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대학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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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 대학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들
  • 한무영 서울대·환경공학
  • 승인 2020.11.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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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올여름 54일간의 장마와 3개의 태풍을 겪고, 또 겨울에는 매우 추울 것이 예상되는 등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탄소 넷 제로(Net Zero) 2050,’ 즉 2050년까지 목표를 정해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겠다는 의지를 선언한 바 있다. 선진국을 비롯하여 이에 동참하는 나라가 늘어나 이러한 세계적인 움직임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론 모든 기업, 기관, 가정에서 제각기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대학교와 그 구성원도 예외는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 이론을 연구하고 소재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그 외에 생활 속의 실천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물 절약과 빗물 관리이다.

서울대학교에는 최근 몇 가지 성공한 사례가 있다. 먼저 2016년에 교내 8000여 개의 화장실 변기 중 500여 개를 초절수형으로 바꾼 이후, 매년 2만여 톤의 물을 절약하고, 1억 원 이상의 상하수도 요금을 절감하고 있다. 또한 35동의 옥상에는 빗물을 이용한 텃밭을 만들어 물-에너지-식량 문제해결에 일조하고,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김장을 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등 공동체 형성의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었다. 39동에는 샤워 후 나온 저농도 오수를 처리한 물과 빗물을 화장실 용수로 사용하여 건물의 물 자급률을 높였다. 이러한 사례들은 비교적 간단하여 커다란 비용, 수고, 불편이 들지 않는다. 물 사용량을 줄이면서, 탄소를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많은 서울대의 구성원과 가족들이 이러한 노력을 인정하고 협조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학교에서의 모범사례는 학생들의 교육적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를 확산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각 대학 동문 선배들의 애교심을 활용하여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물 절약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하여 졸업생이 자신의 학과가 있는 건물의 수세 변기 한 개를 교체하는 비용(약 30만 원)을 기부하든지, 옥상을 녹화하여 꽃밭이나 텃밭을 만드는 비용(20만 원/1m²)을 기부하고, 새로 만들어진 옥상의 공간을 잘 활용하는 사례를 만드는 등 각 학과나 단과대학별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을 물문화로 승격시켜 초·중·고등학교까지 확대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 체득한 지식과 지혜는 평생을 간다. 이러한 분위기를 몸소 체험한 청소년들은 각자의 활동 영역에서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실천하면서 국제적인 리더로서의 소양을 쌓게 될 것이다.

정부에서도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자생적으로 이러한 활동을 권장하도록 법을 정비하고 예산을 지원하자. 학교에서는 (가칭) 기후변화 대응펀드를 조성하여 동문들의 협조를 요청하고, 기업에서는 이에 대한 매칭펀드를 조성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낸 구성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분위기를 확산하자. 최근 들어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 등 전 세계의 유명 대학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창의적인 움직임을 만들고, 동문들에게 동참을 호소하는 추세이다.

정부의 ‘2050 탄소 넷 제로’ 정책에 발맞추어 대학의 지성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다양한 활동을 실천하는 새로운 물문화가 여기저기 만들어져서 우리나라가 기후위기 대응의 세계적 모범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무영 서울대·환경공학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서울대 토목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 미국 University of Texas, Austin에서 토목공학과 박사 학위를 받은 환경 전문가이다. 국제물협회 석학회원이며, (사)국회물포럼 부회장을 맡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지구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2001년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를 설립하여 빗물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연구뿐만 아니라 인식 개선, 정책제안 등의 건전한 물 순환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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