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대학 자체감사…11교 자체감사 지적사항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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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한 대학 자체감사…11교 자체감사 지적사항 0건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5.02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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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 감사 16교 지적사항 508건, 대학 자체감사 32건
- 회계 손실액 최소 85억 원, 11곳 자체감사 지적사항 0건
- 지적사항 중 ‘자금 부적정 집행’ 가장 많아 95건(18.7%)
- 내부감사 1인 대학평의원회 추천하고, 교육부 감사 등 강화해야
EBS 뉴스 캡처

막대한 예산과 정원에도 불구하고 자율적인 내부통제가 미흡한 대학의 자체감사 시스템에 경종이 울렸다. 

최근 교육부 감사에서 무더기로 부정행위가 적발된 사립대학들이 정작 내부감사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셀프감사'로 이뤄지고 있는 현재 내부감사 제도가 유명무실하단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교비횡령, 채용・학사비리 등 각종 부패행위에도 대학의 자율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부,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제도 개선을 권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예산・인사・조직 등 업무전반에 대한 대학의 자체 내부감사조직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국공립대에는 명문화된 감사가 없고, 사립대의 경우 법인의 감사는 있으나 대학의 감사는 없었으며, 있더라도 총장이 감사를 임명하는 구조로 독립성이 부족했다.

이러다보니 법인 중심으로 내부감사가 이루어지고 감사지적사항도 거의 없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다. 특히 부정‧비리행위가 드러날 경우 사업비 삭감 등 재정지원이 줄어드는 점 때문에 내부감사를 통해 부패행위가 적발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13년 이후 사립대들이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있는 외부회계감사의 실효성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들이 외부회계감사를 위해 지출하는 감사비용과 기간도 충분하지 않고 회계감사인의 감사지적사항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지난해 교육부 감사로 일부 교수가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로 6천여만 원을 사용한 사실이 적발된 고려대는 그 외에도 교수가 자녀에게 시험 답안지도 없이 A학점을 준 사실 등 모두 38건의 비위 사실이 적발됐다. 하지만 고려대가 최근 3년 동안 자체적으로 수행한 내부감사에선 단 한건도 지적사항이 없었다.

약 555억 원의 의약품을 수의계약한 사실이 적발된 건양대 역시 자체 감사에서는 아무런 지적사항도 발견되지 않았다.

사립대학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내부·외부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결산서와 함께 공개해야 한다. 자체감사를 통해 대학 재정 운용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대학교육연구소 분석 결과, 최근 1년간 교육부가 감사 결과를 공개한 16교(15개 법인)의 교육부 감사 지적사항은 508건인 반면, 최근 3년간 내·외부 감사 지적사항은 32건으로 그 실효성이 거의 없음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최근 1년간 사립대 16개 대학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대학은 교육부 감사에서 총 508건을 지적받았는데, 감사 대상 연도에 해당하는 최근 3년간 대학 자체감사 지적사항은 32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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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자체감사는 학교법인 임원인 감사가 수행하는 내부감사, 학교법인이 선임한 공인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이 수행하는 외부회계감사로 나뉜다. 내부감사는 「사립학교법」 제19조에 따라 학교법인의 재산 상황과 회계, 이사회의 운영과 그 업무에 관한 사항을 감사하고, 그 결과 부정하거나 불비한 점을 발견하였을 때 이사회와 관할청에 보고해야 한다.

외부 회계감사는 「사학기관 외부회계감사 유의사항」에 따라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를 수행하며, 이 외에도 추가로 ▲교비회계에 세입 돼야 할 자금을 다른 회계에서 세입처리 ▲재산 취득 시 등기·등록 기타 권리확보 필요 절차 이행 ▲사고·명시·기타이월 등 이월금 구분 적정 ▲ 공사 등 수의계약 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6조에 의한 수의계약 사유 해당 등의 7개 여부 사항을 더 확인한다.

대학별로 보면, 자체감사가 그 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 16개 대학 중 11개 대학은 최근 3년간 자체감사 지적사항이 0건이다. 자체감사에서 지적사항이 나온 대학들도 대부분, 외부 회계감사에서 문제가 적발된 경우들이다. 특히, 학교법인 임원인 감사가 수행하는 내부감사의 경우, 세종대와 고구려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 즉 14교는 지적사항이 단 한 건도 없다.

자료출처=대학교육연구소

다른 기간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의원이 교육부와 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7~2019년 사립대학 외부 회계 감사에 대한 감리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사립대 75교의 외부회계 감사보고서를 감리한 결과, 외부감사 지적사항이 16건에 그쳤던 것과 달리 교육부 감리에서는 785건의 지적사항을 발견했다.

이 시기 홍익대의 경우, 외부 회계감사 지적사항은 단 1건이었던 반면, 교육부 종합감사에서는 41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교육부 감사 지적사항 상위 10개 항목은 390건으로 전체 지적 건수의 78.0%를 차지한다. 대학들의 부정·비리가 비슷한 유형으로 반복됨을 유추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금 부적정 집행이 95건(18.7%)으로 가장 많고, 이어 학사 운영 부적정 67건(13.2%), 임면 관련 부적정 49건(9.6%) 등이다.

손실액을 기준으로 보면, 재산 취득 및 관리 부적정이 35억 4천만 원으로 가장 컸고, 이어 자금 부적정 집행(35억 3천만 원), 시공 관련 부적정(10억 6천억 원) 등이다. 자금의 사적 사용 규모는 2억 3천만 원, 연구자가 연구결과물 등을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수령한 연구비도 1억 1천만 원에 달했다.

대학교육연구소 김효은 연구원은 "여기서 손실액은 법인회계, 교비회계 등에 세입 조치 시정 명령을 받은 경우만 해당 금액에 합산한 것으로, 손실액 계산 부분은 최소 금액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각 대학이 자금 부적정 또는 부당 지출에 대해 정산 등의 상황을 더하면 손실액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봤다.

이들 항목은 모두 내부감사와 외부감사를 충실히 수행했다면 상당 부분 사전 적발이 가능한 항목이다.

하지만 감사를 받아야 하는 학교법인이 감사인을 선임하는 방식의, 사실상 ‘셀프 감사’가 주로 이뤄지다보니 내부감사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조사 대학 42곳 가운데 30곳은 아예 내부 감사전담조직조차 없었다.

<교육부 감사 상위 10개 지적사항>

자료출처=대학교육연구소

대학 자체감사는 감사인을 학교법인이 선임하므로 독립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내부 감사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법인 감사인 중 한 명은 학교를 견제할 수 있는 단체가 추천하고, 종합감사를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김효은 연구원은 “내부감사 1인은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도록 하고, 종합감사 정례화, 대학 구성원 일정 비율 이상 청구 시 종합감사 실시 등 교육부 감사를 강화해 대학의 투명성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또한, 정보공개를 확대해 대학 구성원이 법인과 대학을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1대 국회 들어 대학의 외부회계감사 절차와 결과 검토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제출됐지만, 상임위에 계류된 채 논의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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