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위의 간’ 으로 암 전이 과정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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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위의 간’ 으로 암 전이 과정 밝혔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1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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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성과]
- UNIST 조윤경 교수팀, 인공 간으로 유방암 간 전이 과정 규명
- 유방암 나노소포체가 ‘암 씨앗’의 간 혈관 접착 늘려
- ‘ACS Nano’ 표지 논문으로 선정
▲ 조윤경 교수(좌측)과 김준영 연구원(우측)
                                               ▲ 조윤경 교수(좌측)과 김준영 연구원(우측)

유방암이 간에 전이되는 과정이 새롭게 밝혀졌다. 인간의 간을 모방한 ‘3D 간 칩’을 이용한 덕분이다. 이번 발견은 암 전이를 조기 진단하거나 환자 맞춤형 진단·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들의 종양 관련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전이가 발생하기 전에는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9%이지만 전이 후 5년 생존율은 약 23% 로 낮아진다. 유방암은 뼈, 폐, 간, 뇌 등 신체 다양한 장기로 전이될 수 있으며, 간은 다양한 장기 중에 가장 흔한 부위 중 하나이다. 실제로 다른 장기에 비해 간에 전이가 발생할 경우는 약 3.8 ~ 12.0%의 5년 생존율과 약 4 ~ 21개월의 생존율을 보이기 때문에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화학 요법이나 완화 치료와 같은 현재 치료법은 임상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며 효능 또한 좋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종양 세포와 주변 미세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이 종양 진행의 핵심 역할을 한다고 인식되어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은 암의 전이에 대한 그들의 역할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많은 연구에서 암의 전이는 무작위적 현상이 아닌 원발암(암이 처음 시작한 장기의 암)에서 나오는 순환 종양 세포1) (CTCs)와 특정 장기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호의적 전이 환경 형성이 중요하다는 주장(토양-씨앗 가설)이 제시되었다.

최근에는 세포 외 나노 소포체(EVs)2)가 종양 세포와 미세 환경 사이의 세포간 전달체로 부상하고 있다. 크기가 30에서 1,000 nm에 이르는 나노 소포체는 지질 이중층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다양한 단백질, 핵산, mRNA(핵 안에 있는 DNA의 유전정보를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에 전달하는 RNA), miRNA(생물의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작은 RNA)와 같은 유전 정보를 안정적으로 운반한다. 종양 유래 나노 소포체는 다양한 장기에서 호의적 전이 환경 형성에 주요 촉발제로 인식된다. 그러나 암의 전이가 발생하는 장기의 미세 환경과 원발암 유래 나노 소포체와 순환 종양 세포 사이의 메커니즘은 아직 설명되지 않았다.

UNIST(총장 이용훈) 바이오메디컬공학과의 조윤경 교수(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그룹리더)팀은 ‘3D 간 칩’(Liver-on-a-Chip)을 이용해 암 전이 과정에서 나노소포체의 역할을 규명했다. 나노소포체는 세포가 배출하는 나노미터(1nm, 10-9) 수준의 ‘행낭’이다. 세포들은 소포체 안에 각종 단백질 정보를 담아 서로 소통한다. 암세포 역시 나노 소포체를 배출한다. ‘암세포에서 배출된 나노 소포체가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이 있었지만 복잡한 생체 내에서 이를 직접 검증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간세포가 배양된 칩을 이용했다. 유방암에서 나온 나노소포체는 간의 혈관벽을 더 끈끈하게 해 ‘유방암 씨앗’(순환 종양 세포)이 혈관벽에 3배 이상 더 잘 달라붙게 만들었다. 나노소포체 표면의 종양성장인자(TGFβ1)가 혈관벽 ‘끈끈이 단백질’인 파이브로넥틴(Fibronectin) 양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조윤경 교수는 “장기에 암 세포가 뿌리내리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전이가 잘 발생한다는 ‘토양과 씨앗’ 가설이 이번 연구로 힘을 얻게 됐다”며 “나노소포체는 이 과정에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비료’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특정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한 오간온어칩 (Organ-on-a chip)은 복잡한 종양 미세 환경에 대한 연구와 약물 효능을 스크리닝하는 등 신약 개발에 있어 동물모델을 보완할 수 있는 주요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오간온어칩 기술을 활용해 ‘원발암 유래 나노 소포체의 암의 전이에 호의적인 종양 미세환경 형성에 관한 역할’을 관찰한 연구는 전례가 없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김준영 UNIST 생명과학부 박사는 “장기-온-어-칩(Organ-on-a-Chip) 기술’을 나노소포체에 의한 암 전이 과정을 이해하는 데 최초로 적용”했다며 “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를 함께 배양해 인체 간 조직과 유사 할 뿐만 아니라 혈액을 흘려보낼 수 있어 혈액 속에 포함된 나노소포체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유방암 외에도 간 전이가 잘 발생하는 암, 간 전이가 발생하지 않는 암, 건강한 사람의 나노소포체 등을 대조군으로 써 위와 같은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했다. 간 전이가 잘 발생하는 췌장암 유래 나노 소포체는 유방암 유래 나노소포체와 동일한 효과를 보였다. 또 간 전이가 발생한 유방암 환자는 간 전이가 발생하는 않은 유방암 환자나 정상인보다 나노 소포체의 종양성장인자 발현양이 많았는데, 이는 나노 소포체의 종양성장인자 발현과 순환종양세포의 접착 수 증가 간 연관성을 보여준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방암의 간 전이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간으로 전이 빈도가 높은 췌장암, 대장암 등 다른 종류의 암의 간 전이 연구를 위한 발판도 제공할 수 있고, 암의 전이를 막기 위한 치료제 개발에도 의미 있는 방법을 제공할 것”이라며 “간은 전이암 발생빈도가 매우 높고, 전이 암 발생 시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연구의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 유방암의 간 전이현상과 간을 모방한 인공간칩(Liver-on-a-Chip)의 구조
▲ 유방암의 간 전이현상과 간을 모방한 인공간칩(Liver-on-a-Chip)의 구조
▲ 유방암 유래 나노 소포체에 의해 간 혈관세포에 부착되는 유방암 세포 양이 증가함.
▲ 유방암 유래 나노 소포체에 의해 간 혈관세포에 부착되는 유방암 세포 양이 증가함.

이번 연구는 아산 병원의 이희진 교수팀과 함께 진행됐다. 연구 수행은 기초과학연구원(IBS)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 성과는 ‘ACS Nano’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11월 24일에 출판됐다.

* 논문명: Three-Dimensional Human Liver-Chip Emulating Pre-Metastatic Niche Formation by Breast Cancer-Derived Extracellular Vesicles

▲ ACS Nano 표지논문 이미지
▲ ACS Nano 표지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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