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화된 노동의 현상과 원인을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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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화된 노동의 현상과 원인을 밝히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3.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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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 여성의 노동은 왜 차별받는가 | 아이린 파드빅·바버라 레스킨 지음 | 황성원 옮김 | 아날로그(글담) | 336쪽

현대의 노동시장은 20세기에 비하면 남녀 노동자를 평등하게 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비교일 뿐, 노동시장의 성차별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 책은 노동 환경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의 원인과 그 현상을 구체적인 통계와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소개한다.

현대에는 여성과 남성이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실제 업무 현장에서도 동등한 능력을 보이지만, 현실의 사례를 살펴보면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에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은 물론 유리천장에 직면해 승진에 어려움을 겪으며, 심지어 가정에서는 가사 노동의 주된 책임을 떠맡는다. 저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노동시장에서 직면하는 성차별 현상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고착화되었는지 그 기원을 쫓는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낸 현대 여성 노동자에 대한 승진과 권한의 제한, 그리고 임금격차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이 가정과 일을 동시에 꾸려나가야 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가정과 일터 사이의 갈등을 조율할 수 있을지 그 방안을 모색한다.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성별은 그저 생물학적인 구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회는 두 성별의 차이를 과장함으로써 젠더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마찬가지로 과거 농업사회에서는 남녀 모두가 자급자족을 위한 농업에 종사했으나,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임금 노동은 남성의 몫, 그러한 남성을 뒷받침하는 가사 노동은 여성의 몫이라는 구분이 생겨났다. 사회가 이러한 가정에 기초해 노동을 구분하면서 남성에게는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가정하에 더 많은 임금을 주고, 여성은 결혼하면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에 낮은 임금과 이직이 잦은 일자리만이 주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직장은 우리 사회의 성 불평등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장소다. 저자는 노동시장 내 젠더 불평등을 분석하면서, 성별 임금격차가 단순히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통계를 살펴보면 여성 노동자는 이직이 잦거나, 승진을 거의 할 수 없는 직종, 혹은 애초에 낮은 임금을 주는 직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여성은 남성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저자는 이처럼 성별에 따른 직종분리, 사업장분리, 심지어는 같은 직종 내에서도 직무분리가 일어나는 현상을 살펴보고, 그 원인을 경제학적 설명과 사회학적 설명 등 다방면으로 고찰한다.

단순히 직업과 직종이 성별로 분리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 노동자가 높은 권한을 가진 자리로 승진할 수 없는 유리천장 역시 고질적인 문제다. 저자가 수집한 사례를 살펴보면, 여성 노동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종이나 사업장에서도 정작 관리직은 남성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처럼 노골적이거나 때로는 은근한 성차별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 메리어트, 뉴욕타임스 등 유수 기업이 법적 소송에 휘말려 상당한 합의금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설령 법적 구제절차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사후적일 수밖에 없으며, 차별에 대한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부과되어 실질적인 구제 사례는 매우 적다. 저자는 노동 시장 성차별에 대한 법적 구제가 가지는 한계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기업의 영역, 정부 정책의 영역 등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노동시장 내 성차별의 증거는 바로 임금격차다. 21세기 초 미국 노동시장에서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남성 노동자의 72퍼센트였다. 한국의 통계를 살펴보면, 심지어 2020년 통계청 데이터를 기준으로도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69.4퍼센트에 불과하다. 20년 전 미국의 노동시장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여성과 남성의 교육 수준과 직무 경험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는 단시간에 메우기 어려운 수준이다. 사회에 너무나 만연한 성별 고정관념과, 이에 기초해 만들어진 제도, 노동자와 고용주의 인식 등이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을 노동자의 성별에 따른 직무 경험 차이, 노동자 임금협상 시의 기준, 고용주의 고정관념, 정부의 정책 요인으로 나누어 다각도로 분석한다.

20세기 초입에는 16~65세 기혼 여성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4퍼센트 미만이었으나, 20세기 말이 되자 이 비율은 59.5퍼센트까지 증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성과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비슷해지고 있으며, 오늘날에는 결혼, 출산으로 일을 그만두는 여성이 이전에 비해 대폭 줄었다. 이제 노동자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가정과 일터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인터넷 등의 기술 발전으로 인해,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지만, 재택근무는 노동자의 자율적인 시간 분배를 가능하게 하면서 동시에 하루 종일 일에 매여있도록 만든다.

저자는 이러한 일터와 가정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는 책임이 노동자에게만 부과되어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전 세계적으로 출산, 육아 지원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책을 비교하고, 기업과 정부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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