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민족주의의 결합이 빚어낸 공과(功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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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민족주의의 결합이 빚어낸 공과(功過)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3.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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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 민족주의 재해석: 일제강점기 정인과(鄭仁果)와 장로교단의 기독교 민족주의운동에 대한 비판적 성찰 | 최영근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 448쪽

정인과(鄭仁果, 1888-1971)는 일제강점기 기독교와 민족주의 사이의 복잡하고 모순된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극적인 인물이며, 장로교회는 기독교가 문화민족주의의 중심적인 세력으로 기능하다가 일제의 회유와 강압으로 군국주의체제에 이용당하는 굴절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교회이다. 

이 책은 정인과가 장로교를 중심으로 기독교 민족주의운동을 전개한 논리와 방식과 인적 관계망을 분석하면서 일제강점기 기독교와 민족주의의 결합의 구조를 살펴보고, 이것이 일제말기에 해체되고 굴절되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기독교와 민족주의의 결합이 빚어낸 공과(功過)를 분석한다.

민족주의는 근대 한국 사회는 물론 한국 기독교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주제이다. 한국 민족주의는 역설적으로 일제강점기를 전후하여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해방 후 민족-국가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 더욱 뿌리 깊게 자리를 잡았다. 특히 단일민족국가 이데올로기를 통해 모든 국민을 하나의 혈통으로 엮어 국가를 민족유기체로 이해하는 성격을 가지게 되었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를 아우르는 유사종교의 차원으로 발전할 만큼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근대국가가 형성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특히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한국 사회와 민족주의는 깊숙한 결합을 통해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고, 한국에서 민족주의는 비판을 불허하는 일종의 성역(聖域)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제화시대, 다문화시대를 맞는 21세기 포스트모던 한국 사회에서 “신화화된 민족주의” 또는 “국가유기체적 민족주의”가 건강하고 바람직한 현상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학계에 있어 왔고, 이에 따라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정인과 목사

이와 관련, 이 책은 민족주의와 식민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틀 안에서 기독교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가 다양한 형태의 민족주의와 만나 결합된 논리와 상호 작용의 형식, 그러한 결합이 기독교와 한국 사회에 끼친 긍정적·부정적 영향 관계를 성찰하고자 한다. 민족주의와 기독교의 결합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연결된 논리와 작용과 결과는 무엇이었는지, 또한 일제말기 기독교와 민족주의 관계의 굴절과 왜곡의 논리와 방식과 결과는 무엇이었는지 분석하는 것이 저자가 연구한 주안점이다. 이를 통해 기독교와 민족주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역사적 성찰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기독교가 이념적 편향을 극복하고 역사초월적 하나님나라에 기초하는 기독교 신앙의 보편주의를 지향하는 인식의 전환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이로써 기독교회가 좌우대립의 이데올로기적 분열을 극복하고 사회통합과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를 정착시키는 사명에 대한 역사신학적 통찰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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