 보장받지 못했다. 10년 20년 대학에서 강의해도 소송을 해야만 쟁취할 수 있었던 퇴직금도 마찬가지다. 2019년 강사법이 시행되기 전 우리의 삶은 말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우리 대학 강사들은 이토록 가혹한 형벌을 감내해야 했단 말인가.

그래서 10년 세월을 싸워 왔다. 대학 비정규교수의 교육을 ‘봉사’와 ‘헌신’이라는 고귀함으로 포장해 왔을 뿐, 단 한 번도 우리의 삶을 ‘노동’으로 보지 않으려 했던, 저 위선적인 교육 권력에 저항해 왔다. 청와대와 국회와 교육부와 대학 본부 앞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쳐 왔다. 대학과 강사의 대표로 구성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의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소위 「강사법」이라 불리는 2019년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그 투쟁의 산물이었다. 전국 4만명이 넘는 대학 강사들이 애타게 기다려왔던 그 법령이었다. 

우리는 이 「강사법」이 제정되기까지 문재인 정부가 기울여 왔던 수고를 기억한다. 대학 강사제도가 조금씩 개선되어 가도록 애쓴 교육부의 노력 또한 인정한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강사법」이 시행된 후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그때로부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법령에 명시된 ‘방학 중 임금’은 22주 방학 중 단 4주분만 지급되고 있고, 퇴직금도 주 5시간 이상 강의에만 적용하고 있다. 직장건강보험 논의는 늘 제자리 걸음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도 개정하고 예산도 필요하다고 한다. 누군들 몰라서 오늘 이 자리에 있겠는가. 교육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누가 움직이고, 정부가 앞장서지 않으면 어느 세월에 비정규교수의 삶이 달라질 수 있겠는가? 또 다시 오늘처럼 1년 365일 내내 거리에서 서성대고 천막 안에서 밤을 새우란 말인가? 강의 도중 쉴 자리가 없어서, 잠시 짬을 내어 책 볼 공간이 없어서, 커피숍이나 차 안에서 강의안을 들여다보고, 교재 연구를 해야 하는 이 ‘보따리 장수’ 같은 삶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가.

문재인 정부에게 묻고자 한다. 수준 높은 대학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말할 것도 없이 그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 교원의 삶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고용이 불안정하고, 처우가 바닥이어서야 어찌 고등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데에는 아낌없이 지원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라면 적어도 이 정도는 감당해야 교육공공성의 책무를 완수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문재인 정부에 당부한다.
우리 대학 강사들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교육과 연구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럴수록 책과 씨름했고 강단에서 학생과 함께 호흡했다. 문재인 정부도 그러하길 바란다. 비록 채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대학 강사의 삶과 교육노동이 온전히 존중받을 수 있도록 교육개혁의 한길로 매진하기 바란다.


· 문재인 정부는 대학 강사의 삶과 노동을 존중하라
· 대학 강사의 방학 중 임금을 전면 확대하라
· 모든 대학 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
· 대학 강사에게도 교육연구비를 지급하라
· 대학 강사에게도 직장건강보험 적용하라
· 강사에게 대학 기구 참정권과 총장선출권 보장하라


2021년 5월 27일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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