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혁신과 가치 실현을 위한 출발점, 기업가 정신
상태바
자기 혁신과 가치 실현을 위한 출발점, 기업가 정신
  • 서리빈 포스텍·경영학
  • 승인 2020.12.13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많은 경제 주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의 어려움이 두려움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다. 하지만 모든 세상사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양면의 동전과 같다. 제약과 고통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측면도 갖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튼튼해질 수 있다. 현재와 미래에 직면할 어려움의 긍정적 측면을 기회로 활용하여 자신의 성장과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아마도 많은 사람이 ‘혁신’을 꼽을 것이다. 자기 혁신은 도전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에 맞서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으면 어떤 혁신도 이뤄낼 수 없다. 혁신의 역할과 의의를 경제학 관점에서 풀어낸 조지프 슘페터는 ‘관리자’와 ‘기업가’의 차이를 강조한다. 관리자는 기존 방식대로 보유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추구하지만, 기업가는 모험정신을 갖고 자원의 생산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직면할 어려움을 단지 위기로만 인식하는 게 아니라, 이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 속에서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가치를 규명하고 실현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자기 혁신의 주체로서 기업가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 기업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함양해야 할 핵심 역량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이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학문적으로 통용되는 정의는 ‘현재 보유한 자원과 역량에 구애받지 않고 혁신과 변화에 필요한 자원을 결집하여 기회를 포착하고 추구해 나가는 사고 및 역량’이다. 흔히들 기업가 정신이란 말을 들으면 창업을 떠올린다. 이런 생각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대단히 편협한 관점이다. 기업가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분명한 목적으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창업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에 속하더라도 그 목적을 달성하는 다양한 접근법이 존재하고, 기업가 정신은 개인과 집단이 그 접근법을 설계하도록 만든다. 단순히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 기업가 정신의 정수이다.

즉, 기업가 정신은 조직 규모와 유형에 상관없이 개인과 집단의 모든 경제적 활동에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개념이다. 특히 기성 조직 내부에서 포착한 새로운 기회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혁신을 수행하는 활동은 사내기업가 정신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사내기업가는 개인적 삶의 가치와 소속된 조직의 가치를 일치 균형·조화를 추구하는 점에서, 사내기업가 정신은 졸업 후 기성 조직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이들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위험 감수’, ‘도전정신’, ‘창조’ 등과 같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기업가 정신의 개념이 선뜻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다음과 같이 창업기업가와 사내기업가의 명확한 차이를 통해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우선, 창업기업가와 사내기업가는 위기와 보상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창업기업가는 자신이 설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자신의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 모든 위험을 본인이 감수하는 대신 위험에 따른 이론적 보상은 무한대에 가깝다. 신제품 혹은 신사업 개발과 관련된 활동을 기존 조직 내에서 수행하는 사내기업가는 창업기업가처럼 모든 손실 책임을 개인이 다 떠안지 않는다. 조직의 기존 의사결정 체계에 따라 책임과 위험을 분산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혁신에 따른 성과 대부분이 조직에 귀속되므로 성공에 대한 보상 측면에는 한계가 있다.

창업기업가는 사내기업가보다 외부 환경변화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도 다르다. 규제 변화와 경기 변동 등과 같은 외부 환경변화에 영향을 받는 건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전반적인 사업 인프라가 기성 조직과 비교하여 뒤떨어지는 스타트업의 창업기업가에게 여파가 훨씬 크다. 반면, 사내기업가는 혁신과 변화에 대한 조직 내 저항 혹은 무관심이라는 ‘내부의 적’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기성 조직에는 언제나 변화에 저항하는 무리가 있으며, 이 때문에 사내기업가는 조직 내부의 갈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개인과 집단은 성장할수록 최대한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련의 규칙을 정하고, 정해진 계획에 따라 활동을 수행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조정이 이루어진다. 이런 일련의 변화는 성장을 위해 필요한 효율화 과정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업가적 열정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자신을 성장시켰던 애초의 비전과 목표가 성장 과정에서 퇴색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개인의 자연스러운 유기적 성장이 필연적으로 불러일으키는 모순이다. 기업가정신은 이런 삶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기업가 정신이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슘페터와 드러커의 통찰은 이미 많은 학자를 통해 입증되었다. 연구와 교육을 통해 체득한 지식을 활용하여 개인, 집단,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근본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는 기업가적 여정의 과감한 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리빈 포스텍·경영학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와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혁신(4차위)’, ‘공공연구성과 활용촉진(과기부)’, ‘대학창업 활성화 정책(중기부)’, ‘창업에듀 컨텐츠 개발(창진원)’, ‘공공기술 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한국연구재단)’ 등의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맨체스터대의 ‘Distinguished Achievement Award’와 R&D Management Association의 ‘Doctoral Studies Award’ 외 다수의 논문우수상을 받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