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이며, 정의와 정치적 자유의 문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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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이며, 정의와 정치적 자유의 문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5.17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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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론 |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 김창성 옮김 | 한길사 | 360쪽

한길사가 2007년 원전 번역해 출간한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 기원전 106~ 기원전 43)의 핵심 저서인 『국가론』을 문장을 다듬고 오역을 고쳐 개정판으로 출간했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철학자 플라톤이 <국가>를 저술할 때부터 오늘날까지 어느 시대에나 제기되어온 문제고 영원히 풀어야 할 과제다. 티베리스강변의 작은 폴리스 국가에서 출발해 거대한 제국을 형성한 로마인은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국가의 이론에 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키케로의 <국가론>은 로마인이 국가에 관해 어떤 토론을 벌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유일한 저작이다.

키케로가 남긴 국가에 대한 생각은 다른 위대한 철학자들 못지않다. 로마의 원로원과 지배층에게 지배적이었던 정치이념의 성격과 깊이가 잘 반영되어 있는 <국가론>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걸출한 철학자가 없던 헬레니즘 시대에 축적된 그리스 정치이론의 저장고 역할을 했다.

키케로는 로마의 가장 걸출한 웅변가이자 라틴 문학의 최고 문장가였다. 또한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던 로마 정치사 한가운데서 이념적으로 결연하게 공화정을 수호하던 정치가였으며, 그리스와 로마로 표방되는 서양 고대문학의 대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키케로가 살던 기원전 1세기 중엽은 로마가 지중해제국으로 팽창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귀족파와 민중파로 나뉘어 정쟁을 일삼고, 왕정과 귀족정과 민주정이 잘 혼합된 이상적인 체제라는 공화정이 군인 정치가들의 권력 투쟁으로 붕괴될 조짐을 보이던 시대였다. 

귀족의 공화정을 수호하려는 그의 정치적 입지는 카이사르와 맞먹는 것이었으므로 삼두정치가 출현한 이듬해인 기원전 58년에 유배를 가기도 했지만 폼페이우스의 중재로 귀환할 수 있었다. 그는 제1차 삼두정치 아래서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되자 글로써 공화주의자로서의 자신의 위대한 사상을 펼쳤으나, 결국 제2차 삼두정치의 희생양이 되었다. 키케로는 안토니우스에 의해 피살되었는데, 이것은 그가 공화정을 회복시켜줄 인물로 기대하면서 적극 옹호하던 옥타비아누스의 묵인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그의 목이 로마 광장 연단에 걸림으로써 사실상 공화정 시대는 종말을 고하게 된다.

그렇다면 키케로는 국가의 기원에 관해 어떻게 설명하는가. 그는 인간이 사회와 국가를 형성하게 된 원인을 물질적ㆍ신체적 연약함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적으로 지니고 있는 사회적 본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런 인간의 모임은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국가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적당한 인원을 확보해야 하고 공동의 관심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구성원인 인민이 그들을 통치하게 될 법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키케로는 바로 이것이 정치공동체인 국가를 이루는 기본이 된다고 본다.

이처럼 키케로에게는 국가의 법적인 측면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법이 없다면 국가는 존재할 수 없는데, 국가는 정의상으로 법에 의해서 결합된 집단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능력과 특징이 모든 시민에게 동등하게 분배되리라고는 상정할 수 없고 개인이 똑같은 크기의 부를 지니도록 강요할 수도 없다. 그래서 키케로는 모든 시민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공유되는 것이 오로지 법이라고 파악했다.

사실상 법의 본질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가 예외를 용납하지 않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의 중요성과 관련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정의에 관한 문제다. 정의 또한 자연적인 것이고,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인 정부가 완전히 기능한다면 이 또한 정의에 토대를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키케로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법이 일반적인 이성에서 나온다면 정의 또한 그렇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감정과 이기심의 발로로 만들어진 것이 정의라는 주장은 정의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키케로는 정의란 이타적인 데 그 본질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타심’이 모든 사람의 이익을 생각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키케로에 따르면 정의는 자연법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정의의 요구는 법령이나 전해오는 관습에 의해 충족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국가가 본래의 임무를 수행해가면서 조화롭게 해나가는 광범한 원칙이 되어왔다. 이런 정의에는 형평과 신의가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형평과 신의는 참된 법에 내재되어 있다. 정의가 법의 공정한 특성이라면, 형평은 법이 공정하게 계속 적용되는 것을 의미하며, 신의는 법에 대한 일반적인 존경을 의미한다. 이런 것들이 자연법, 참된 법의 원소를 이루는 것이니, 이성이 있는 자라면 이러한 원칙에 맞춰 행동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적 자유의 문제를 키케로는 어떻게 이해했는가. 그는 자유야말로 건전한 사회질서를 이루는 주요한 요소라고 본다. 자유보다 더 달콤한 것이 없다는 말을 통해서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법이 제정되는 목적도 바로 이 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유는 평등하게 공유해야 하며, 일체의 무자비한 통제에 구속되지 않는 상황을 지시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법이나 도덕성에 따라야 한다고 보았다. 요컨대 인간은 자유롭기 위해서 법에 대한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법이나 도덕을 따르는 것은 무자비하고 가혹한 통제나 굴레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지만 우리가 법을 따르는 이유는 법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법을 따르는 것이 지극히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자유는 구체적으로 시민이 국가의 운영에 참여해 자신의 뜻을 펼쳐보는 적극적인 권리로 인식되었다. 물론 키케로도 이 자유가 방종과 동일시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이 극단적이 되는 경향이 있으며 극단적인 형태 속에서는 반대방향으로 운동이 전개된다고 파악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극단적인 자유는 개인과 국가에 대해서 극단적인 노예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키케로는 이런 식으로 국가의 구성요소를 정하고, 이를 토대로 ‘어떤 형태의 국가가 최선의 상태인가’라는 질문을 『국가론』에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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