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초의 서양 연구서이자 난학(蘭学)의 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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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초의 서양 연구서이자 난학(蘭学)의 선구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4.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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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기문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 아라이 하쿠세키 지음 | 이윤지 옮김 | 세창출판사 | 300쪽

『서양기문(西洋紀聞)』은 쇄국을 고수하던 에도 시대 중기의 고명한 주자학자이자 막부의 고문이었던 아라이 하쿠세키(新井白石, 1657-1725)의 저술로, 당시 일본에 도항한 이탈리아인 가톨릭 선교사 조반니 바티스타 시도티(Giovanni Battista Sidotti, 1668-1714)에 대한 심문 경험을 토대로 기술된 서양 연구서 및 지리서이다.

1708년 8월, 기나긴 여정 끝에 일본 최남단 야쿠시마(屋久島)에 상륙한 시도티는 도착 후 바로 현지에서 체포되었고, 당시 실질적으로 막부의 정치를 주도하고 있었던 하쿠세키와의 대면을 위하여 이듬해 11월 에도로 호송되었다. 이후 네 차례에 걸친 시도티와의 문답을 기반으로 하쿠세키가 남긴 저술이 바로 이 『서양기문』이며, 이는 쇄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 다방면의 탁월한 학문적 업적에 있어 무엇보다도 합리적 해석과 실증적 검토를 중시했던 학자로서의 자세가 빚어낸 지적 성과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서양의 과학적 지식과 기술의 발전에는 순수한 선망의 시선을 보내는 한편 기독교로 대표되는 그 정신적 가치관을 철저히 부정하고 경계하는 저자의 태도는 근대화 시기의 일본이 서구 문물에 대하여 내세운 화혼양재(和魂洋才) 사상과 통하는 근원적인 경향이 엿보인다.

『서양기문』은 상·중·하의 3권 3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권에서는 시도티의 도항 사건 및 하쿠세키가 심문을 담당하게 된 경위, 시도티에 대한 관찰과 문답 상황 등 본서 성립의 전말을 기술하고 있으며, 권말에는 시도티 상륙의 전후 사정에 관하여 나가사키 부교쇼(長崎奉行所)에서 보고한 내용을 요약하여 첨부하고 있다. 중권의 전반부에서는 세계 지리의 개략 및 유럽 주요 국가에 대한 소개를, 후반부에서는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 등지의 유럽 식민지와 관련된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하권은 시도티의 신상 및 내항에 대한 경위, 서양 각국의 식민지 건설과 선교 상황, 기독교의 교리와 역사 및 가톨릭 직제에 관련된 기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본 역사를 통틀어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지적 성취를 이룩한 인물은 드물다 할 것이며, 『서양기문』 또한 쇄국이라는 폐쇄적 환경 내에서 외부 세계를 응시한 하쿠세키의 냉철한 관찰력이 빚어낸 그의 대표적 저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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