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 정권의 핵심 주체는 소련군이 아니라 조선인민혁명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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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 정권의 핵심 주체는 소련군이 아니라 조선인민혁명군이었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1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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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현대 조선의 탄생: 북조선의 눈으로 본 북조선 현대사 | 박경순 지음 | 내일을여는책 | 360쪽

이 책은 지금까지 이남 역사학계의 시각으로만 보아왔던 북조선의 현대사를 이북 역사학계의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책이다. 북한의 현대사를 다룬 책은 많지만 ‘남한의 시각’을 거치면서 상당 부분 왜곡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북한 정권의 수립 과정에 대해서는 ‘구 소련’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는 ‘오해’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북한 역사학계에서는 조선인민혁명군과 김일성 사령관이 항일무장투쟁의 혁혁한 전과를 바탕으로 북조선의 건국과 건군, 건당의 중심이었다고 보고 있다. 어느 쪽의 기술이 더 진실에 부합하는 것일까?

이 책은 8.15해방 이후 이북 정권의 성립과정을 다뤘다. 그 과정에서 1930년대 이후 항일무장투쟁을 주도했던 조선 인민혁명군이 어떤 구상과 계획을 갖고, 어떤 힘에 의거해서, 어떤 난관과 장애물을 뛰어넘어 목표를 달성했는가를 담당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들과 달리 이북 정권 성립의 핵심주체를 소련군이 아닌 조선인민혁명군으로 봤다. 70년 가까이 이 땅을 지배하고 있는 ‘레드 콤플렉스’는 남과 북의 역사마저 뒤틀어버렸다. 특히 이남의 단독정부 수립과 미 군정의 역할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학습해온 사람들은 이북 정권 역시 그와 동일한 방식으로 수립되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연히 소련이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게 되고, 이런 견지에시 이북 정권 수립 역사를 연구 분석한다. 특히 구소련 해체 이후, 당시 이북 주둔 소련군의 보고문과 소련공산당 지시문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으로는 이북 사회에서 일어난 제반 과정을 올바로 해석하기 어렵다. 정권 건설 과정, 당 건설 과정, 군대 건설 과정에서 발생했던 소련군과의 갈등에서는 대체로 조선 인민혁명군의 입장이 관철되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당시 소련군은, 스스로 밝혔듯이, 이북 정권 성립 과정에서 어디까지나 보조적 역할을 담당했을 뿐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따라서 저자는 이북 정권 건설을 이끈 세력은 조선 인민혁명군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한 쪽 학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북한의 현대사를 북한의 눈으로 재조명하고 있기에 조금은 생경하고, 불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분단 70년이 만들어놓은 역사적 이질감 탓이라 생각하면 좋겠다. 어느 정도 불편할 수밖에 없는 서로의 시각을 이렇게 확인해보는 것만으로도 역사적 동질감 회복에 한 걸음 다가선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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