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도덕성에 기대어서는 결코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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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도덕성에 기대어서는 결코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2.0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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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 쟁탈 3,000년: 전쟁과 평화의 세계사 | 조너선 홀스래그 지음 |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632쪽

인간은 3,000년 역사 내내 평화를 꿈꾸었지만, 전쟁은 늘 인간의 삶을 파괴하며 우리 곁에 머물러 있었다. 인류 역사상 전쟁은 한시도 멈춘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평화라는 이상이 전쟁이라는 현실에 번번이 밀려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째서 인간은 그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 책은 철기 시대부터 현대에 걸친 3,000년 전쟁과 평화의 역사를 들여다보며, 나라와 민족 간에 전쟁이 벌어지는 다양한 원인을 탐색한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조감하면서, 고대 이집트부터 중국 한나라, 로마 제국, 이슬람 제국, 냉전을 거쳐 21세기 초입에 이르기까지 전쟁과 평화의 균형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가를 추적한다. 

저자는 이 방대한 역사 안에서 시대와 지역을 가로질러 반복되어 온 패턴을 찾아내고, 전쟁에 관한 우리의 일반적인 관념을 뒤흔들며, 국제정치의 본질을 파헤치는 질문을 던진다. 상업과 무역은 정말로 국제 평화를 증진할까? 민주주의와 참여가 전쟁을 예방할 수 있을까? 전쟁은 권력에서 비롯되는 보편적 죄악인가? 지정학적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인간이 지금까지 어떤 길을 선택해 왔는가를 밝히며 우리가 평화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는 기원전 1000년부터 지금까지, 3,000년 동안의 전쟁과 평화의 역사를 살펴보며 전쟁이 평화보다 우세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주목한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 ‘몇 가지 반복되는 원인’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먼저 전쟁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배자의 권력과 야심’ 때문이다. 예를 들어 3세기 사산조 페르시아의 왕들은 나라의 힘이 강해지자 로마 제국을 공격했고, 중앙아메리카의 테오티우아칸은 마야 지역에 군사를 보냈다. 대부분 “이러한 정복 전쟁은 ‘정의’라는 명분으로 치장되었다.” 이와 반대로 정치체가 힘을 잃었을 때도 전쟁은 쉽게 일어났다. 정치체가 힘을 잃을 경우, 이웃 나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쳐들어오게 마련이었다. 한편으로 힘을 잃은 정치 세력이 국내의 반란과 소요를 진압하기 위해 외세를 끌어들였다가 오히려 큰 혼란에 빠지는 일도 있었다. 

전쟁이 벌어진 또 하나의 주요 원인으로는 ‘안보’를 들 수 있다. 한 나라가 안보를 강화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행동이 공격을 위한 것인지 방어를 위한 것인지 알지 못하는 이웃 나라는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영토와 세력권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최선의 안보란 가능한 한 적을 국가 중심으로부터 멀찍이 밀어내는 것”이었다. 이에 서로 간에 긴장이 쌓일 대로 쌓인 두 세력은 결국 격해진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전쟁이라는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중요한 교역로를 장악하고 그 수익을 차지하려는 ‘욕망’도 전쟁의 한 원인”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실크로드’로, 파르티아 제국, 쿠샨 제국, 흉노 연합국 등이 부를 보장해 줄 실크로드를 차지하기 위해 난투를 벌였다. 그 밖에도 동남아시아의 촐라 왕국은 주요 바닷길인 인도양의 끄라지협을 차지하기 위해 스리위자야 왕국을 침략했고, 사산 제국은 바다의 실크로드를 차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길목에 항구와 거주지를 건설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종교’라는 원인이 있었다. 종교가 달라도 서로 협력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힌두교, 불교, 유교, 도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모든 종교와 신념은 반드시 성전(聖戰)을 일으켰다. 역사상 많은 종교가 평화를 이야기하고 사랑과 자비를 설파했지만, 그 한편으로는 모두 전쟁의 원인과 근거가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인 서기전 1000년경에도 전쟁은 이미 “큰 이익이 되는 사업”이었다. 서민에게는 고통과 슬픔만을 안겨 줄 뿐이었지만, 적어도 지배자들에게는 금은보화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렇듯 “안보 추구와 물질적 욕망”은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었다. 따라서 힘 있는 지배자들은 대개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켰고, 반대로 힘을 잃어 가는 지배자들은 다른 정치체에 간섭당하고 몰락하게 마련이었다. 

인간은 언제나 평화를 꿈꾸어 왔다. 권력자들이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도 ‘안보’, 곧 외세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쟁은 일반 서민에게는 고통을 의미했다. 중앙에 사는 지배자에게 전쟁이란 ‘돈’과 ‘권력’의 다른 이름이었지만, 국경 근처에 사는 서민에게는 학살과 고문, 납치, 노예화 등 죽음과 같은 고통을 의미했다. 

저자는 말한다. 전쟁은 어쩌다 실수로 일어나는 특별한 사건이 아닌 어느 시기, 어느 지역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인 사건이며, 평화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듯이 ‘도덕’이나 ‘이상’이 아니라 ‘전쟁의 공포’라고. 저자는 3,000년 전쟁과 평화의 역사를 조감하며 “인간의 도덕성에 기대어서는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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