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위험한 정신 바이러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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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위험한 정신 바이러스이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3.07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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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만들어진 위험: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당신에게 | 리처드 도킨스 지음 |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364쪽

신과 인간 사이 가장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선 리처드 도킨스가 인류를 위협하는 비합리적 믿음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파헤친 책이다. 원제는 ‘Outgrowing God.’ ‘outgrow’는 성장하고 성숙해지면서 어떤 생각이나 습관을 버린다는 뜻이다. 그동안 유년기 세뇌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역설해왔던 그가 ‘믿음의 유전’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우리 스스로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완성한 것이다.

그동안 종교가 불러온 정신 지배, 악영향, 혼란을 오랫동안 성토해왔던 도킨스는 이 책에서 좀 더 단도직입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신을 믿어야 하는가?”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고민이 채 끝나기도 전, 12개로 이어지는 장에서 끊임없이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진다.

무수히 많은 신 중 왜 당신이 믿는 신만이 옳은가? 성서들 사이의 모순된 내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기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왜 어떤 기적은 믿고 어떤 기적은 믿지 않는가? 성서에 등장하는 신은 정말 선한가? 성서에 좋은 말도 있다고 항변하는 사람들은, 무엇으로 좋은 구절과 나쁜 구절을 판단하는가? 그런 판단 기준이 있다면 성서가 왜 필요한가? 성서를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어떻게 신 없이 고도로 복잡하고 다채로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가? 결국, 이제는 ‘만들어진 신’과 헤어져야 할 때라는 것이다.

도킨스는 1부와 2부로 나눠 신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1부에서는 ‘성서의 진실’을 해부한다. 왜 신을 믿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성서 때문에’, ‘성서가 우리가 선하게 살도록 돕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도킨스는 그 이유가 왜 합당하지 않은지 성서의 모순, 부정확성, 표절, 부도덕한 가르침 등을 조목조목 밝혀나간다. 

《성경》은 한마디로 잘 짜인 한 편의 문학작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예수의 죽음과 복음서들이 쓰인 시점 사이에 긴 공백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그 복음서들이 과연 역사의 믿을 만한 길잡이인지를 의심할 한 가지 이유를 제공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복음서들이 서로 모순된다는 것이다. 

복음서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데 따른 또 다른 문제는 《구약》의 예언을 실현하려는 집착이다. 특히 《구약》에 있는 역사처럼 보이는 이야기는 대부분 사건이 일어난 때로부터 수 세기 뒤인 기원전 600~500년에 쓰였다. 구전이라는 왜곡 필터를 통과하기 전, 이야기가 애초에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렇듯 저자는 성서가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에서 ‘귓속말 전달 효과’로 왜곡되어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되는지, 자신의 믿음이나 희망에 맞추기 위해 어떻게 이야기를 개선하여 신화화가 되는지를 화물 숭배, 존 프룸 숭배 등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한다.

또한 도킨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던 ‘성서는 선한 책’, ‘신은 자비로운 인물’의 틀을 완전히 깨부순다. 신은 인종청소, 심리조작, 살인, 아동학대를 방관하고 조장하는데, 이런 캐릭터는 어느 소설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불쾌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구약》에는 피비린내 나는 사건들로 가득하다. 신은 복수를 종용하고 자신이 선택한 백성에게 다른 부족을 도륙하라고 끊임없이 다그친다. 또한 신은 잔인하고 질투심이 많으며, 앙심을 품는 데 선수였다. 다른 신들을 광적으로 증오했고, 자신을 싫어하면 그 죄를 삼대에까지 물었다. 심지어 자신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사탄과의 내기도 서슴지 않았다.

2부에서는 진화, 즉 생명의 복잡성 문제를 다룬다. 신이 만든 것만 같은 ‘있을 법하지 않은’ 복잡한 생명체들이 존재하는 이유, 작은 돌연변이 유전자가 살아남아 후대에 전달되는 자연선택 과정, 더 나아가 종교적 믿음과 친절 또한 진화의 산물임을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증명한다.

도킨스는 신비로운 생명체가 어떻게 ‘고차원적인 힘’ 없이도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의 과정을 통해 멋지게 보여준다.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이 지금과 같은 ‘불가능한 복잡성’을 가진 이유는 그 조상이 수많은 세대에 걸쳐 그런 방식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진화의 힘은 정말 경이롭다. 더욱 놀라운 것은 종교적 믿음을 갖는 경향도, 도덕적으로 친절하게 행동하려는 경향도 종교 때문이 아닌 인간 뇌의 속성이라는 점이다. 즉, 섬세한 자연선택의 점진적인 축적의 결과라는 것이다. 도킨스는 이를 방증하기 위해 자기조립, 상향식 설계, 편향 심리 등 다양한 과학 원리를 총망라한다. 

이 책의 매력은 어렸을 때부터 뇌리에 깊게 각인된 신과 성서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뒤흔든다는 점과, 생명의 복잡성 문제로 시작되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무신론 변론이다. 선해지기 위해 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유전자 진화의 속성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성서는 도덕적 지혜가 담긴 책이라는 주장에는 그리스도인이 믿는 속죄 교리는 너무나도 뻔뻔해서 조롱당해 마땅하다고 반박한다. 또한 지적 설계자 없이는 다채로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에는 그보다 더 경이롭고 정교한 과학적 대안을 제시한다.

도킨스 주장의 핵심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모든 현상은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니라, 인간의 논리와 이성으로 충분히 납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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