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문제에서도 분단이라는 민족 현실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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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문제에서도 분단이라는 민족 현실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3.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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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단시대의 사회학 | 이이효재 저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392쪽

이 책은 남북분단이라는 역사적 현실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와 가족 및 여성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비전을 제시했던 사회학자이자 한국 여성학 리더인 이이효재의 사회학 논의들을 다루고 있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의 저자의 저술 내용들을 모아 엮은 이 책은 분단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뛰어난 학문적·실천적 통찰을 보여준다. 

1980년대 이전과 현재의 한국은 얼핏 보면 정치적, 사회적으로 많이 달라진 듯 보이지만 아직도 우리는 남북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고, 여성들은 여전히 다양한 차별과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변한 것 같으면서도 변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실상을 생각할 때 과거부터 이어져온 사회학적 논의들을 되짚어보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새롭게 고민해보아야 할 때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남북분단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제약하고, 사회구성원의 정체성을 파괴하며, 그로 인해 왜곡된 가족주의를 양산하고 여성을 주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 문제에서도 분단이라는 민족의 현실에 대한 인식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분단을 극복하고 사회 전반을 민주화하지 않고는 한국 사회에서 남녀평등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주장했다. 

총 3부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1부 ‘분단의 사회구조’에서는 우리 이론으로서 분단사회학의 이론적 틀을 제안한다. 분단을 남북관계나 국제정치적 차원의 문제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 내의 문제로 접근함으로써 분단을 넘어서야 하는 이유와 분단을 넘어설 수 있는 방안을 우리 안에서 찾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1장에서는 인간해방을 위한 사회학이 무엇인지 논하고 분단에 대한 사회학적 인식과 분단 상황에서의 한국인의 자아정체감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 그리고 분단시대의 사회구조의 특성이 무엇인지 논의한다. 2장에서는 1945-50년대의 사회 상황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던 가부장적 권력과 지역사회의 모습을 논한다. 이어서 3장에서는 기존의 삶의 질서를 거부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한 사례로 한국 교회의 신앙공동체적 특성을 살펴보고 교회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지 고찰한다.

지난해 타계한 저자 이이효재(1924~2020)

2부 ‘분단과 가족문제’에서는 민족 분단이 가족에 미친 영향을 역사적 및 사회구조적 인식에서 접근해야 함이 가족사회학의 일차적 과제임을 주장하고 있다. 4장에서는 근대화와 민주화가 가속화하면서 변화하는 사회를 가족주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새롭게 요구되는 공동체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5장에서는 남북분단과 분열로 강요당한 민족 대이동은 여러 가지 형태로 사회의 보수화를 가져왔음을 살펴보고 가부장적 전통이나 제도적 권력에 대한 복종으로 위계적인 가족관계를 유지하기보다 인간적 윤리에 기반한 자발적 협력관계로서 가족관계가 유지될 수 있어야 함을 주장한다. 또한 가족법의 민주화를 전제로 교육과 문화 및 민간운동 등 여러 분야에서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6장에서는 한국 소설에 나타난 분단에 대한 인식을 살펴봄으로써 이산가족의 문제를 비롯하여 분단이 가족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3부 ‘분단시대의 여성문제’에서는 분단의 피해자로서의 여성뿐만 아니라 분단 상황을 종식시키는 주체로서 여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7장에서는 국가 경제에서 여성의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임금으로 착취당했던 현실을 살펴보고 가부장적 관행과 유산을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또한 민족통일운동을 전개해나감으로써 여성들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민주주의와 통일 그리고 역사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동참해야 함을 주장한다. 8장에서는 분단시대 여성들의 민족의식을 살펴보고 분단으로 인한 여성들의 피해의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성들의 주체적 노력을 강조한다. 9장에서는 분단 상황에서 여성의 민주적 역량 확장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구조를 짚어본 후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여성운동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10장에서는 분단사회의 보수성과 여성의 지위에 대해 살펴보고 가부장제에서의 가족법개정운동, 산업화에 따른 여성노동운동 등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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