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는 몽골제국에서 출발하였다…그들은 잔인한 정복자였는가, 현명한 지배자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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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는 몽골제국에서 출발하였다…그들은 잔인한 정복자였는가, 현명한 지배자였는가?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1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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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몽골제국 | 모리스 로사비 지음 | 권용철 옮김 | 교유서가 | 232쪽

이 책은 몽골제국의 역사에 대해 명료하면서도 포괄적으로 서술한 저작이다. 그동안 몽골제국사 연구를 선도해온 저자는 유목민의 삶, 칭기스 칸과 제국의 등장, 제국의 팽창과 세계 지배, 동서 교류의 확장, 제국의 쇠퇴 등 중요하고 굵직한 테마를 통해 몽골제국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세계 역사에서 가장 거대하고 연속적이었던 몽골제국은 광범한 영역에 걸쳐 전례 없는 수준의 폭력을 분출했다. 그러나 몽골족은 잔인한 정복자에서 현명한 지배자로 재빠르게 진화했고, 자신들이 복속시킨 지역의 경제를 육성했다.

한편으로는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정치·경제 제도들을 채택하고 토착 관료들을 등용함으로써 피정복민 다수를 설득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의 예술과 문화를 열렬하게 후원하고 다양한 민족 집단에 속한 상인들, 과학자들, 예술가들, 선교사들 사이의 교류를 불러왔다. 저자는 “제국 영역의 모든 곳에서 몽골족은 무기, 전략, 전술, 군사 조직에 영향을 끼쳤다”면서, ‘팍스 몽골리카’는 유럽과 동아시아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를 처음으로 형성했다고 강조한다. 세계사는 몽골제국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 몽골제국_모리스 로사비(Morris Rossabi)
▲ Morris Rossabi

몽골 유목민의 생활은 동물들이 풀과 물을 찾을 수 있게 하는 데에 중심이 두어졌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환경에 처한 이 지역에 필요한 생활 방식이었던 것이다. 육체적인 힘뿐 아니라 기술과 지식도 중요했다. 유목민은 갖가지 동물들이 저마다 필요로 하는 다양한 식물들을 알고 있어야 했고, 동물들의 특정한 몸짓에 담긴 의미를 감지하고 있어야 했다. 날씨와 그 영향을 예측해야 했고, 풀이 무성한 지역들을 알아둬야 했으며, 자기 지역의 자원이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했다. 생필품을 얻으려면 동물이나 축산품으로 최선의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시장도 당연히 알아둬야 했다. 몽골족은 유목민으로서 자주 이동을 했기 때문에 특별히 예배를 위한 건물을 짓지 않았고 웅장한 조상(彫像)을 만들지도 않았다. 대개는 언덕 혹은 산들을 숭배하거나 희생물을 바쳤는데, 그 장소에는 돌을 쌓아올린 오보(oboo)라고 불리는 것들이 가지런히 자리잡고 있었다. 유목민들은 산, 별, 나무, 불, 강과 같은 자연적인 형상을 향해 기도했는데, 그러한 형상들을 몽골족의 후원자이자 보호자인 최고신 텡게리(Tenggeri, 하늘 신)가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난 존재라고 여겼다.

몽골족이 세계사에서 가장 위대한 정복이라는 평판을 듣는 원정에 나서게 된 실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무엇보다 그들의 경제가 불안정했다는 점을 든다. 가뭄이나 추운 겨울, 동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질병은 그들의 생존을 위협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은 생필품을 얻기 위해 교역을 하거나 약탈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주 문명에서 나오는 화려한 물건들을 더 많이 보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사치품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만약에 교역을 거부당하면 그와 같은 생활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필요로 하거나 선망하는 물건들을 획득하고자 공격에 나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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