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트럼프 시대, 미국 민주주의의 앞날은?…분열된 미국정치와 바이든 행정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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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트럼프 시대, 미국 민주주의의 앞날은?…분열된 미국정치와 바이든 행정부의 딜레마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1.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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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사 이슈]

- 제주평화연구원, ‘JPI PeaceNet’ 최신호에서 바이든 행정부 딜레마 분석
바이든은 20일 취임 선서 때 1893년부터 집안에서 전해져 내려온 성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평화연구원은 21일 발간한 ‘JPI PeaceNet’ 최신호에서 포스트 트럼프 시대, 바이든 행정부의 딜레마와 미국 민주주의 앞날을 짚었다.

JPI PeaceNet는 제주평화연구원의 대표 발간물로, 국제 관계·평화 연구와 관련한 정보 교류 및 정책 제안을 위해 국내외 학자들의 글로벌한 1.5 트랙 온라인 대화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평화를 확립하고 평화 담론의 거점 역할을 하기 위해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 다자 안보 협력, 한반도 평화 담론에 관한 주제를 중심으로 국제 관계의 현안을 분석한다.

이번 호에서 유성진 이화여자대학교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언급하며 “이제 출범한 새로운 행정부에 통합의 과제는 단순하지만, 그 해결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사회의 통합을 위해 한편으로는 트럼프를 지지한 세력을 포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반트럼프 선거 연합으로 뭉친 바이든 지지자들을 정책적인 협력 집단으로 결집해야 한다”며 “이 두 목표를 동시에 이루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진단했다.

“전자에 집중하면 반트럼프 선거 연합이라는 지지자들은 느슨한 연계를 와해시킬 우려가 있는 반면, 후자에 집중하면 트럼프 지지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딜레마의 해결은 불가능할까? 유 교수에 따르면 그렇지만은 않다. 공교롭게도 현재 미국 사회가 겪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그는 전망한다.

유 교수는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정책 결정을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점과 트럼프 행정부가 지지 시위대의 국회의사당 난입이라는 폭력적인 파국으로 종결됐다는 점은 분열보다는 통합을 기치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추진을 미국의 유권자들이 당분간 관망할 개연성을 높여주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오랜 정치적 경력의 대부분을 의회에서 보냈기에 광범위한 초당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가시적 성과를 통해 정책 추진의 동력을 유지하고 기치로 내건 통합의 드라이브를 이어갈 수 있다면, 그리고 공화당이 트럼프의 유산을 넘어 전통적인 보수 정당으로서 재편을 가져올 수 있다면 미국 사회는 다양성에 근거한 상호 존중의 민주주의 재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만일 그렇지 못한다면 2022년 중간선거 그리고 2024년 대선 역시 극심한 분열 속에 당파성이 지배하는 또 다른 큰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PeaceNet 이번 호 기획을 맡은 제주평화연구원 유기은 박사 후 연구원은 “바이든은 국내 정치적 분열뿐만 아니라 팬데믹, 국제다자주의 와해 등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큰 위기 가운데 취임한 대통령이라 할 수 있다”며 “세계 민주주의 질서를 재건하고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국내 정치의 통합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유성진 교수의 글을 발췌 소개한다.

■ 분열의 미국 사회와 포스트트럼프 시대, 바이든 행정부는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 유성진 교수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 유성진 교수
유성진 교수

2021년 1월 6일 대통령선거의 결과를 최종적으로 확정 짓는 절차를 앞둔 미국 국회의사당에서의 폭력사태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경악시켰다.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상황은 극우세력에 의한 우발적인 돌발행동이라기보다는 잠재되어 있던 미국 사회의 분열이 노골적으로 그리고 극단적으로 표면화된 결과이다. 파국의 원인에는 극심한 미국 사회의 양극화와 이를 제대로 관리, 해결하지 못한 미국 정당들의 무능력, 그리고 노골적으로 분열을 조장한 트럼프의 리더십이 중첩되어 있다.

다양한 민족적 뿌리를 가진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미국의 태생적 출발은 정치적으로 통합을 중요시하는 풍토를 가져왔고 사회·문화적으로는 다양성의 인정과 관용, 그에 기반을 둔 다원주의를 중요한 덕목으로 이어왔다. 이러한 미국 사회의 덕목은 최근 이를 위협하는 변화에 봉착하였다. 2001년 전대미문의 911 테러, 2008년 경제적인 불황을 가져온 금융위기는 외부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용도를 크게 낮추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더해 소수인종 대통령인 오바마의 등장은 스스로를 미국 사회의 주류라 여겼던 백인계층, 특히 백인노동자들의 불만과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2016년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 사회는 기존에 이념적으로 갈라졌던 당파적인 양극화에 더해 성별로, 연령별로, 거주지역별로, 인종별로 트럼프에 대한 지지여부를 중심으로 극심한 사회적 분열을 겪었다.

이러한 미국 사회의 분열은 이를 제도적으로 조정하지 못한 정당의 무능력으로 그 효과가 더욱 배가되었다. 권력분립의 제도적인 틀 속에서 사회갈등을 논의하고 해소해야 하는 책무를 가진 정당들은 그 자체로 정파적 양극화의 대변자가 되었으며, 그러한 경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극심해졌다.

이제 막 취임한 바이든 행정부에게는 무엇보다도 트럼프 행정부 시기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미국 사회의 분열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2020 대선결과는 인구학적으로 보면 여성과 소수인종, 고학력백인, 대도시거주자, 젊은 유권자층을 중심으로 한 반트럼프 연합, 그리고 남성, 저소득백인, 시골지역거주자, 고연령층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 지지세력으로 양분되어 그 균열의 양상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

1월 20일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알리는 취임식은 미국 사회 분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이의 치유를 위해 통합이 절실함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대통령 취임식은 통합과 화합의 기치 아래 이전보다 더욱 경건하고 절실하게 치러졌다. 취임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무엇보다도 통합(unity)과 미국 민주주의의 복원을 강조하였다.

이제 출범한 새로운 행정부에게 통합의 과제는 단순하지만 그 해결은 쉽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사회의 통합을 위해 한편으로는 트럼프를 지지한 세력을 포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반트럼프 선거연합으로 뭉친 바이든 지지자들을 정책적인 협력집단으로 결집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에게 무엇보다 큰 고민은 전자에의 집중이 반트럼프 선거연합이라는 지지자들의 느슨한 연계를 와해시킬 우려가 있는 반면, 후자에의 집중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는 점이다. 선거연합으로 더욱 이질화된 민주당 내부를 다독이면서 동시에 초당적인 통합을 이룩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통합에의 일차적인 열쇠는 바이든 행정부가 반트럼프 선거연합으로 집결한 민주당 내의 느슨한 가치연합을 정책적 협력으로 이어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샌더스와 워런 등 민주당 경선에서 후보자리를 두고 경쟁하였던 후보들이 반트럼프 선거연합을 통해 바이든을 지지하면서 민주당 내부의 진보적인 정책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따라서 행정부 인선과 정책적인 측면에서 소수자집단과 진보진영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 바이든 취임 첫날 행정조치 17건 서명…코로나, 이민, 환경 등 핵심 현안
▲ 바이든 취임 첫날 행정조치 17건 서명…코로나, 이민, 환경 등 핵심 현안

실제로 그러한 선택은 바이든 행정부의 구성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선은 여성과 소수인종들을 대거 등용하면서 과거 어떤 행정부보다도 높은 다양성을 보여주었다. 더불어 취임 직전 발표된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은 그 규모가 예상보다 큰 1조 9천억 달러에 달하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계층에 한층 더 집중되어 있다. 취임 첫날 서명한 17건에 달하는 행정명령에도 이민과 환경문제에 대해 소수자집단과 진보진영이 요구해왔던 내용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사회의 분열은 그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적인 변화가 트럼프 지지자들의 극심한 당파성을 자극하는 정도로 추진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취임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53%로 과반수를 넘고 있으나, 공화당 지지자들의 83%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고 2020 대선에서 트럼프를 선택한 응답자들에게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89%에 이른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바이든 행정부의 진보적인 정책추진을 억제하는 제약요소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코로나 위기가 초당적인 단합과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기 초기 코로나 위기극복과 경제회복이라는 국가적인 당면과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어려운 상황이다. 심각한 상황에 처한 코로나 위기의 극복과 경제회복이라는 국가적인 난제해결에 공화당이 당파적인 반대를 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하원 뿐 아니라 상원에서도 민주당이 정책결정의 주도권을 갖게 된 권력구도 역시 당분간 바이든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적인 운신의 폭을 넓혀주었다.

만일 초기의 적극적인 정책추진으로 코로나 위기에 대한 해결의 돌파구를 찾고 가시적인 경제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게 커다란 정책실현의 동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편으로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게 주어진 정치적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선거 직전 민주당의 기대와는 달리 의회선거는 민주·공화 양 당이 초박빙의 결과를 가져왔다. 민주당은 조지아주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상원에서의 주도권은 되찾았지만 하원에서 공화당과의 의석 격차는 10석으로 이전의 1/3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바이든 행정부의 초기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대단히 유리한 국면에 서게 됨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은 바이든 행정부에게 초기 국정운영을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정책결정을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점과 트럼프 행정부가 지지시위대의 국회의사당 난입이라는 폭력적인 파국으로 종결되었다는 점은 분열보다는 통합을 기치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추진을 미국의 유권자들이 당분간 관망할 개연성을 높여주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랜 정치적 경력의 대부분을 의회에서 보냈기에 광범위한 초당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이 민주당 내부의 이질성 극복과 초당적 협력의 창출에서 어떠한 리더십을 발휘할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트럼프 이후 공화당의 변화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지지시위대의 국회의사당 난입은 트럼프 임기 내내 단합된 지지를 보여주었던 공화당 지도부를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다. 특히 트럼프 지지시위대의 폭력적인 국회의사당 난입은 그간 ‘법과 질서 수호의 정당’으로 자임해 왔던 공화당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공화당에게 새롭게 당을 재건할 필요성에 대한 요구를 높이고 있다. 물론 광적인 지지자들을 등에 업은 트럼프가 퇴임하면서 어떠한 형태로든 되돌아 올 것임을 천명하였고 그의 영향력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공화당 지도부의 트럼프와의 거리두기가 선거에서의 역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극심한 사회분열이라는 부정적인 유산을 남겨 놓고 대통령으로서 누리던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트럼프의 영향력이 오랫동안 유지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초유의 두 번째 탄핵을 겪고 있는 트럼프에 대해 공화당 지도부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 순간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통해 정책추진의 동력을 유지하고 기치로 내건 통합의 드라이브를 이어갈 수 있다면, 그리고 공화당이 트럼프의 유산을 넘어 전통적인 보수정당으로서 재편을 가져올 수 있다면 미국 사회는 다양성에 근거한 상호존중의 민주주의 재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2022년 중간선거 그리고 2024년 대선 역시 극심한 분열 속에서 당파성이 지배하는 또다른 큰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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