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희망은 어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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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희망은 어디에서?
  •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교수·과실연 명예대표
  • 승인 2020.12.27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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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 칼럼]_ 논설고문 칼럼

2020년이 저물어간다. 오늘 우리는 매우 특별한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전 세계는 올 초부터 갑자기 비대면 시대라는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경험하기 시작하여, 현재 코로나 확진자 8천만 명, 사망자 2백만 명에 이르며  계속 확산되고 있다. 한국도 신규 확진자가 하루 천 명대를 넘어 급증하고 있어, 대입 전형을 비롯한 모든 교육 활동이 100% 비대면으로 바뀌었고, 중소 상인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의 불안과 고통의 골은 깊어지기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 오늘 우리 사회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매년 연말, 한 언론사가 전국 천 명 내외의 교수로부터 선정하는 사자성어가 한 해를 성찰하게 한다. 2018년에는 '임중도원(任重道遠)'(짐은 무거운데 갈 길은 멀다)으로서, 정치, 경제 등에서의 난제가 많지만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기대하였다. 2019년에는 '공명지조(共命之鳥)'(한 몸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새로 목숨을 함께하는 새)로서 한 나라의 백성인데 두 가지 마음으로 갈라져 있다는 것이었다. 2020년에는 '아시타비(我是他非)'(같은 사안도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로서 '내로남불'로 더욱 양극화되어가는 대한민국의 모습 이야기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국민통합’, ‘사회통합’이라는 용어 자체가 안 들리고, ‘국민’도 ‘특정한 집단’ 단위로 인식되곤 한다. ‘정의’, ‘공정’, ‘평등‘, ‘도덕성’ 등의 가치도 그 집단 안에서만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모든 잘못은 남 탓이라며, 독선, 교만, 시비가 폭주하고, 품격 없는 언어로 서로 몰아붙이는 갈등에 ‘광기’마저 느끼게 한다는 지적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문제의 본질, 일반 국민, 국가보다는 편 가르기, 표 계산 등의 정략적 기술만 난무하는데, 이는 정치가 아니다. 남북의 화합을 위해 공을 들이지만, 정작 우리끼리는 분열로 치닫게 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세상을 꿈꾸는 것일까? 

지난 1년 여러 고통을 감내하며 이 팬데믹 상황을 견뎌온 일반 국민들은 이제 이념, 세대, 계층을 넘어, 각자의 삶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상생의 공동체를 원한다. 우리 사회가 이러한 바램을 담고, 4차 산업혁명, 팬데믹 시대와 내년 대선정국을 지혜롭게 풀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를 어떤 나라로 만들어갈 것인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로 만들 것인가?”, “어떤 능력과 소양을 갖출 것인가?”  

그러면 이러한 본질적 질문에 대해 누가 답을 하며 이 사회를 변화시켜 갈 것인가? 요즈음은 우리 사회에 ‘어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쉽다. 지식을 정리하며 새로운 인식을 낳게 하는 지성, 자기만의 영혼을 가지고 양심에 따라 시대의 목소리를 내는 지성인이 그리워지는 때다. 세계적으로도 20세기의 중심을 잡았던 지성인이 21세기에는 실종되어, 지식인의 야성이 담긴 시국선언조차도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디에 희망과 기대를 걸어야 할까? 민주화, 산업화 과정에서 시대정신의 원천이 되었던 대학이 떠올려진다. ‘지식 전문가의 집단’을 넘어 ‘지성인의 요람’으로서의 대학 위상이 다시 요구되는 것이다.  

요즈음 대학은 취업, 반값 등록금, 평가, 비대면 교육 등의 현안에 경황이 없고, 성과, 평가, 재정확보, 대학 평판 등의 관리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역사의식, 시대정신에 기반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대학의 이념은 아직 유효하며, 이 또한 대학의 사회적 역할이어야 한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로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면서도, 과거처럼 필요시 권력으로부터 공익과 국민을 지키는 대변자로서, 모든 영역에서 공적 담론을 형성하는 사명도 적극 감당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비대면 시대에 대학이 우리 사회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지성인으로서의 역할이 요구되는 교수가 학생과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이는 교수가 교육과 연구, 대학 행정 등 모든 면에서 깊은 성찰, 정직함, 공정함을 기반으로 ‘한 점 부끄럼 없는’ 스승, 학자로서의 양심을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학생과 더불어 대학의 일상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다양성, 다름, 차이를 존중하고 대화,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나가는 훈련을 쌓아가며, 학생을 건강한 글로벌 시민으로 양성하는 일이다. 이는 다음 세대가 새 시대에 요구되는 공유, 협업, 융합 능력을 갖추도록 하여,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내년은 코로나 19 이후를 대비하는 경제 이슈, 대선 정국 등 큰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께 예물을 드릴 때,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라는 말씀이 있다. 앞으로 다가오는 난제들을 해결하며 대한민국의 꿈을 이루어가려면 먼저 모든 국민이 하나의 공동체로 마음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금 모으기 운동’, ‘88 올림픽’과 지난 3월 대구의 코로나 사태에서의 ‘헌신적 자원봉사’ 등에서 확인했듯이 우리는 할 수 있다. 2021년은 대학의 지성인들이 자각과 반성으로 침묵에서 깨어나 우리 사회 변화의 방향을 새롭게 보이며, 우리 국민과 지구촌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미래를 만들어가게 되기 바란다.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교수·과실연 명예대표

연세대 수학과 명예교수로 대한수학회 회장,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과학기술분과 의장, 국무총리 소속 인사혁신추진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가인재경영연구원 이사장,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자문위원회(SAB) 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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