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대학연구소 난립 심각…전체 대학연구소 61.6%, 연구원·행사 전무한 ‘유령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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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한 대학연구소 난립 심각…전체 대학연구소 61.6%, 연구원·행사 전무한 ‘유령 연구소’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1.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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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187개 4년제 대학 5147개 연구소 보유
- 대학당 평균 37개(국공립대), 25개(사립대) 연구소 보유
- 전체 연구소의 80.5%, 전임연구원 ‘0’…연구소당 평균 전임연구원 0.8명 불과
- 전체 연구소의 68.7%, 학술행사 개최실적 ‘0’
- 상위 20개 대학 연구소, 전체 학술대회 실적의 64.2% 차지
사진출처=대학교육연구소

우리나라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부설 연구소의 61.6%가 연구원·행사가 전무한 ‘유령 연구소’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공립대·사립대 부설연구소의 전임연구원이 평균 1명도 채 되지 않는 0.8명, 전체 대학의 5,147개 연구소 77.4%가 유급 전임연구원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돼 유명무실한 한국의 대학부설연구소 실태를 그대로 드러냈다.

대학부설연구소(이하 연구소)는 기존 학과/학부 체계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다. 학과나 학부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연구를 전문 연구인력을 통해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소는 대학의 연구기능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최근 민간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가 대학알리미(https://www.academyinfo.go.kr)에 공시된 2019년 연구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구여건·연구실적 등이 미흡한 부실 연구소가 난립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 대학 당 평균 37개(국공립대), 25개(사립대) 연구소 보유

교육부 소관 4년제 국공·사립대학 187교의 연구소 보유현황을 보면, 이들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는 5,14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학 당 평균 28개의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국공립대학 40교가 보유한 연구소는 1,481개, 사립대학 147교가 보유한 연구소는 3,666개로, 대학당 평균 연구소는 국공립대학이 37개, 사립대학이 25개다. 국공립대학이 보유한 연구소가 사립대학보다 많은 셈이다.

▶ 전체 연구소의 81%, 전임연구원 ‘0’…연구소당 전임연구원 0.8명으로 1명에 못 미쳐

연구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임연구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표2>에 따르면, 연구소 1개당 평균 전임연구원 수는 1명이 채 되지 않는 0.8명이다.

국공립대학 1,481개 연구소에 근무하는 전임연구원은 2,179명으로 연구소당 전임연구원 수는 1.5명이다. 사립대학 3,666개 연구소에 근무하는 전임연구원은 2,192명으로, 연구소당 전임연구원 수는 0.6명이다. 국공립대학보다 사립대학 연구소 여건이 더욱 열악함을 알 수 있다.

* 전임연구원 : ‘연구’를 위해 채용한 전임 유급 연구원을 말함. 전임교원 및 행정직은 제외, 단 연구소 소속 전임교원(HK교수 등)은 포함

전임연구원 인원수를 기준으로 연구소 분포를 보면 연구소 운영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전체 연구소 가운데 80.5%인 4,144개는 전임연구원이 전무하다. 국공립대의 경우 전체 연구소의 70.1%(1,038개), 사립대는 84.7%(3,106개)에 해당하는 연구소가 전임연구원 없이 운영되고 있다.

▶ 전체 연구소의 69%, 학술행사 개최실적 ‘0’…국공립대 60%, 사립대 72.2%, 학술행사 전무

2019년 연구소당 평균 학술대회 개최횟수는 1.9회. 국공립대의 경우 1,481개의 연구소가 개최한 학술대회는 4,069회로, 연구소 1개당 2.7회 개최했으며, 사립대는 3,666개의 연구소가 5,760회의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연구소 1개당 1.6회의 학술대회를 개최한 것으로 나타났다.

* 국제학술대회: 부설연구소에서 단독 또는 타 학술단체와 공동으로 주관 또는 주최하여 국
내외에서 개최한 정기 또는 부정기 학술대회로, 발표자의 소속기관이 한국을 포함한 3개
국 이상인 행사
* 국내학술대회 : 국제학술대회를 제외한 부설연구소에서 단독 또는 타 학술단체와 공동으
로 주관 또는 주최하여 국내에서 개최한 정기 또는 부정기 학술대회
* 기타 : 부설연구소에서 단독 또는 타 학술단체와 공동으로 주관 또는 주최하여 공식적인
대외 공고 후, 소규모 세미나, 전문가 초청 강연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학술행사

학술행사 개최횟수를 기준 연구소 분포를 보면, 국제학술대회 또는 국내학술대회, 소규모 세미나, 전문가 초청강연 등 기타 행사를 한 번도 개최하지 않은 연구소가 전체 연구소 5,147개의 68.7%(3,534개)에 이른다. 국공립대 연구소는 전체의 60%(888개), 사립대 연구소는 전체의 72.2%(2,646개)가 학술행사를 전혀 개최하지 않았다. 

국제학술대회 개최실적은 더욱 저조하다. 국공립대 연구소에서 1회 이상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 연구소는 10.2%(151개)다. 사립대 연구소는 5.4%(199개)에 불과하다. 국공립대, 사립대 각각 89.8%(1,330개), 94.6%(3,467개) 연구소의 국제학술대회 개최실적은 전무하다. 

한편, 국내학술대회를 1회 이상 개최한 국공립대 연구소는 24.7%(366개), 사립대 연구소는 16.6%(607개)이다. 기타 학술행사를 1회 이상 개최한 연구소는 국공립대가 27%(400개), 사립대가 18.4%(676개)에 불과하다.

▶ ‘유령 연구소’, 전체 연구소의 61.6%…상위 20개 대학 연구소, 전체 학술대회 실적의 64.2% 차지

<표6>은 전임연구원도 없고, 행사개최 실적도 없는 소위 ‘유령 연구소’를 보여준다. 전체 연구소의 61.6%(3,171개)가 이에 해당한다. 국공립대학 연구소는 전체 연구소의 50.2%(744개), 사립대학 연구소는 전체 연구소의 66.2%(2,427개)가 해당한다.

연구소의 학술행사 실적은 쏠림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학술대회 개최 실적 상위 20개 대학을 살펴본 결과, 이들 대학의 행사 개최횟수가 전체 행사 개최횟수(9,829회)의 64.2%(6,308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서울대 연구소 행사 개최 횟수가 10.7%(1,054회)를 차지하고, 서울대(1위), 고려대(2위), 연세대(3위)의 행사 개최 횟수가 2,025개로 전체의 20.6%를 차지한다. 

▶ 유명무실화된 연구소, 현황파악하고 대책 세워야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부실 연구소가 난립하게 된 이유는 연구비 확보, 연구논문 발표수단 확보 등 연구 본연의 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연구소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며, 또한 사립대의 경우 대학 자체규정만 충족하면 연구소를 쉽게 설립할 수 있다는 점도 부실 연구소가 늘어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나마 국립대의 경우는 「국립학교설치령」에 근거하여 학칙과 자체 규정에 따라 최소 3년에 한 번씩 평가를 받아 운영실적과 존속 또는 폐지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운영실적, 평가방식, 평가주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실효성 있는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사립대 연구소는 운영과 관련하여 교육관계법에 근거가 없으며 학칙과 자체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어 국립대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따라서 “대학은 내실있는 연구소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과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연구소 규정을 재정비해야 하며, 또한 교육부는 연구비 등 연구소 관련 정보공개 확대로 연구소 운영에 대한 대학구성원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대학교육연구소 측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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