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철학의 쌍두마차, 공리주의와 자유주의…진정한 자유란 공리와 같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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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철학의 쌍두마차, 공리주의와 자유주의…진정한 자유란 공리와 같이 간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1.31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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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존 스튜어트 밀 선집 | 존 스튜어트 밀 지음 |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1,048쪽

‘19세기 대표 지성’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 정치·사회 저작을 엮은 선집이다. 150년도 넘은 고전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당시 급진적이라 평가받던 밀의 주장은 어쩌면 우리에게 낡게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밀이 그토록 염원했던 참된 자유, 개인의 행복, 착취하지 않는 시스템, 남녀평등은 여전히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공리주의의 세례를 받으며 사상 체계를 완성한 밀이, 당시로서는 매우 급진적인 자유를 주장했다는 사실은 얼핏 모순처럼 보이기도 한다. 공리의 이름으로 자유가 정당화되는 것이라면, 공리를 저해하는 자유는 제한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자유론》에 관해서라면 공리보다 자유가 우선한다는 주장도 많지만, 분명 밀은 그 《자유론》에서도 효용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서병훈 교수는 “효용이 ‘제1원리’이고 자유는 그 하위체계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리와 자유를 엄격하게 떼어놓느라 밀의 생각을 곡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진정한 자유란 공리와 같이 간다.

‘존 스튜어트 밀 선집’의 시작은 《공리주의Utilitarianism》다. 18세기 급성장하는 자본주의는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과도한 경쟁과 빈부격차의 심화 등 많은 부작용을 야기했다. 이에 이기주의를 해소할 새로운 도덕관으로, ‘최대의 사회적 효용을 가져오는 행복이 최고의 도덕적 가치임’을 핵심 명제로 삼는 공리주의를 제창한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고통을 싫어하고 쾌락을 추구한다’는 인간관에서 출발하는 밀의 공리주의는 앞선 세대 벤담의 쾌락적 공리주의와 차별된 최대 다수의 행복을 말한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지닌 사회성과 정신 교양을 통해 물질적 쾌락에 빠지지 않고 타인을 배려함으로써 다수의 행복을 보장한다. 이로써 공리주의는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탈피해 사회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밀은 《종교론Three Essays on Religion》에서 자연과 창조주의 존재에 관해 귀납적인 논리를 이어가며 종교, 그 가운데서도 기독교를 맹렬히 비판한다. 밀은 인간이 이기적 욕망을 억제해야 현실에서 아름답고 이상적인 관념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 목적을 위해 감정과 욕망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종교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기적 선악 개념에 매몰된 기독교 등의 종교는 이런 본질을 상실했다. 밀은 초자연적 존재에 의지하는 기존 종교와는 다른, 보편적 사랑을 실천해 인간을 행복하게 하고 또 바르게 살게 만드는 ‘인간종교Religion of Humanity’를 주창한다. 온 인류와 일체감을 느끼고 공공선에 깊은 열정을 품게 하고 보편적 선에 절대적 의무감을 느끼게 하는 ‘진짜 종교’를 그려냈으며, 여기에 콩트의 개념에서 따온 ‘인간종교’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런 면에서 밀의 종교론은 공리주의와 같은 이상을 향한다.

밀의 저서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자유론On Liberty》은 자유의 이름으로 개별성individuality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책이다. 밀은 ‘생각의 자유’가 소중함을 서술하면서, 내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남의 생각에 대해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판과 회의를 두려워하면 어떤 진리라도 ‘헛된 독단적 구호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 이것이《자유론》의 출발점이자 결론이다.

밀이 생각한 이상적인 정치체제는 바로 대의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대의정부론Considerations on Representative Government》은 밀의 정치철학을 집대성한 책이다. 밀이 생각한 좋은 정부란 인간성humanity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부를 말하며, 이러한 바탕 위에서 ‘평등하게 대표되는 전체 인민에 의한 전체 인민의 정부’라고 이상적인 정치체제를 규정한다. 이를 위해 지성과 덕성을 갖춘 전문적이고 유능한 사람들이 정부 업무를 맡아 처리해야 최대한 효율을 얻을 수 있으며, 또한 구성원은 숙의熟議(deliberation)에 몰두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고 말한다. 밀은 무엇보다 ‘토론의 힘’에 큰 기대를 건다. 유능한 사람이 비록 적을지라도 논리와 인격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이상적인 정치체제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최대한 많은 시민이 심의에 참여하고, 반복된 토론을 통해 대중의 심의 능력을 키움으로써 오히려 민주적인 요소가 더 강화된다고 보았다. 밀에게 대의제와 민주주의는 서로 모순어법이 아니다. 대의제가 오히려 민주적 참여를 더 확대해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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