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도시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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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도시는 미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3.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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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승리: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 |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 이진원 옮김 | 해냄 | 544쪽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고, 우리나라도 인구의 70%가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이로 인한 도시과밀화, 도시 주택정책의 혼선, 대규모 행정도시 건설의 문제점 등이 논의되며 그 어느 때보다 도시에 대한 올바른 비전과 정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책은 전 세계 도시의 흥망성쇠와 주요 이슈들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통찰을 전함으로써 대한민국 도시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게 해준다.

도시의 인접성·친밀성·혼잡성은 인재와 기술, 아이디어와 같은 인적자원을 한곳에 끌어들임으로써 도시는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한다. 이 점이야말로 성공하는 도시의 핵심 요인이다. 21세기 최첨단 아이디어의 관문인 인도 방갈로르와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통해 도시의 성공에 있어 교육과 신기술이 어떻게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한때 똑같이 제조업의 메카였지만 퇴락한 자동차 왕국 디트로이트와 금융ㆍ출판ㆍ문화의 도시로 변화하여 세계의 중심으로 부활한 뉴욕을 비교함으로써 도시의 성공원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 국가와 개인으로서의 성공은 도시의 건강과 부(富)에 달려 있다. 한 예로 뉴요커들이 다른 지역의 미국인들에 비해 심장병과 암에 걸릴 확률은 미국 전체 평균에 비해서 더 낮고, 미국인들이 벌어들이는 소득 중에 절반 이상은 22개 대도시 지역에서 나온다. 흔히 도시가 사람들을 빈곤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도시가 기회의 땅으로서 가난한 이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반박한다. 도시 빈민은 시골 빈민과 비교했을 때, 더 부유하고, 더 위생적이며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한 1960년대 퇴락한 도시 런던과 같은 소비 도시의 부상에서 보듯, 도시는 이제 맛과 멋에 탐닉하는 인간의 놀이터이자 아이디어와 자본이 순환하는 창의적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종 규제와 보존정책은 도시의 개발을 가로막고 도시 확산, 스프롤(sprawl)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인도의 허브 뭄바이는 토지 이용을 규제함으로써 과도하게 높은 주택 가격, 스프롤 현상, 슬럼가, 부패 등의 문제를 일으킨 반면, 중국 상하이는 뭄바이보다 경제 성장 열기가 뜨겁지만 유연한 주택 공급 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해외 기업가들이 모여든다. 또한 교외로의 이주가 오히려 더 심각한 환경파괴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각종 통계로써 증명하며 도시의 친환경성을 설명한다. 이처럼 유연한 도시개발과 주택공급 정책은 강조하되, 도시 재생이란 명분 아래 이루어지는 정치적인 대규모 건설 사업 등은 비판하며 진정한 도시의 힘은 ‘건물’이 아닌 ‘사람’에서 나옴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저자 에드워드 글레이저

도시는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장에서 논쟁을 벌이던 시기부터 혁신의 엔진 역할을 해왔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거리들은 우리에게 르네상스를 선물했고, 영국 버밍엄의 거리들은 우리에게 산업혁명을 가져다주었다. 현대 런던과 방갈로르, 도쿄가 이룩한 위대한 번영은 새로운 사고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됐다. 인도의 자갈길을 걷든, 격자무늬로 잘린 교차로를 걷든, 로터리 주변이나 고속도로 아래를 주행하든 이런 도시들을 돌아다니는 것은 인간의 발전을 연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도시는 승리했다. 그러나 우리 중 다수가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듯이 도시의 도로가 간혹 지옥까지 포장되어 있을 때도 있다. 도시는 승리할지 모르지만, 도시민들은 지나칠 정도로 자주 실패를 맛보는 것 같다. 사실상 많은 사람들에게 20세기 후반은 도시의 훌륭함이 아니라 도시의 누추함을 배운 시기였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도시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들로부터 우리가 얼마나 잘 배울지가 도시 인류가 도시의 새로운 황금시대라 할 수 있는 시기에 번창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교육, 기술, 아이디어, 인재, 기업가정신과 같은 인적자본을 끌어들이고 이들이 협업하게 하는 힘이야말로 도시와 국가의 번영은 물론, 인간의 행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펼치며 잘못된 도시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비록 미국적 현실을 바탕으로 하나 뉴타운, 신도시 건설 등의 산적한 이슈들과 그 과정에서 많은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의 도시정책에도 냉철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제시할 것이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뉴욕에서 인도 뭄바이까지 전 세계의 사례를 흥미롭게 제시하며 도시 성공과 인적자본의 관련성, 질병과 교통, 주택정책, 환경문제 등 고질적인 도시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 개발과 보존이라는 끝없는 갈등, 스프롤(도시 확산) 현상의 득과 실, 도시 빈곤과 소비 도시의 부상 같은 도시를 둘러싼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화와 정보기술의 시대인 오늘날 유효한 도시의 성공 방정식을 도출하며 가장 인간답고, 건강하고, 친환경적이며, 문화적·경제적으로도 살기 좋은 곳이 바로 도시임을 증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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