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평화시대 동서 교류는 세계 문명사의 지평을 어떻게 바꿔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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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평화시대 동서 교류는 세계 문명사의 지평을 어떻게 바꿔놓았나?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3.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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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평화시대 동서문명의 교류: 아비뇽에서 개경까지 | 남종국·김장구·박용진·박현희·성백용 외 4명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360쪽

이 책은 몽골 평화시대에 동서양 문명이 몽골제국과 어떠한 양상으로 교류했는지, 세계사 발전에 있어서 그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짚어보는 연구서이다. ‘칭기스의 교환(Chinggis Exchange)’이라고도 불리는 ‘몽골 평화시대(Pax Mongolica)’는 몽골이 가장 방대한 영토를 지니고 통합된 세계를 이끌었던 13~14세기, 동서양의 문명 교류가 가장 활발하게 꽃피운 몽골제국의 전성기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는 세계 각국의 상인과 종교인, 외교 사절들이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규모와 빈도로 유라시아 대륙을 누비며 그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이고 다양한 접촉과 교류를 이어나갔다. 유럽과 동아시아의 국가들이 접촉을 통해 지리 지식을 확장해감에 따라 그것을 바탕으로 세계는 후일 대항해의 시대를 이끌었고, 이때의 혁명적인 발견은 인류 문명사의 지평을 바꿔놓았다. 따라서 몽골 평화시대가 진정한 세계사의 시작이자, 전근대와 근대를 나누는 분기점이라는 데에는 다수의 사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몽골과 유라시아 간 교류 및 접촉의 역사를 동서양 문화, 종교, 상업, 지리, 정치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총체적으로 짚어보며, 특히 다양한 문화·예술적 사료와 당대의 대표적인 여행기 및 지도 등 흥미로운 사례들을 확인한다. 이 책을 통해 유럽중심주의적 역사 해석의 시각을 극복하고, 몽골 평화시대에 이루어진 동서 교류가 세계 문명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그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총 3부 9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1부는 예술, 종교, 교역이라는 세 측면에서 몽골 평화시대에 동서문명이 교류ㆍ접촉한 역사에 대해 다룬다. 1장은 시각 자료, 특히 시에나 출신의 화가 암부로조 로렌체티(Ambrogio Lorenzetti)가 그린 〈프란체스코 수도사들의 타나 순교〉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몽골에서 이루어진 동서 교류가 예술 분야에 미친 영향과 그 흔적을 살펴본다. 2장은 몽골 평화시대에 이탈리아 상인들이 남긴 여러 종류의 상업 문서를 분석해 당시 유럽과 아시아 간의 직교역이 얼마나 활성화되었는지를 추적한다. 3장은 ‘면세 성지 비문’을 분석해 무슬림이 몽골 지배하의 중국에서 타 종교와 비교해 어떤 위상과 지위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밝히고, 이를 통해 몽골제국이 이슬람을 포함한 여러 종교에 대해 관용적이고 포용적인 정책을 실시했다는 기존의 해석을 다시 점검한다.

2부는 몽골 평화시대에 작성된 대표적인 여행기들을 분석해, 근대를 향해 전개된 새로운 변화와 그 양상에 대해 추적한다. 4장은 유럽 사회에서 가장 대표적인 동방 여행기로 알려진, 또 중세 말 유럽 사회에서 마르코 폴로(Marco Polo)의 『동방견문록』보다 훨씬 많은 인기를 끈 존 맨더빌(John Mandeville)의 여행기에서 기존의 다른 여행기들과는 다른 새로운 점, 즉 계몽정신, 타 문화와 종교에 대한 관용의 태도, 상대주의적 관점 등을 읽어낸다. 5장은 요르다누스 드 세베락(Jordanus de Severac)의 여행기를 분석해 새로운 점, 즉 전통적인 여행기들의 괴물이나 기적과 같은 신기한 것들 이외에 세베락 자신이 직접 경험해서 알게 된 새로운 ‘신기한 것들’에 대한 정보가 그의 여행기에 추가되었음을 밝혀낸다. 6장은 15세기 베네치아의 수도사 프라 마우로(Fra Mauro)가 제작한 지도를 분석함으로써 유라시아 동부에서 축적되어 발전되고, 이후 유럽에 전달된 지리 지식이 중세 말 유럽의 지리학과 세계지도 제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추적한다.

3부는 몽골의 군사적 침략과 고려의 저항 및 항쟁에 초점을 맞추었던 기존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사신 파견, 왕실 간 통혼 같은 고려와 원 사이의 교류 및 접촉, 그리고 그것의 영향에 대해 다룬다. 7장은 『고려사(高麗史)』,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원사(元史)』, 『원고려기사(元高麗紀事)』, 『몽골비사[원조비사(元朝秘史)]』 등 고려와 중국, 몽골 사료뿐만 아니라 페르시아의 『집사(集史)』와 유럽인들의 동방 여행기 등의 사료를 분석해 대몽골국 초기에 고려에서 카라코룸으로 파견되었던 고려 사신들의 행적을 추적한다. 8장은 고려 왕실과 통혼한 여덟 명의 몽골 공주들이 고려-몽골 관계에서 점한 정치적 위치를 몽골제국의 국가 체제라는 큰 구도 속에서 조망한다. 9장은 13~14세기 원제국의 법 체계가 점진적으로 완성되어간 과정을 분석하고, 이러한 법제사적 특징으로 인해 원제국 법의 고려 수용 양상이 시기별로 어떠한 차이를 보였는지에 대해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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